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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를 떠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아들에게 소식이 없다.

 

비록 국내에서 하는 캠프지만 잘 지내고 있는지, 폭염에 더위 먹지는 않았는지, 모기에 물리지는 않았는지 아들을 '짝사랑'하는 엄마는 날마다 속이 탄다. 해마다 학교에서 수련회를 떠나도 중학생인 아들은 친구들과 지내는 시간이 얼마나 즐거운지 엄마와 연락하기를 잊은 지 오래다.

 

얼마 전 친구들과 차를 마시며 우스개 소리로 요즘 엄마들의 메달 이야기가 나왔다. 여권이 신장되고 학교에서 수행평가며 각종 고시에서 야무지게 1등을 잘 해내는 여자 아이들 덕에 아들보다는 딸 가진 엄마가 복이 많다고 한다.

 

한 친구가 말했다.

"요샌, 딸 하나 그 다음 아들이 금메달이야! 누나가 남동생 돌봐주기도 하고 가정이 부드럽고도 순조롭게 흘러간대."

"그럼 은메달은?" 내가 물었다.

"응 그건 딸만 둘 있는 경우래, 뭐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럭 저럭 우수한 편이라고. 그리고 동메달은 아들하나 딸이야 아들이 오빠면 아무래도 동생을 야무지게 안 챙기니까 금메달 감은 아니지."

"그럼 난 뭐야?" 아들만 둘인 내가 물었다 .

"응~ 아들 둘은 글쎄 목매달이래 하하."

 

좌중은 모두 공감한다는 듯 폭소를 터뜨렸지만 마음이 괜시리 울적해졌다. 남자아이들은 도전정신이 강해서 좀 더 위험한 일도 많이 생기고 힘들게 키운다는 의미로 나온 말일 것이다.

 

지난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 워터큐브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남자수영 400미터 결승에서 박태환선수가 150미터부터 1위를 지켜 3분 41초86으로 아시아신기록을 세워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태환 선수의 우승 뒤에 함께 감격의 눈물을 보이는 부모님의 얼굴이 화면에 비쳤다. 박태환 선수는 처음부터 수영을 위해 태어난 몸이 아니었다고 한다. 7살에 천식을 앓아 의사의 권유로 수영에 처음 입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치료목적으로 시작한 수영에 두각을 보이자 박태환의 부모는 본격적으로 수영을 가르치게 되고 재능을 보였던 박태환 선수는 마침내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게 되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며 딸보다는 더 많은 책임감으로 자식을 키워야 하는 아들 가진 엄마의 마음이 진하게 내 가슴을 두드린다. 하지만 이런 아들들이 자라서 금메달도 따고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 하는 일을 하지 않던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아들만 넷을 둔 나의 시어머니 생각이 난다. 아들 넷을 아무 불편 없이 훌륭하게 키워오신 나의 시어머니! 도시락을 싸야 했던 우리들의 학창시절 야간 자율학습까지 하루에 최고 15개의 도시락을 싸기도 했다고 한다.

 

동병상련의 마음이 들어서인지 남편은 삼남이지만 내가 어머니에게 조금이나마 딸이 되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휴일 베이징 올림픽을 지켜보던 남편에게 대뜸 한 마디 충고를 건넨다.

 

"여보  적어도 사흘에 한 번은 꼭 어머니께 전화 드려요 .네?"

 

덧붙이는 글 | 없습니다. 


#아들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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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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