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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당황하면 논리가 없어진다."
"엄마는 화가 나면 감정적이다."

한 논술 교육 프로그램 광고에 나오는, 꽤 설득력있는 아이의 독백이다. '엄마표 독서지도'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짧은 텔레비전 광고는 확실하게 알려준다.

우리가 자랄 때는 책 읽기나 글쓰기가 일부 아이들의 취미나 특기 정도에 불과했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독서와 논술은 필수과목이 된 지 오래다. 어쩌면 영어, 수학보다 먼저 신경써야 할 기초과목으로 대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독서나 표현하기는 살아가는데 긴요한 '생필품'이라는 점이다.

독서활동, 책 읽기가 전부? 

경력 15년 베테랑 한복희 독서지도사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경력 15년 베테랑 한복희 독서지도사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여성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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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입력하고, 내 것으로 소화하고, 남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읽고, 말하고, 쓰는 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겨우 세 살 밖에 안 된 아이들이라 해도 집안 분위기나 경험에 따라 언어능력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집안에서 혼자 자라는 아이보다는 어린이집에서 공동생활을 경험한 아이들이 사회성 뿐 아니라 언어도 눈에 띄게 발달하는데,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다양한 단어를 듣게 되는 것이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이가 자랄수록 늘어가는 것이 책장에 꽂힌 책만이어서는 곤란하다. 책을 읽고 그에 맞는 적절한 독후 활동이 이어져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다.

논술 광풍이 불기 전인 90년대 초반부터 지난 15년간 독서지도사로 활동해 온 한복희의 책 <책 읽는 엄마 책 먹는 아이>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의 활동 에세이다.

그동안 만나온 다양한 부류의 엄마들 이야기부터, 변화하는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 독서지도 전문가의 노하우를 함께 공개하는 책이다. 독서지도사를 지망하는 예비 강사들에게는 물론, 아이의 독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구체적인 내용들이 많다.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제목만 보고 괴기소설이라는 엄마에 이르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질 만도 한데, 경력 15년 베테랑 선생님은 포기하지 않는다. "엄마 먼저 책을 읽자"는 게 이 책의 시작이다.

엄마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 방에 전집을 사다 쟁여놓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한 것. 집안 환경이 아이의 독서 습관을 기른다면서, '거실을 서재로!'에서 끝나지 않는 그의 제안은 부엌까지 이어진다. '부엌을 도서관으로!!'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엄마는 아이들에게 좋은 거울이자, 최초 및 최고의 선생님이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엄마는 최고의 선생님

나이별, 시기별로 어떤 책을 골라주는 게 좋은지, 어떤 분위기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면 좋은지, 토론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대화법이 좋은지 등등 다양한 노하우를 실제의 경험을 들어 설명한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한쌤의 실전 독서법'은 갈팡질팡하는 엄마들에게 실용적인 팁이다.

책 읽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자는 평범한 주장부터 그 달의 주제와 절기에 맞는 책 읽기로 세상을 함께 느끼게 하라는 조언은 꽤 유용하다. 아이들 나이에 맞는 시기별 독서법이나, 자기주도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방학은 독서력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대목이다.

책 읽기 못지않게 지은이가 시종일관 강조하는 것은 토론의 힘이다. 독서토론은 양쪽으로 갈라 앉아 서로 자기 주장만 동어반복하는 텔레비전 시사 토론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토론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3장 '독서지도 방법' 편에서는 책 읽고 체험하는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준다. 모네에 관한 책을 읽고 전시회를 가거나, 청계천 헌책방 탐방으로 아이들에게 오래 묵은 책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는 한 번쯤 따라해도 좋을 아이디어.

논술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급하게 동서양 고전과 양서를 다이제스트 판으로 읽어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독서 교육은 10년을 바라보고 서서히 준비하는 과목임을 많은 엄마들이 느꼈으면 한다.

지은이의 조언대로 엄마 먼저 책을 펴고, 아빠 먼저 토론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튼튼한 논리와 합리적인 교양인으로 자라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책 읽는 엄마, 책 먹는 아이 - 한복희의 15년 살아 있는 독서지도

한복희 지음, 여성신문사(2008)


태그:#독서, #독서지도, #논술 , #한우리 , #한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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