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것이 수없이 많다. 그 중에 하나가 '목화'다. 이 목화는 고려시대 원나라에 갔던 문익점이 붓대롱 속에 씨를 숨겨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재배에 성공, 온 나라에 목화씨를 퍼뜨린 것도 그의 공력이다.
목화는 오랜 세월 귀한 대접을 받았다. 옷감의 소재가 되고, 시골집 뜨락의 정원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목화꽃은 가을 농촌들녘의 단골이었다. 꽃이 진 다음에 열리는 다래도 있었다. 떨떠름하기도 하고 달큼하기도 한 그 맛의 여운은 진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수입 원면과 화학섬유에 밀려 재배면적이 줄기 시작했다. 80년대 이후엔 목화밭을 구경조차 하기 어려워졌다. 아이들도 책 속에서만 본 신기한 꽃 가운데 하나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다 목화밭을 만나기라도 하면 화들짝 반가운 추억이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는 가물가물 잊혀져 가는 이 목화를 실컷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전라남도 곡성군 겸면 목화밭이 그 곳이다. 목화축제를 위해 면사무소 직원과 주민들이 들녘에 부러 조성해 놓은 것이지만 면적이 드넓다. 모두 1만5천㎡에 이른다.
목화밭 사이를 거닐어본다. 다래가 지천으로 열렸다. 다래는 꽃이 진 뒤에 달리는 목화의 열매다. 하나 따서 쪼개보면 네 조각의 하얀 속살이 숨어있다. 나중에 익으면 솜으로 피어날 것들이다.
이 다래가 익어 벌어지면서 드러낸 하얀 솜꽃도 부지기수다. 목화잎도 빨갛게 물들었다. 벼논의 곡식이 누렇게 변색하고 있는 가운데 보이는 이 풍경이 이색적으로 다가선다. 목화꽃도 많이 피었다. 한 그루에 다래와 솜덩이가 함께 달려있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목화밭은 하천변에 조성돼 있어 바람도 시원하다. 군데군데 원두막도 설치돼 있어 운치를 더한다. 어른들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즐거워한다. 아이들도 책에서만 봤던 목화를 직접 확인하며 자연학습을 할 수 있다. 입장료도 없다.
하천둔치에는 또 목화공원이 조성돼 있다. 여기서도 목화를 볼 수 있다. 기장 등 토속농작물도 많이 심어 놓았다. 하천 뚝방길에는 코스모스와 야생화가 줄지어 서있다. 원두막 쉼터와 농작물 터널도 만들어져 있다.
목화축제는 9월20일부터 이틀 동안 이곳, 곡성군 겸면 칠봉리 목화공원 일원에서 펼쳐진다. 올해로 일곱 번째. 잊혀져 가는 옛 농작물인 목화를 배경으로 전통과 환경문제를 생각해보는 자리다. 목화밭을 거닐며 옛 추억도 더듬어볼 수 있다.
‘목화와 함께 그리운 옛 향수를 느껴보자’를 주제로 열릴 목화축제에 가면 목화종자의 파종에서부터 재배, 생산, 솜 타기의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수수, 기장 등 15종의 토속농작물과 금낭화 등 20여종의 야생화도 좋은 볼거리다.
소달구지 타기, 목화전시관 관람 등도 체험프로그램으로 준비된다. 심청마당극과 난타 공연, 불꽃놀이, 목화가요제 등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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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면사무소 직원과 주민들이 오는 9월20일과 21일 열릴 목화축제 준비를 위해 목화밭 사이에 난 풀을 베어내고 있다. |
ⓒ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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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라남도 곡성군 겸면은 호남고속국도 옥과나들목에서 곡성읍 방면으로 10분 거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