메뉴 건너뛰기

close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경남대책위'는 16일 오후 2시경 경남도의회 방청석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앉아 있었다. 사진은 경비원들이 현수막 철거 등을 요구하자 한 단체 여성회원이 항의하고 있는 모습.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경남대책위'는 16일 오후 2시경 경남도의회 방청석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앉아 있었다. 사진은 경비원들이 현수막 철거 등을 요구하자 한 단체 여성회원이 항의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경남대책위 대표들이 방청석에서 현수막을 들고 앉아 있자 박차봉 경남도의원이 손가락질을 하며 "조용히 하라"고 말하고 있다.
경남대책위 대표들이 방청석에서 현수막을 들고 앉아 있자 박차봉 경남도의원이 손가락질을 하며 "조용히 하라"고 말하고 있다. ⓒ 윤성효


16일 오후 1시 55분경 경남도의회 본회의장 방청석에 피켓을 든 사람들이 나타났다. 농민을 포함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경남대책위' 소속 단체 간부 30여명이다.

이들은 '경남도의회는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요구 결의문을 채택하라'는 내용의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러자 경비원들이 들어와 "피켓을 들면 안된다"고 요구했다.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농민들은 "본회의가 시작되면 피켓을 내려놓겠다"고 대답했다.

경남도의회는 이날 오후 2시 제260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오후 2시가 다가오자 의원들이 들어와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김태호 경남지사와 권정호 경남도교육감이 들어와 의원들과 악수하기도 했다. 임시회 본회의 예정 시각이 조금 지났는데도 박판도 의장은 들어오지 않았고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빈지태 전농 부경연맹 사무처장은 "우리가 왜 여기 왔는지를 의원들이 알아야 한다"면서 "도의회 상임위를 찾아 결의문을 채택하라고 요구했고 그동안 여러 차례 전화 등을 통해 요구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래서 찾아 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본회의장에서는 고함소리가 흘러나왔다. "조용히 하라"는 말이었다. 한나라당 소속 박차봉 의원(창원2)은 자리에 앉아 방청석을 바라보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이에 몇몇 의원들이 가세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 나가자. 상임위 별로 모이자"고 말했다. 그러자 몇몇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농민을 포함한 경남대책위 대표들은 2시 15분경 방청석에서 나왔다.

 경남도의회 직원이 방청석에 와 피켓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직원이 방청석에 와 피켓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윤성효


 도의원들이 방청석을 향해 조용히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의원들이 방청석을 향해 조용히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윤성효


246개 단체 "경남도의회는 미쇠고기 수입 재협상 결의문 채택하라"

앞서 246개 단체로 구성된 경남대책위는 이날 오후 1시 30분경 경남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의회는 더 이상 도민을 무시하지 말고 즉각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요구 결의문을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경남대책위는 "지난 5월 15일 이후 한미FTA저지경남농축수산대책위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해당 위원회인 농수산위원회 소속 도의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한미쇠고기협상 고시철회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결의문 채택을 2차례 걸쳐 정중하게 제안하였지만, 경남도의회는 안건 상정은커녕 논의조차 하지 않고 지난 회기를 넘겼고, 묵묵부담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대책위는 "지난 5일 치러진 정부고시 철회 전면재협상을 요구하는 경남도민대회에 경남도의원 전체에게 함께 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였지만 단 2명의 도의원만 참석하여 도민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을 뿐 대부분의 한나라당 도의원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경남대책위는 "이미 전북도의회는 대정부 결의문 채택을 하였고, 전남도의원들은 청와대 앞 삭발농성을 진행하여 국민의 요구에 화답하고 있다"며 "귀가 막혀 조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아니면 눈이 멀어 경남 20개 시군 전역에 밝혀지는 촛불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밝혔다.

"지난 선거 때는 농민 위해 죽을 각오까지 한다더니"

 경남대책위는 16일 오후 1시30분경 경남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남대책위는 16일 오후 1시30분경 경남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상임대표는 "농촌은 지금이 1년중 가장 바쁜 시기인데도 이 자리에 왔다"면서 "도의원들은 지난 선거 때 지역민을 대신해서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뭐냐"고 말했다.

이 상임대표는 "잘못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축산농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위험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도의회가 도민을 대표한다면 재협상 촉구 결의문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호영 전국한우협회 경남지부장은 "비싼 세비를 타가는 도의원들은 우리의 심정을 모르고 있다"면서 "도의원들은 지난 선거 때 논길 밭길 다니면서 농민이 원하는 일이면 죽음까지 각오한다며 표를 달라고 하더니 농민의 심정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점옥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경남연합 회장은 "그동안 도의회 상임위를 방문하고 전화 등을 통해 결의문을 채택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도의회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결의문이 채택될 때까지 끝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농민들은 물을 3개의 양동이에 담아 경상남도의회 안내판에 끼얹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병하 상임대표와 정호영 회장, 제해식 전농 부경연맹 의장은 양동이를 들고 물을 끼얹었다.

빈지태 사무처장은 "촛불시위 때 정부는 물대포를 쏘았는데, 우리는 경남도의회가 찬물로 목욕하고 정신 차려라는 의미에서 안내판에 물을 끼얹는다"고 말했다.

손석형 경남도의원 등원연설 "재협상 촉구 결의안 채택해야"

 농민단체를 비롯한 경남대책위 대표 3명이 경상남도의회 안내판에 찬물을 끼얹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농민단체를 비롯한 경남대책위 대표 3명이 경상남도의회 안내판에 찬물을 끼얹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윤성효


경남대책위 관계자들이 방청석에서 나간 뒤 경남도의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렸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지난 6․4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5명의 도의원들이 소개를 받고 '등원연설'을 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소속 손석형 경남도의원(창원4)은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을 발표한 이후 수십 수백만명의 국민들은 연일 촛불집회를 벌여가며 잘못된 협상을 바로잡아주길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정부는 장관고시를 강행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요구를 무시해버렸다"면서 "아직도 전국 각지에서 잘못된 한미쇠고기 협상에 대한 재협상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의 여망과 도민들의 재협상 요구를 안고 당선된 저 또한 '한미쇠고기 협상문제'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기에 오늘 첫 등원 연설을 하는 이 자리에서 동료의원들에게 재협상 결의안을 채택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손 도의원은 "결의안은 결코 당리당략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의무이자 책임인 국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면서 "지방의회의 결의안 채택은 대한민국 국민 다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밝히는 것으로 미국과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데서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경남도의원의 정당 분포를 보면, 한나라당은 43명, 민주노동당 2명, 통합민주당 2명, 무소속 6명이다.

 경남도의회 방청석.
경남도의회 방청석. ⓒ 윤성효


#쇠고기#경남도의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