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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사부대중은 우리 사회의 평화가 깨지고, 선량한 시민들이 다치고, 중생의 마음에 깊어가는 상처를 모른 체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참다운 수행자이자 불자이기 위해 수행정진의 장을 시민들과 함께하는 서울광장으로 잠시 옮기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역주행'을 바로잡고, 공권력에 의해 무자비한 탄압을 받고 있는 '촛불'을 되살리기 위한 종교계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시작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비상시국 미사에 이어 불교계도 오는 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국법회를 열고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촉구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조계사를 전격 방문해 '불심 달래기'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불교 신자들의 강렬한 저항에 부딪혀 조계사 문 앞에도 오지 못한 채 다시 되돌아갔다.  

 

시국법회추진위 결성... "정부는 국민 마음 얻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야"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사태로 촉발된 '촛불 정국'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보다 못한 불교계는 지난달 29일 시국법회추진위원회(이하 법회추진위)를 결성했다. 1일 오후 2시경부터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 모인 불교계 주요 인사들은 시국법회 추진의 취지를 설명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참회를 거듭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법회추진위의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은 수경 스님(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명진 스님(봉은사 주지)과 추진위원을 맡은 법안 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의장), 진관 스님(불교 인권위원회 위원장) 등 17명의 불교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법회추진위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는 모든 생명의 기본권이며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고시를 철회하고 민주주의의 원리에 의해 대통령과 정치권에 위임된 권한을 바르게 사용하여 국민의 의사를 진심으로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회추진위는 또 "이제 정부와 정치권력이 적극 나서서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 때"라며 ▲국민과의 정서적 결합을 가로막는 내각의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경찰청장을 비폭력 촛불문화를 지켜줄 공복으로 교체해야 한다, ▲다양한 창구로 국민과 대화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회추진위는 특히 "모든 생명은 폭력을 두려워하고 평화를 좋아한다"며 "훈련된 공권력에 의한 훈련된 폭력이 가능하다면 지도자가 결심여부에 의해 훈련된 평화도 가능하다, 촛불을 든 시민도 마찬가지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평화와 비폭력을 수호하도록 하자"고 강하게 요구했다.      

 

"국민 모두의 공업... 함께 참회해서 대통령의 '개과천선' 이끌자!"

 

 

법회추진위의 공동추진위원장인 수경 스님은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과연 국정운영철학이 있기는 한 건가'라는 의문이 든다, 어린아이들이 '촛불'로 호소하는 내용은 상식선에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데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며 "국민의 호소를 폭도로 몰고, 급기야 검찰과 경찰을 동원하여 60~70년에나 있을 만한 행동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정말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경 스님은 "하지만 현 시국은 대통령 한 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공업"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개과천선을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모두 함께 참회해서, 그가 모든 국민을 섬기며 정직하게 국가운영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자"고 당부했다.

 

시국법회 당일인 4일에는 오후 5시경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사전집결을 한 후 곧바로 시청광장으로 이동해 법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어린이부터 청소년, 대학생, 성인남녀까지 다양한 연령계층이 참여하여 발언에 나설 계획이며 불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도 자유롭게 참석 가능하다. 또한 법회 말미에는 우리 사회의 평화 회복을 빌며 모든 참석자가 108참배를 할 예정이다. 청화 스님(조계종 교육원장)의 시국법문 낭독도 준비돼 있다.

 

한 총리, 방문 일정 갑자기 취소... 결국 '불심 달래기' 실패

 

한편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인 오후 2시 10분경에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조계사를 전격 방문해 불교 인사들과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조계사에 있던 불교 신자들은 한 총리의 방문 소식을 듣자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강경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 총리가 도착할 예정인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 앞 주차장에 50여명의 불자들이 미리 진을 치고 서서 그의 진입을 원천봉쇄할 계획을 세웠다.

 

정우식 법회추진위 상황실장은 "이명박 정권의 종교편향 발언과 움직임에 대해 아무런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이 없이 그저 '잘 봐 달라'는 식으로 방문한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차장 앞을 가로 막았다.

 

총리실 경호원들이 미리 와 조계사의 상황을 점검했고, 결국 한 총리는 방문이 어렵다고 판단해 갑자기 조계사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한 총리의 '불심 달래기' 계획은 이처럼 싱거운 해프닝으로 마감됐다.  

 


#불교#조계사#시국법회#수경#한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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