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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5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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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승리했다

지난 7월 5일 촛불집회에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국민승리"를 선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 계속 들면 경제에 좋지 않다"는 동문서답 뿐이다. 경찰당국은 한술 더 뜬다. 지난 6일 서울광장을 원천봉쇄했다. 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평화집회를 이끈 종교인들마저도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큰소리다.

촛불 더 들라고 또 자극한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그렇다고 국민들마저 막 갈 수는 없다. 그래서 두 달여 힘든 것 참아가며 굴하지 않고 평화의 촛불을 들었다. 참자. 하지만2008년 대한민국에서 국민하기 참 힘든 것도 사실이다. 

국민은 이미 승리했다. 이 대통령의 패배를 인정하는 말이 없다한들 이미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광화문에 명박산성 쌓는 순간 이 대통령은 스스로 패배를 시인한 것이다. 또 국민의 대통령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2008년 촛불 든 평화집회를 군홧발과 방패로 진압하는 순간 국민들과 등을 졌다. 

사실 지금까지 촛불을 놓고 싶어도 자꾸 들게 부추긴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입과  내각의 부실한 정책, 그리고 대통령의 손과 발이 되어준 80년대식의 경찰과 검찰의 행태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그것을 모른다.

'눈은 있되 보지 못하고, 귀는 있되 듣지 못하고, 머리는 있되 쓸 줄 모른다. 입은 있되 혼잣말만 중얼거린다!'

취임 100일을 넘긴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과정을 본 국민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2MB(2메가바이트)라고 이구동성으로 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업자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 또 경제를 살리겠다. 믿어달라'고 말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그 말은 '속아 달라'는 말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촛불 든 국민들은 '뻔히 알면서 더는 아이들 건강과 우리의 미래마저 모른 체하며 속아줄 수 없다'는 심정이다.

 7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한 가운데, 시청역 구내에 경찰이 진입해서 시민들이 서울광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계단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7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제61차 촛불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한 가운데, 시청역 구내에 경찰이 진입해서 시민들이 서울광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계단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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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무엇을 배웠나?

지금까지 끈질기게 저항했다. 그 다음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 되돌아 보자. 지금까지 촛불을 통해 과연 무엇을 배웠고 한계는 무엇인가.

첫째, 투표의 가치를 뼈저리게 느꼈다. 잘못 뽑고 나면 국민이 얼마나 고생스러운지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어른들이 이명박 뽑아서 우리가 지금 이 고생이다"며 촛불 든 여중생들의 지적에 부끄러움도 느꼈다.

둘째, 정치 무관심의 극복이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국민 건강을 스스로 지키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꾸어 보겠다며 평화의 촛불을 들었다. 미래세력인 중고등학생들이 집단지성을 깨웠다. 아직 대한민국이 희망이 있다는 소리다.

셋째,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신문들의 실체를 국민들이 알았다. 국민들의 생각을 담아내지 못하고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는 '심증'을 넘어 두 눈으로 확인한 기회였다. 일제 때는 반민족행위를 하고 독재정권에서는 그들의 주구가 되어 국민들의 눈을 멀게 한 이들의 행적을 이제 중고등학생들도 알게 되었다.

또 지난 10년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어지간히 노력한 것도 이제는 국민들이 알았다. 누구도 깨지 못할 것 같던 '조중동'의 아성이 집단지성의 외침 앞에 광고가 기존의 절반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무너졌다. 또 조중동은 어린 미래의 독자들도 잃었다.

넷째, 지난 10년 경찰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 주장이 헛된, 그들만을 위한 외침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80년대식 폭력진압을 서슴지 않는 경찰, 청와대와 법무장관이 검찰출신으로 채워지자 스스로 코드 맞춰 촛불 든 국민들에게 '배후세력 추적해서 엄단'하겠다고 겁주는 검찰총장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에 순종하는 평검사들의 침묵을 보았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을 넘어 영혼이 맑지 않은 공무원들을 눈으로 확인했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우리 스스로 깨달았다. 국민들의 직접적인 의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정치권력이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당선되고 나면 그만'이라는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을 하며 답변자료를 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을 하며 답변자료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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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문화축제로 돌아가자

한계도 있다. 촛불로 준비 안 된 이명박 정부를 몰아낼 수는 없었다. 촛불이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해 가고 있다지만, 엄격히 말하면 촛불은 직접민주주의가 아니다. 항의 수단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저항일 뿐이다. 미국과 재협상을 스스로 할 수도 없다. 국민의 말을 듣지 않는 청와대로 향하는 걸음이 경찰에 막힐 뿐이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데 촛불로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도 없다. 이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아쉽게도(?) 대의민주주의와 정당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세계의 민주 국가들도 모두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다. 현대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와 정당민주주의 일 수밖에 없다. 국민이 모두 나서 국가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두 달 넘게 촛불 든 수백만이 모여서 끊임없이 정부에 항의하고 저항하는 모습을 보고, 분명 현대국가에서 불가능해 보이던 직접민주주의가 다시 꿈틀거린다고 흥분할 수도 있다. 두 달여 국민 스스로 평화적으로 촛불을 든 대한민국 저력이 대단할 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그렇다.

대책위의 국민승리 선언 이후, 촛불의 향방을 두고 촛불 든 국민들의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제 끄자"는 주장도 있을 수 있고, "더 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우리 촛불 들만큼 들었다. 과히 초인적인 힘이다. 지금 촛불을 놓는다고 해서 이명박 정부에 국민들이 지는 것이 아니다. 촛불은 단지 상징일 뿐이다. 촛불 든 민심의 의중을 모르는 청와대를 향해 더 든다고 해서 바뀔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다. 자리에서 물러날 이 대통령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촛불을 든 이제까지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우리 가슴속에 촛불은 계속 켜 놓자. 이제까지 촛불 숫자로 정부에게 보여 줄 만큼 보여 주었다. 촛불 숫자가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귀 막고 눈 가린 정부에 국민들이 할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눈물나게 저항하고 호소했다.

이제는 상징적으로 청와대 앞과 서울광장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그 날까지 1인시위를 하자고 제안한다. 1인시위는 집회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집회신고도 필요없다.

이제는 정말 문화축제로 돌아가자. 가끔 한달에 한번이고 주말에 모여 이명박 집권 남은 4년 7개월여 재치넘치는 정치풍자와 패러디로 경고하고 잘못하는 것 있으면 시원하게 비웃어 주자.

 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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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의사 다시 물을 수 있는 의원 내각제 필요

박정희 군사정부 이래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제의 제왕적 행태를 지우기 위해 지난 10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절대 다수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데도 대통령의 독단에 따라 국가가 운용될 수 있다는 끔찍한 현실을 보고 있다.

대통령제의 부작용에 국민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이제 의원내각제 개헌을 고려할 때다. 이번 광우병 의심 미국 쇠고기 파동에서 본 것처럼 국민 절대 다수가 불신임하는 여론이 형성되면, 의회의 불신임에 따라 내각이 총사퇴하고 국민의 의사를 다시 물을 수도 있는 의원내각제 개헌이 더욱 절실해졌다.

일부에서 국민투표를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버티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투표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다. 그래도 국민들을 무서하기라도 했던 노태우, 일명 '물태우' 대통령과 같은 현실인식을 이 대통령에 기대할 수도 없다. 또 국민투표는 현실적으로 그 결과에 어떠한 법적 구속력도 없다. 단지 참고사항일 뿐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이번 국회에서 의원내각제 개헌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개헌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자연스레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도 1년 정도 단축시키는 효과도 있다.

지금까지 국회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먹고 살기에 바쁜 국민들이 어려움 감수하고 국회의 역할을 지금까지 대신해 왔다. 이제 국회가 나설 때다. 어중간하게 나서서는 안된다. 민주당 등 야당도 중요하지만, 한나라당도 이명박 지키기에 급급해서는 안된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한번 하면 떠날 사람이지만, 국회의원들은 또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두 달여 촛불 든 민심을 국회에서 어떻게 반영하는지 유권자들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마음에 촛불 밝히면서 국회를 지켜보자

촛불든 수고한 당신, 이제 잠시 쉴 때도 됐다. 이제부터 편하게 즐기면서 촛불을 이어가자.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청와대 앞 '1인시위'도 좋다. 그 1인이 그냥 1인가.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의 민심을 담은 '1인시위'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내내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잠시 국회가 청와대와 싸울 수 있도록 하자. 마음에 촛불 밝히면서 국회가 어떻게 하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자.

우리는 이미 대승을 거두었다. 집단지성이 침묵하는 지식인을 깨우고 대한민국이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렸다. 초·중·고등학생까지, 아니 유모차에 몸을 실은 우리의 미래가 두 눈으로 몸으로 민주주의를 배웠다. 대한민국 4년 7개월만 남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이후 대한민국 미래도 얻었다. 이 얼마나 큰 대승인가.

덧붙이는 글 | 남경국 기자는 독일 쾰른대학교 국가철학 및 법정책 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국민승리#의원내각제개헌#촛불민심#국회#대한민국미래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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