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란 말이냐
이 물결을 어쩌란 말이냐
미친 소를 먹기 싫은데
어쩌란 말이냐
더 이상 국민들을 미치게 만들지 말아다오
어쩌란 말이냐
정말 어쩌란 말이냐
사람들은 저마다 어깨동무를 하고
아스팥트 위에 앉아 움질일 줄 모르는데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함성을 지르며
일어날 줄 모르는데
우리더러 어쩌란 말이냐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떨어져 나간 앉은 산 위에서
우리는 나랏님 이름을 목메어 부르는데**
자꾸 방안퉁소가 되어
민심을 모르시니 우리더러 어쩌란 말이냐
저 어린 아이 좀 보아라
엄마 손을 잡고 나와 광화문을 걸어 다니는,
아직 솜털이 가시지 않은 여중생이 나와
우리는 미친 소를 먹기 싫다고 외치는,
얼싸안고 등이라도 쳐 주고 싶구나
어쩌란 말이냐
이 국력낭비를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말이냐
이 국론 분열을 정말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말이냐
이 혼불***처럼 번지는 열망을 어쩌란 말이냐
반만년을 쌓아온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는
이 슬픔을 어쩌란 말이냐
하늘을 보니 달도 없다
우리를 막은 저 젊은 전경들,
왜 저들이라고 당장 군복을 벗고
우리와 어깨 겯고 싶지 않겠는가
자신의 부모가, 누이가
이 찬 아스팥트 바닥에서
밤새 일어날 줄 모르는데,
우리 절대 그들을 나무라지 말자
우리끼리 절대 반목하지 말자
저 촛불을 보아라
저 들불처럼 일어나는 혼불들을 보아라
이 땅의 민초들을 보아라
우리가 얼마나 큰 대가를 지불하는지
자정을 넘긴 이 차디찬 광화문 바닥에서
우리 뼈속까지 아리게, 아리게 느끼면서
자숙하자
*유치완 시인의 <파도>에서 모티프
**김소월 시인의 <초혼(招魂)>에서 모티프
***최명희 소설가의 <혼불>에서 모티프
"촛불 받아가세요"
언제부터 서 계셨는지
할아버지는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촛불을 나누어 주고 계신다.
그 불씨를 더 잘 살리기 위해
격정적인, 난상 토론이 한창이다.
어떻게 해야하나
정말 어떻게 해야하나
나랏님은 돌같이 까닥않는데
우리는 정말 어쩌라 말이냐
밤새 견디려면,
우선 배부터 채우고
이리 줘봐
구호는 이렇게 쓰는 거야
아, 피곤하다
정말 100일이, 5년도 더 된 것 같다
목도 아프고, 피곤하고,
우리 조용하게 공부 좀 하게 해 줘요
이 나라가 어떻게 세운 나란데...
‘촛불정국’은 디지털과 아나로그간의 부조화의 산물인 것이다. 연결고리는 바로 ‘소통’이다. - <경향신문>, 조호연 기획·탐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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