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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11일 오후 국회 '공기업 관련 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장.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오전에 발표된 정부의 1단계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 관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한 비판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여야 모두 '용두사미'를 우려했다.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기업 개혁을 제대로 이룰 수 있겠느냐"며 날카롭게 비판했다.

 

41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번 1단계 방안은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27개 기관의 민영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 ▲12개 기관에 대한 기능조정 등의 내용을 담았다.

 

"용두사미"... 여야 구분 없이 공기업 선진화 방안 비판

 

 

이에 대해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의 정책 의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보은 인사를 떨쳐버리기 전에는 부조리를 막을 방법이 없다, 보은인사를 막아야 통폐합·기능조정 등의 선진화가 제대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이한구 의원의 비판 강도가 셌다. 이 의원이 "선진화의 기준이 뭔가"라고 물었으나, 오연천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장은 답변을 제대로 못했다. 대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영화·통폐합·경영효율화를 합친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선진화 방안을 1~3단계로 나눈 것과 관련, "각 단계 구분의 기준은 뭔가? 1단계는 제일 만만한 공기업 자회사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인가? 잔가지만 치겠다고 하면 공공기관 혁신이 되겠느냐"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강만수 장관은 "하나의 전략전술"이라고 답했고, 이 의원은 "주공과 토공 통합 등은 공기업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했는데, 쉽지 않다는 것 아니냐"며 "다른 기관의 경우도 공론화 과정 거치다가 저항이 심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어 그는 "통합만 하면 선진화냐? 기준을 분명히 정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보여야 한다"며 "해외 진출 활성화 검토 내용도 있는데, 공기업들이 국내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이게 무슨 엉뚱한 일인가"라고 말했다.

 

오연천 위원장 자격 논란... 야당 "사퇴해야"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오늘 발표한 내용을 보면, 공기업들이 지금 어떤 실태에 있고, 어떤 공기업은 왜 1단계에 포함되고, 왜 민영화를 하고 통폐합을 하는지, 그러한 데이터가 하나도 없다"며 "국민과 국회에 대한 책임 있는 자료 제출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박영선 의원은 "공기업 선진화를 위해 방만 경영을 지적했는데, 그런 문제에 대한 개선책이 하나도 없다"며 "잘 나가는 몇 개 회사의 자회사를 팔면 이러저런 이권 개입이 일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특위에서는 오연천 위원장이 산업은행과 두산중공업의 사외이사인 점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날 발표된 산업은행은 민영화 대상 공기업이고, 두산중공업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든 회사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음양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의심이 간다, 내부정보를 유출할 수 있지 않느냐"며 사퇴를 촉구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도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만수 장관은 "그럴 만한 사유가 없다"고 밝혔고, 오연천 위원장은 "적절한 시점에 판단하겠다"고 전했다.

 

 

"공기업 선진화 대상은 100곳"

 

이날 정부가 발표한 1단계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자회사를 포함하는 산업은행(분할 예정인 한국개발펀드 제외), 기업은행과 그 자회사, 인천국제공항(지분의 49%) 등 27곳을 민영화 할 계획이다.

 

연내 매각이 마무리되는 대우조선해양과 쌍용건설을 포함, 외환위기 때 일시적으로 공공부문에 편입된 기업도 포함된다. 민간부문과 경합되는 한국문화진흥(뉴서울CC 골프장 포함)·한국자산신탁·한국토지신탁·한국건설관리공사·경북관광개발공사도 민영화 대상이다.

 

주공과 토공의 경우 통폐합 방침을 세웠지만, 추진 방식 등에 대한 폭 넓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개토론회가 개최된다.

 

공기업 12곳은 기능 조정을 통해 경영효율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건강보험공단·근로복지공단의 4대 보험 징수업무를 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한국관광공사·석유공사·광업진흥공사의 비핵심기능을 축소할 예정이다.

 

정부는 2단계 선진화 방안은 8월말, 3단계는 9월 초중순에 발표할 예정이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2차관은 "모두 100여개 안팎이 선진화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기업 선진화#공기업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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