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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광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기억할 것이다. 몇 년 전 TV광고에서 탤런트 신구가 턱 허니 드러누운 자세로 ‘니들이 게 맛을 알어!’라고 거만하게 빈정거리는 대사 말이다. 이런 걸 두고 귀족 마케팅이라 할 것이다. 창의적이고 수준 높은 카피 같지만, 어찌 보면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말이다. 잘 사는 집 아이들이 가난한 아이들 앞에서 우쭐대면서 ‘너 이런 거 먹어봤어?’라고 하는 말 아닌가!

 

강부자, 고소영, 그리고 떨거지 국민들

 

‘내장은 어차피 곱창’이라는 돌발영상, 잘나가는 김종훈 본부장께서 ‘설득작업’을 하시는 장면이다.

 

“내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내장은 SRM이 아닙니다. 회장원위부만 잘라내면 OIE기준에서 더 이상 유해물질은 없습니다. 서울 시내 곱창골목 같은데 가 보면 분명 수요가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업소에서 국내산은 써도 되고 외국산은 쓰면 안 된다. 이렇게 말하려면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됩니다. 수요가 있는 것입니다. 미친소 안 먹겠다는 촛불들이 있는가 하면 왕십리 가보면 곱창집 사람 많습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윽박지르듯) 회장 떼어낸 부분은 SRM이라 하지 마십시오.”

 

그래, 맞는 말이다. 국민들은 상식적으로 “위험하다, 나쁘다, 그래서 안 먹겠다”라고 목이 터져라 외친다. 훌륭한 지도자들께서 ‘과학적으로’ 괜찮다는데 말이다.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나, 이 떨거지들아!

 

니들이 SRM을 알어!

니들이 OIE를 알어!

니들이 과학을 알어!

니들이 소고기 맛을 알어!

 

국밥 할머니의 믿음, 그리고 울어버린 사연

 

그래, 난 바보다. 그래서 만날 이 모양, 이 꼴이야. 주머니에서 쇠 소리 나는 동전들이나 만지작거리는 주제에 어떻게 비싼 ‘쇠고기’를 먹어봤겠니? 그런 내가 어떻게 OIE를 알고, SRM을 알고, 과학을 입에 올리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냐. 얼마 전 TV에서 봤지. 일명 욕쟁이 할머니라는 그 국밥집 할머니 말이야.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 사진을 벽에 걸어놓고 있더라고. 가슴이 찡하데. 시종일관 그 사람(이명박 대통령)을 믿어보자 하셨지.

 

그러면서 인터뷰가 길어질수록 조금씩 울먹이고 있었어. 그 장면을 보면서 할머니를 괴롭히는 기자들에게 욕 나올 것도 같았지. 그런데 그 순간 할머니가 뭐라 하셨는지 알아? 옛날에도 그랬어요. 풀 먹는 소가 고기를 먹으면 소가 지랄병 걸리고 그걸 먹은 사람도…. 더 이상은 못 보겠더라고.

 

BBK에 웃고, 삼성특검에 울고, 미친소에 환장해 버려

 

쇠고기도 모르고, 과학도 모르는 우리가 권력의 맛을 어찌 알겠어! 그 달콤한 헤게모니를 말이야. 그런데 이제는 좀 짐작을 하겠어. 대선 끝나고 대통령 당선 축하한다고 재벌들이 찾아왔지. 카메라 앞에서 당선자에게 축하하는 재벌들이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마치 자기네가 대통령 된 사람 같더라고.

 

오래지 않아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었지. 그 다음 날부턴 온통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세상이었으니깐. 그리고 그 와중에도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져 나왔지.

 

2월 21일자 BBK 특검 수사결과를 발표하였고, 당시 김경준 측 변호사는 ‘소가 웃을 일’이라 하였어. BBK 하면 동영상 아닌가! 그런데도 면죄부를 부여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우째 이런 일이….

 

4월 17일자 삼성특검 수사 결과가 나왔지. 어쩌면 그렇게도 판박이일까? 어떤 사람들은 두 개의 특검이 모두 엉터리라는데, 아무리 보아도 이건 엉터리가 아니야. 기막히게 교묘하고, 사람 환장할 정도로 뻔뻔하잖아. 역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명작이지. 지네들 스스로도 알기는 아는 모양인지 직접 관련이 없는 기득권 인사들조차 점잖게 이해를 구하데.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받아들여야 될 것이라고.

 

이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다 했지. 그래 맞아, 대통령 말씀이었구나! 이게 다른 말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일진댄 우리 민초들이 안 받아들이면 어찌하겠나. 유권무죄, 유전무죄. 그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던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라, 대놓고 떠들면서 도둑질한다고 더 나쁠 것도 없는 일, 이게 바로 살맛나는 세상이지. 국민성공시대 말이야.

 

미친 소, 누구를 위한 지랄병인가

 

삼성특검 발표하던 날, 김용철 변호사가 그랬지. “내가 평생 할 일을 찾았다”고. 사실은 나도 그랬어. 워낙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놈이라 벌써 미쳐버리고 있었지. 그런데, 그 양반은 얼마 못가서 뻗어버리더라구. 왜 그랬는지 나는 이해하지. 기자들이 아무도 안 찾아주는 거야. 생각을 해 보라고. 삼성특검 발표한 날, 그날인지 그다음 날인지 미국발 ‘미친소협상’이 터지지 않았나. 그리고 불과 1주일 쯤 후에는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하였지.

 

그리고 그 사이 4월 22일 삼성은 ‘쇄신안’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면서 역사의 무대 뒤로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 거야. 바로 그 날, 이명박 대통령은 말했지. “미친 소 먹기 싫으면 안 사먹으면 그만”이라고. 무엇 땀시 그렇게 사람 염장을 질러? 기자들은 미친소한테만 벌떼처럼 몰려들었지. 이젠 더 이상 이건희나 김용철에게는 관심이 없어진 거야. 덕분에 이건희는 저 멀리 도망가고, 김용철은 왕따가 된 거지. 맥이 안 빠지겠어? 지가 무슨 힘으로 ‘투쟁’을 해!

 

‘기만’이라는 최대공약수

 

값싸고 질 좋은 고기 먹여주겠다고? 그런 말실수(?) 한 두 번이면 족하지. 안 먹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 끝끝내 아가리에 쳐 담으려는 건 또 무슨 해괴한 수작이야. 이쯤 되면 나도 이성을 잃은 것 같아. 그래서 촌구석에서 끝까지 비폭력을 지키는 서울시민들 촛불집회 지켜보면서 너무나 존경스럽지.

 

그 잘난 과학 좀 집어치우라고. 우리 무식들도 제대로 된 과학은 몰라도 틀린 과학은 알거든. 어떻게 아냐고? 그러니까 BBK특검 보면서, 삼성특검 보면서 공부 좀 했지. BBK특검이 뭐라 그랬어? MB가 BBK를 설립했다는 증거 못 찾으니까, MB는 BBK와 무관하다 그랬지. 엄연히 동영상 속에서 기고만장하게 고백하는 인물이 있는데도 말이야.

 

또 삼성특검은 뭐라고 했어? 차명재산들이 회사(삼성)에서 나온 재산이라는 증거가 없으므로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라고 했지. 이건희가 ‘인정’한 것이 그 유일한 증거라고? 미친소도 다를 게 없잖아? 쇠고기 먹고 사람 죽었다는 증거 좀 대 봐. 거 봐 없잖아. 거기다가 좋다는 것은 미국 생산자들이 ‘인정’하잖아. 그러니 미친소는 좋은 것이여!

 

성공 안 시켜 줘도 좋으니 제발 직장으로, 가정으로 보내다오

 

“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 거야 잉 알아찌? 이잉”

 

모 청와대 여자 수석처럼 옆에 있는 사람들이 온통 이런 사람들뿐이라고 우리 국민들 다 그런 사람들로 보지 말아. 그리고 제발 경제 경제 하지 마… 부패 부패로 밖에 안 들리니까 말이야. 이쯤 되면 우리 국민들도 다 알고 있을 거야. 걸핏하면 ‘민생’을 외치는 어느 나라당이 항상 ‘민생’을 볼모로 보잘것없는 민초들의 발목을 잡아왔다는 사실을 말이지.

 

값싸고 질 좋은 고기 먹으라고? 호의호식 시켜주겠다고 살살 꼬시는 통에 결혼했더니 각시 손에 술병 쥐어주면서 들병이 노릇하라는 거 아니냐고. 약속 안 지켜도 좋으니 제발 깡 보리밥이라도 먹고 살자. 만날 촛불 들고 다니게 하지 말고 제발 가정으로 돌려보내다오.

 

한 마디만 더 할게. 정책 비판은 용납해도 정권 퇴진은 용납 못 한다고? 니들이 헌법을 알어? 몇몇 어른들이 촛불 시위대에게 자중을 당부하는 말씀, 니들이 그렇게 당당하라는 거 아냐. 가망없는 정권은 언제든 떠나라 외치는 게 우리 헌법의 이념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사명이지.


#촛불집회#미친소#이명박#삼성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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