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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출신의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MBC <PD수첩>과 관련해 엄기영 사장에게 관련자 문책과 정정방송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문화부 출신의 진성호 의원과 중앙일보 전략기획실 위원을 지낸 김용태 의원은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문제를 집중 제기했던 지난 4월29일자 <PD수첩>이 상당부분 사실을 왜곡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공정보도의 대명사로 불리는 영국 BBC의 경우 지난 2004년 1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조작 오보 논란으로 데이비스 이사장과 그렉 다이크 사장이 사퇴했다. 그게 책임있는 공영방송의 태도"라면서 <PD수첩>에 대한 문책 외에도 엄 사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내포된 주장도 함께 했다.

 

엄기영 사장 포함 제작진 문책도 거론

 

진성호·김용태 의원은 "<PD수첩>이 시청자를 배반하고 진실과 너무나도 거리가 있는 왜곡방송을 내보냈다. 이 방송은 즉시 구전과 인터넷을 통해 세간에 집중 전파되면서 한순간에 우리 국민들을 인간 광우병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를 사실로 믿은 10대 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오면서 '쇠고기 정국'을 촉발시킨 결정적 도화선이 되었다는 평가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나 당시 <PD수첩>이 방송했던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 국민들은 깊은 충격과 함께, 공영성을 말하던 MBC와 정직성을 외쳐온 <PD수첩>에 대해 깊은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탄식했다.

 

이어 "방송법 제6조 제1항은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돼있으며, MBC 방송 강령 시사프로그램 기준을 보면 첫 번째 기준이 '정확성'이고 그 하단의 첫 번째로 '사실보도'를 강조하고 있다"며 "<PD수첩>은 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공영방송 제작으로서 최소한의 윤리와 직업의식을 던져 버렸다는 비판을 면할 길 없다"고 주장했다.

 

또 "사실왜곡 허위방송이 명백히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PD수첩>은 지난달 20일 언론중쟁위의 반론보도 결정 거부에 의해 국민들에 대한 정정과 사과방송을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이들의 오만과 파렴치함에 국민은 이미 인내할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한 4월29일자 <PD수첩> 방송 내용의 전면 취소 선언 △정정방송 △엄기영 MBC 사장 차원의 대국민 사과방송 △엄 사장을 포함한 < PD수첩> 제작진 문책 △편파 프로그램 제작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PD수첩> 전방위 공세

 

두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이 초선 의원의 양심에 따른, 위험을 감수한 '독자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 PD수첩>은 이미 이 사회의 거대한 권력이 됐고, 그렇기에 < PD수첩>을 비판하는 일 자체가 어떤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모른다며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우리는)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기자회견을 하기까지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독자행동'이란 이들의 주장과 한나라당의 < PD수첩>에 대한 공세는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형국이다.

 

실례로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촛불집회의 단초를 제공한 지난 4월29일 MBC <PD수첩> 보도내용이 허위 과장보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송의 공익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이번 잘못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변인은 "< PD수첩>이 책임과 반성을 회피한다면 공영방송을 내보낼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이런 끔찍한 일의 재발은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적인 조치 역시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라며 MBC를 압박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17일 저녁에도 김대은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MBC는 국민을 불안하게 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방송사들의 왜곡되고 무책임한 보도로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조치도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밖에도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초선의원 연찬회에서도 < PD수첩>과 관련한 논의가 상당 부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왜 다시 <PD수첩> 흠집내려 하는지 이해 못하겠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같은 공세에 대해 <PD수첩>팀은 19일 오후 회의를 거쳐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능희 <PD수첩> CP는 정정방송 요구에 대해 "정정방송은 우리가 잘못한 부분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구체적으로 우리의 입장에 대해서는 PD들과의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CP는 특히 최근 다시 시작된 <PD수첩>을 향한 한나라당과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공세에 대해 "문제가 지적되면 살펴봐야겠지만 지금 나오는 내용의 대부분 지난 달 21일 <PD수첩> 홈페이지를 통해 다 밝힌 내용"이라며 "왜 다시 문제를 제기해 <PD수첩>을 흠집내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성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위원장은 "이들 두 의원은 인터넷 평정 발언 의혹으로 언론계에서는 언론탄압의 주역 가운데 한 명으로 보고 있다"며 "그런 사람이 또 몰상식적이고 언론탄압적 발언을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대한민국 여당 국회의원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MBC 노조는 어떠한 정치권의 외압이나 진실보도를 억누르려고 하는 세력에 대해 단호히 거부하고 제작진들이 소신껏, 양심껏 보도할 수 있도록 노조가 버팀막이 될 것"이라며 "우리 시사PD들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합민주당은 <PD수첩>에 대한 한나라당의 전방위 공세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지금 방송통신을 장악해 여론을 호도하고 인터넷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음모를 노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진성호 의원 등의 요구는 이 같은 음모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PD수첩#진성호#김용태#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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