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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대전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으로 의정운영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민단체들이 '의회 정상화를 위한 공동조사'를 제안했으나, 대전시의회가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지난 달 대전시의회는 의장 및 의장단 선거를 벌이면서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치열한 계파싸움을 벌였다. 그 결과 김남욱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되는 등 주류 측 의원들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등 모든 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비주류 측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의장선거 과정에서 부정이 저질러졌다"고 고발했다. 또한 법원에 투표함 증거보전을 신청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주류 측으로 분류되는 감표위원이 투표용지에 감표위원 도장을 찍으면서 특정한 표시를 남겨 비밀투표 원칙을 어겼다는 것.

 

이에 대해 법원도 이들의 증거보전 신청을 받아들여 현장검증에 나섰고, 결과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은 채, '입법기관 내부의 문제이므로 스스로 해결하라'는 권고만 남겼다.

 

이에 따라 주류 측은 비주류 측과의 대화를 통해 감표위원으로 참여한 의원이 상임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조건으로 사태를 무마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던 김태훈 의원이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본인에게 씌워지는 상황에 대해 너무 억울하다"며 "사퇴는 선출직의원으로서 제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사퇴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결국, 김 의원의 반발로 '봉합국면'으로 치닫던 대전시의회 파행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봉착했다.

 

이처럼 대전시의회 파행이 좀처럼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자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와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대전충남녹색연합 등 대전지역 1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들은 8일 오전 김남욱 대전시의회 의장을 면담하고 "의회 정상화를 위한 부정투표 의혹에 대해 공동조사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제안서를 통해 "민의는 외면한 채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는 작금의 대전시의회 의원들의 행태는 과연 민의를 대변하는 주민의 대표들인지를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며 "지금 시민들은 시의회와 시의원들에 대한 분노와 실망으로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내뱉고 있는 설정"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어 "이번 대전시의회의 장기파행 근본 원인이 의장단 선출 및 원구성 과정의 문제점과 의원들 스스로 제기한 부정투표 의혹 때문이라는 점에서도 '자리타협'이 이번 문제해결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특히, 이러한 대전시의원들의 당당하지 못한 비겁함에 시민들은 허탈하다 못해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에 우리는 대전시의회 정상화를 위한 부정투표 의혹에 대한 공동조사를 대전광역시 의회에 공식적으로 제안한다"며 "이번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의 관건은 투표용지 확인(무기명비밀투표 보장 여부)이라는 점에서 당사자(시의회 의원)와 제3자(언론인, 시민단체 대표 등)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구성, 진상을 밝히자"고 제안했다.

 

 

대전시의장 "법원의 권고도 있고... 투표함 공개는 어렵다"

 

이에 대해 김남욱 의장은 "이유가 어찌됐든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의원들 간 약간의 견해차이가 있었지만, 이제 거의 갈등이 해소되고 있으니 조금 시간을 두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구성 과정에서 이번과 같은 혼란이 다시 빚어지지 않도록 의회 내에서 특위를 구성, 제도개선에 나설 예정"이라며 "특위 안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의장단선거 뿐만 아니라 의회 운영에 관한 모든 의견을 수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부정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관련해서는 의원들 간 이견이 있어서 쉬운 일이 아니"라며 "투표함 공개에 대해서는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도 비공개를 권고하고 있고, 이를 이미 확인한 재판부도 입법기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한 만큼, 이를 공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답변에 대해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원구성 이전에도 시민단체가 제도개선을 요구했지만, 이를 묵살하고 이런 파행사태를 불러오고 말았다"며 "의장님의 말대로 내부적으로 원만하게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은 그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현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도 "선거부정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시민들에 대한 시의회의 위상은 결코 바로서지 못할 것"이라며 "시의회와 시민단체가 함께 진상을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시민들의 의혹을 해소시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시민단체의 주장이 구구절절 옳은 소리이지만, 시의회도 일반적인 사회규범과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의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러울 따름"이라고 '공동조사 거부'를 분명히 했다.

 

이처럼 대전시의회가 시민단체의 공동조사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의혹이 사실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의혹을 덮으려는 '공개거부'가 의혹을 더욱 키운 셈이 된 것.

 

한편, 시민단체 대표들은 "시의회가 공동조사를 거부한다면 결국 사법당국의 개입을 통해서 진실을 규명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혀, 조만간 검찰 고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전시의회#김남욱#의장선거#선거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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