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가 되고 싶으세요?”
“성공하고 싶으세요?”
“그럼, <내 인생에서 놓쳐서는 안 될 1%행운>을 읽으세요. 그리고 그 원리를 따르세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그러나 그게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하네요. 42명이나 되는 주인공들이 이 책에서 걸어 나와 그걸 증명하려고 애쓰네요.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가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가지고 나와 독자의 손을 잡아주네요. 아주 따스하게.
이 책은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씨가 번역했어요. 한동안 원 번역자가 따로 있다고 해 대리번역 논란을 일으켰었죠.
고도원씨는 ‘초벌 번역은 우리나라 최고 번역가의 한 분이신 안종설님에 의해 이뤄졌다’고 밝혔어요. 1쇄 때 없었던 공동번역자 안종설씨 이름이 3쇄부터는 책 표지에 올랐더군요.
실은 저자도 1쇄에는 베스트셀러 <영혼을 위한 닭고기수프> 시리즈의 잭 캔필드와 마크 빅터 한센만이 저자인 듯 썼는데, 3쇄부터는 맨 뒷장에 다른 5명의 지은이를 소개했더군요. 고의든 아니든 이런 식의 고질적인 병폐는 빨리 출판계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명세를 업고 장사하려는 심보는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죠.
운명의 하루, 1%의 행운
지금은 버젓한 CEO가 되었거나 돈을 많이 번 이들, 소위 성공한 이들의 좌절, 두려움, 시련을 딛고 선 이야기가 핵심이에요. 그런데 그들 속에 흐르는 맥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어느 날 섬광 같은 번뜩임이 있었다는 것이죠. 누구에게나 이런 행운이 찾아오는데 다만 그 행운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라네요.
잭 캔필드(Jack Canfield)나 마크 빅터 한센(Mark Victor Hansen)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독수리처럼 나비처럼- 성공의 원리> <미래를 여는 집중의 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꿈의 정원사> <로맨틱 소올> <엄마 힘내> 등 무수한 저작들을 통하여 성공의 원리를 제시하는 성공학 대가로 자리를 굳힌 이들이죠.
이들과 공동저자들은 42명의 주인공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전해 주는 메신저들이네요. 그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요. 그러니까 정작 이 책의 주인공은 42명의 성공한 사람들이죠. 그들은 운명의 하루, 그 하루의 1% 행운을 그냥 보내지 않고 잡은 사람들이고요.
스토리가 거의 ‘밑바닥의 좌절, 어느 날 갑자기 행운이 찾아옴, 그 행운을 잡음, 대단한 성공을 거둠’ 이런 형식이다 보니 처음 몇 이야기는 신선하다가 그 다음부터는 뻔 한 스토리 전개 때문에 금방 질리네요. 그러나 나름대로 이야기들의 품은 뜻은 분명하네요.
27년간의 결혼생활을 파경으로 마감하고 다리까지 부러져 도와 줄 강아지 젤다를 구하여, 젤다와 애완견 경연대회에 나갔다가 우승한 것(이날이 운명의 하루)이 계기가 돼, 젤다를 이용한 캐릭터 카드 사업으로 일약 백만장자가 된 ‘젤다 위즈덤’의 캐롤 가드너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진리를 전하네요.
“날씬하고 돈이 많은 젊은 사람들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P.27)
성공이 무엇인가?
이 책을 읽는 내내 혼란스러웠어요. 저자들의 네임 벨류가 하도 뛰어난지라 이 책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제 경우는 아니었어요. 솔직히 고도원씨도 기대했고요. 그러나 조금은 지루한 독서였을 뿐이에요. 그건 아마도 책이 규정하는 성공이 제가 추구하는 성공하고 많이 달라서 그런가 봐요.
성공이란 쉽게 말해 자신이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거든요. 근데 책의 주인공들이 목적하는 바는 보이는 세계요, 쉽게 말하면 돈이나 지위였거든요. 그게 저하고는 영 안 맞아서요. 42명의 기업가들에 대한 기록이다 보니 그들의 성공이란 게 저에게는 공허한 외침이었거든요.
어느 날 번뜩이며 지나가는 천둥 같은 아이디어(행운)를 잡는다는 면에서는 부인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그것을 왜 잡아야 하고, 그것 때문에 왜 그리 버둥대야 하는 것이냐 하는 것이 문제에요. 돈을 벌기 위해서요? 그럼 사람은 돈 버는 기계이고, 온갖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그 기계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면 인생은 성공하는 것인가요?
성공에 대한 개념 정립이 다르다 보니 그 이야기 속의 역경을 이긴 이들이 견뎌낸 고난이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는 거죠. 실은 <1% 행운>은 그들의 삶을 카피하라고 하거든요. 근데 책을 다 읽고 덮은 후에도 그들의 삶을 카피할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으니 어쩌죠.
<내 인생에서 놓쳐서는 안 될 1%행운>
책의 주요 내용 |
1장 함께해서 가능하다
2장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3장 우리는 녹슨 삶을 두려워한다
4장 살아가라,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은 것처럼
5장 가난해도 부자의 눈을 잃지 마라
6장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
7장 지금 있는 것들에 감사한다
8장 행운은 만드는 자의 것 |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하찮다는 게 아니에요. 이 책은 틀린 게 아니고 제 생각과 다른 거지요. 그러나 같은 목적을 성공이라 규정하는 이들에게는 인생 지침서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목적이 다르더라도 책 사이사이에 든 보석글들이 있어 좋아요. 예를 들면 이런 거지요.
“달을 향해 쏘아라. 설령 빗나가더라도 별은 맞힐 수 있을 것이다.”(레스 부라운) P. 177.
“사람들은 흔히 시간이 가면 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앤디 워홀) P.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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