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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오전 정연주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가 열리는 여의도 KBS본관 3층에 사복경찰들이 투입되어 항의하는 KBS 사원들과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정연주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가 열리는 여의도 KBS본관 3층에 사복경찰들이 투입되어 항의하는 KBS 사원들과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KBS 공권력 난입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경찰을 KBS로 끌어들인 유재천 이사장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초등학생 반성문보다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사원행동'(이하 사원행동)과 KBS 노조는 공권력 난입사건의 책임을 물어 유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8일 경찰 KBS 진입을 요청해 안팎으로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유재천 KBS 이사장이 11일 KBS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경찰의 신변보호요청은 우발적인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회의장 문 뚫릴 위기여서"

 

 유재천 KBS 이사장
유재천 KBS 이사장 ⓒ 권우성

유 이사장은 이날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난 8일 임시 이사회 때 신변보호를 요청한 당사자로서 사원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바로 자신이 신변요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사회 개최를 기다리는 이사들에게 이사회 개최를 저지하려는 직원들이 '밤길 조심하라'는 등 고함을 지르며 협박을 해 왔고 회의장 문이 이들 직원들에 뚫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었다.

 

오전 9시 35분쯤 안전관리팀장을 불러 바깥 상황을 물어보니 '10분 전부터는 시위 직원이 100여명으로 늘어나 최대한 버티고 있으나 자체 안전관리팀 60여명만으로는 이들 직원들을 진정시키기 어렵다'고 보고했고, 이사님들의 의견도 신변보호를 요청하자는 것이어서 오전 9시 45분쯤 영등포 경찰서장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유 이사장은 또 "이번 경찰 도움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경찰이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대표 언론기관 KBS에 들어왔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사원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 "유재천 해명, 초등학생 반성문보다 못해"

 

 지난 8일 오전 여의도 KBS본관에 공권력이 투입된 가운데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이 통과된 가운데, 민주광장에서 기자, PD, 일반직원 등 KBS직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누리꾼들이 모여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여의도 KBS본관에 공권력이 투입된 가운데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이 통과된 가운데, 민주광장에서 기자, PD, 일반직원 등 KBS직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누리꾼들이 모여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하지만 이에 대해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은 "사전에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그 날 오전부터 '민주광장(현 본관 2층 시청자광장)'에 대기하고 있던 1500명의 경찰들은 무엇이었냐"고 따져물었다.

 

김 회장은 이날 저녁에 KBS 앞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사원행동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이사장이 무서웠는지 안전관리팀장을 3번이나 불러 '막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다 세 번째 확인 때 안전관리팀장이 '조금 밀렸다'고 말하니 바로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유 이사장은 당시 옆에 배석하고 있던 영등포서 정보과 형사가 경찰력 보호 요청에 대해 '언론사에 경찰력을 투입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답하자, 직접 영등포서장을 이사회장으로 불러 '공식요청한다, 경찰을 투입하라'고 말했다"며 "아마 유 이사장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한 것인지 모를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이어, "요즘 초등학생도 이것보다는 반성문 잘 쓴다, 요청해놓고 보니 미안하다. 몰랐다. 다음부터 안 그러겠다, 수준이 너무 낮다"고 성토했다. 또 마지막으로 "의결기관에 불과한 이사회가 경찰을 KBS 내로 불러들인 것은 직권남용이고 월권"이라며 "법률 검토가 끝나는데로 확실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가 이날 영등포서에 보낸 질의서의 내용 역시 김 회장이 지적한 부분과 동일하다. 이 질의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8시부터 KBS 내에 들어와 있었다.

 

KBS는 이 질의문에서 "취재된 바에 의하면 KBS 이사장의 공식 요청은 9시 50분경으로 알려져 있으나 오전 8시 경 KBS에는 이미 상당수의 경찰이 들어와 있었다"며 "이같은 조치는 무슨 이유로 어떤 근거에 의해 이뤄졌는지 설명을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지난 8일 이사회장에는 KBS 이사장의 신변보호 요청 이전에 '제○○'라는 경찰 간부가 이미 참석해 있었다고 하는데 사실이냐"며 "사실이라면 무엇 때문에 경찰 간부가 이사회에 참석했는지, 또한 어떠한 근거로 그러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설명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유 이사장 해명, 사실과 다른 부분 많아... 논란 더 커질 듯

 

결국 유 이사장이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문제는 오히려 진실공방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특히 사원행동은 이와 관련해 유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6명뿐만 아니라 유 이사장의 불법적인 지시를 수행한 안전관리팀장, 영등포 경찰서장 등에게도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오는 13일 'KBS 공권력 난입 규탄 및 낙하산 사장 임명저지 결의대회' 개최를 선언한 KBS 노조도 이날 특보를 내고 "이사회는 경찰력을 끌어들여 공권력의 비호 속에 방송의 정치 독립을 훼손했다"며 이사회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KBS#언론장악#정연주해임#유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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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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