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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륭전자 비정규직 문제 관련 긴급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륭전자 비정규직 문제 관련 긴급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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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자신들이 비정규직이라는 사회적 약자임을 부각시키면서 법을 무시하는 극단적 투쟁을 하고 있다. 회사는 교섭의무가 없음에도 협력회사 고용을 제안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이 정규직화와 보상금만을 요구해 교섭이 결렬된 상황이다."

27일 오전 기륭전자 비정규직 문제 관련 토론회에서 노동부 담당자의 발언이 나오자 자리를 함께 했던 노동자들의 입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국가와 사회가 왜 존재하느냐"며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80일을 바라보고 있는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의 단식으로, 최근 기륭전자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사회 원로들까지 나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사태 해결의 한 축인 노동부는 요지부동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대법원에서 이미 이들의 해고는 부당하지 않다는 판결이 났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노조 요구 수용하면, 잘못된 노동운동 계속된다"

이날 오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기륭전자 비정규직 문제 관련 긴급토론회'는 기륭전자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법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윤종희(39) 기륭전자 조합원은 "불법 파견 판정을 받았더니 해고로 모두 거리에서 쫓겨났다, 차라리 '불법 파견 진정을 넣지 않았다면…' 하고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많은 참석자들은 "현행법으로는 사태를 해결을 할 수 없다"면서 "사회적인 합의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노동부의 역할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노동부에서 나온 임동희 노사갈등대책과 서기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극단의 투쟁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노조에서는 조합원들이 억울하게 됐다고 했는데 대법원에서 이미 법적 다툼이 마무리됐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무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임 서기관은 이어 "노조는 자신들이 비정규직이라는 사회적 약자임을 부각시키면서 법을 무시하는 극단적 투쟁을 하고 있다"며 "회사는 교섭의무가 없음에도 협력회사 고용을 제안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이 정규직화와 보상금만을 요구해 교섭이 결렬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사측이 수용하면, 법을 무시하는 투쟁 지향적이고 잘못된 노동운동이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임 서기관은 마지막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의 기회가 지나가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조합원들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요구 조건을 낮추라는 의미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다른 참석자들은 노동부에 쓴 소리를 쏟아냈다. 참터 김철희 노무사는 "기륭전자가 불법 파견을 하는 방식으로 직접 고용 책임을 회피했으니, 직접 고용 요구의 근거가 상당하다"며 "행정당국에서 이를 인정하고 (사태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김기덕 변호사도 "법원에서 '불법파견과 정규직화는 관련 없다'고 하면 모든 문제가 끝나느냐, 회사는 불법 파견을 했고 노동자들이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노동부는 사측을 교섭장에 나오게 해서 어느 정도 타결할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임 서기관은 "노동자 편에 서려 하지만, 법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눈물 쏟은 조합원들... "우리 죽어보라는 건가"

 26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륭여성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원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륭여성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원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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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가 끝나고 방청석에 있던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 서기관을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조합원 박행란(46)씨는 "법대로 하면 우린 다 죽어야 한다, 노동부가 노동자를 1%라도 대변해줬나, 우리한테 법이 있나, 우린 종이컵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소리쳤다.

조합원 오석순(41)씨는 "이게 국가냐, 이게 사회냐"며 "죽어서라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고 싶은데, 죽어도 풀리지 않을 것 같다"며 "노동부 담당자의 말은 '너희들 죽어봐라, 그래도 해결되는 것 없다'는 비아냥처럼 들린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내 눈물을 쏟았고, 임 서기관은 노동자들의 성토에 황급히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문정현 신부와 효림 스님 등 사회원로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륭 여성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화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문정현 신부는 "유신 때 노동운동이 그렇게 탄압받고, 많은 이들이 실종되고 죽었지만,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행진이 계속됐다"며 "독재정권의 후예들이 다시 나타났지만,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 사회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명예의장인 효림 스님은 "(내가) 오늘 범불교대회를 주최한 공동대표인데도, 이 곳에 온 것은 기륭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비정규직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국가적인 과제"라고 밝혔다.

백기완 통일민족연구소장·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등 사회원로의 이름으로 발표된 기자회견문은 "64만원 받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80일 가까운 단식에도 어떻게 이렇듯 화답이 없는 냉담한 사회가 되었는지 비통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죽는 것 빼놓고 다 해보았다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마지막 단식으로써 절규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이성과 최소한의 양심을 믿는다"며 기륭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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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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