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통합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장을 찾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누구든지 대화와 타협을 잘 하는 사람이 (민주당 대표로) 나서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손학규·박상천 대표, 원혜영 원내대표의 연설을 들은 뒤 대회장을 빠져나가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여당의 대표가 제1야당의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희태 대표 "국회 빨리 열리게 되길"... 등원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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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또 "야당이 튼튼해져야 여당이 더 튼튼해질 것 아니냐"며 "(여당과 야당은) 국정을 이끄는 두 바퀴다, (민주당이) 건전하게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등원을 촉구했다. 박 대표는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국회가 빨리 열려서 국민에 대한 책무를 다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민주당 대표 후보들이 저마다 '박희태 대표의 맞수는 나'라고 강조하더라"라는 기자의 말에 미소 지으며 "제가 민주당에서 굉장히 인기가 좋다더라, 그래서 오늘도 내가 온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표와 함께 전대를 방문한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도 "야당이 튼튼하고 건강해져야 여당도 튼튼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며 새 지도부를 뽑는 민주당에 축하의 말을 남겼다. 또 맹 수석은 "정치가 올바로 설 수 있도록 앞으로 서로 대화하는 야당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야당으로 우뚝 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지도부, 대통령·여당 비판... 박희태·맹형규, 어색한 미소만

그러나 박 대표와 맹 수석은 민주당 지도부의 연설에는 최대한 박수를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손학규·박상천 대표, 원혜영 원내대표 등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강하게 성토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이명박 정권의 독선과 무능이 그 자체로 우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정부가 잘못해도 국민이 민주당에 의지할 수 있도록 대안정당의 신뢰를 드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의원들을 비롯해 주요 당직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연단이 바로 보이는 내·외빈석 맨 앞자리에 앉았던 박희태 대표와 맹형규 수석의 얼굴에 다소 불편한 심기가 흘렀다. 두 사람은 박수를 치지 않은 채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박상천 대표는 특별히 박희태 대표의 이름까지 언급하며 정부에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했다.

박상천 대표는 "박희태 대표는 본인이 주장하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답게 국민의 뜻을 받들어 '쇠고기 정국'이 타결되도록 적극 노력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박 대표는 "여당의 대표가 그런 뜻을 가질 때 민주당은 원내에 등원해 (원내·외) 병행 투쟁을 할 것"이라며 "그러나 (여당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등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 듣던 박희태 대표는 고개를 숙이며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원혜영 원내대표의 발언은 더욱 강도가 높았다. 원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폄하한다, 그러나 경제는 IMF 이전으로 돌아가고 사회는 87년 이전으로 20년을 퇴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원 대표는 "우리는 81석의 소수야당으로 18대국회를 시작한다. 그러나 국민이 함께 해주면 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오만과 독선을 반드시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희태 대표와 맹형규 수석은 원 대표의 연설 내내 박수를 치지 않았다.

이날 두 사람의 방문에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촛불정국에서 야당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번 방문이 '보여주기식 제스처'가 아닌 진정성을 가지려면 한나라당이 국민과 야당의 목소리에 답하는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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