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발레는 무척 난해한 예술이다. 그러나 쉽게 생각하면 발레도 무용의 한 분야에 지나지 않는다. 클래식은 좋은 음악으로 감상하면 되고, 발레는 인간의 몸짓으로 아름다움을 전달해주는 무용으로 느끼면 그만이다. 발레를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내용을 알고 가는 것이다. 몇 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내용을 갖고 있으며,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고 감상하면 한결 재미있고 쉽다.

지난 8월 23일과 24일, 양일간에 걸쳐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고전 발레극 <지젤>은 환상적인 무대와 아름다운 무용을 부산 관객들에게 선보인 꿈의 무대였다. <국제신문>이 부산시와 공동으로 주최한 이 발레극은 국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들이 출연한 역작이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주목받은 인물은 알브레히트역을 맡은 발레리노 김용걸이었다.

 지젤과 알브레히트
지젤과 알브레히트 ⓒ 김대갑

부산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용걸은 동양인 최초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솔리스트가 된 세계적인 발레리노라고 한다. 부산에서 이런 세계적인 발레리노가 탄생한 것은 우리 고장의 자랑이라고 할만하다. 또한 지젤역으로는 김주원과 윤혜진이 출연하였는데, 23일에는 윤혜진이 24일에는 김주원이 출연하였다. 김주원은 얼마 전에 발레리나로서는 드물게 패션잡지 보그에 상반신 누드를 찍은 것으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지젤은 총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막은 시골 처녀 지젤과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가 사랑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알브레히트는 귀족 신분을 속이고 지젤과 사랑을 속삭이는데, 지젤을 짝사랑하는 힐라리온의 질투로 인해 알브레히트의 정체가 드러나고 만다. 또한 알브레히트에게 약혼녀가 있음이 알려지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지젤이 광란에 빠져 심장마비로 죽고 만다.

 화려한 군무
화려한 군무 ⓒ 김대갑

제1막은 민속적인 색채가 가득 넘치는 무대인데, 소박한 시골 마을의 정경과 귀족들의 화려한 복장이 무대를 수놓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막의 시작과 중간 지점에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파드 되(2인무)는 절창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또한 시골 처녀들의 역동적인 군무가 눈길을 사로잡기도 하며 사냥터 관리인 힐라리온의 발레 동작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제2막은 윌리로 변신한 지젤과 윌리들이 하얀 튀튀 로맨틱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환상적인 무대이다. 윌리는 결혼을 앞두고 죽은 처녀가 요정으로 변한 존재이다. 이 윌리들은 사랑을 배신한 남자들을 죽을 때까지 춤추게 만드는 무서움을 지니고 있다. 지젤을 죽게 만든 힐라리온이 윌리들에 끌려 늪 속으로 사라지고, 알브레히트가 지젤의 무덤에서 지젤의 망령과 만나는 장면들이 2막의 주요 내용이다.

마지막 장면은 무척 감동적이다. 윌리들의 수장인 미르타가 알브레히트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자, 지젤이 알브레히트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아침까지 알브레히트와 춤을 추는 것이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돌아가는 지젤을 붙잡으려는 알브레히트, 지젤은 이별의 미소를 날리고 만다.

 지젤의 무대
지젤의 무대 ⓒ 김대갑

1막의 무대가 밝고 화창한 마을이라면 2막의 무대는 음산하고 어두운 묘지이다. 푸르스름한 새벽녘의 색채감에서 춤을 추는 지젤과 요정들의 군무는 지극히 환상적이다.

한여름 밤의 발레무대는 관객들의 브라보 열창으로 막을 내렸지만 그 아름다운 선율과 율동은 항도 부산의 밤을 문화의 열기로 가득 차게 했다. 발레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접할 수 있는 대중예술임을 실감케 해 준 무대가 바로 <지젤>이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함



#지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