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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 소들이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소싸움 소들이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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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막을 내린 충북 보은에서 열린 한우축제. 6일 한우축제장을 찾았다. 보은한우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우농가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열리는 이 축제는 벌써 4회째를 맞고 있었다. 주요 행사로 전국 규모의 소싸움대회가 있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싸움소로 유명한 코끼리(의령)와 핵펀치(보은)를 비롯한 200여 두의 싸움소들이 출전하여 매일 밤 늦게까지 소싸움을 펼치고 있었다. 또한, 뿔이 하나뿐인 싸움소 '조국이'의 초청경기와 일본 소 와규(和牛)와 미국 소가 출전, 한일, 한미 싸움소의 국가 대결도 펼쳐졌다.

한우와 미국소 외양간에 있는 한우 야수와 미국소 알칸소의 모습
▲ 한우와 미국소 외양간에 있는 한우 야수와 미국소 알칸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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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펀치 보은이 자랑하는 싸움소(핵펀치)
▲ 핵펀치 보은이 자랑하는 싸움소(핵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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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이 펼쳐지는 이곳 경기장은 보은읍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보은읍 신함리)에 위치해 있는데, 야간에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돔 형태으로 지어져 있었다. 전국에서 출전한 싸움소들은 돔 구장 옆에 임시로 지어진 외양간에서 멋진 이름을 달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많은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아나운서의 소개로 사납게 생긴 싸움소가 경기장으로 들어선다. 경기장은 지름이 약 50m 정도 크기의 원형으로 되어 있고 바닦에는 모래가 깔려 있다. 경기장에 등장한 싸움소는 상대를 의식한 듯 다리로 바닦을 팍팍 차며 모래를 흩어 뿌린다.

마치 씨름 선수가 모래판에 올라가 함성을 지르며 자기의 힘을 과시하듯 말이다. 잠시 후 심판은 싸움소를 모래판 한가운데 마주 세운다. 관중들은 숨을 죽이며 그들을 조용히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바로 싸우지 않고 머리를 맞댄 채 한참 동안 상대를 탐색한다.

소싸움 상대를 탐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 소싸움 상대를 탐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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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탐색하는 시간이 길어져 지루할 때면 아나운서의 익살스러운 멘트가 장내에 울려퍼지고 관중들의 함성과 응원의 박수가 터져 나온다. 그때 싸움소들은 온 힘을 모아 싸움을 시작한다. 서로 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그들의 육중한 다리 근육에서 느껴진다. 밀고 당기고 부딪치기를 몇 차례 반복하며 모래판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렇게 힘을 쓰며 싸우다가 힘이 부친 소가 고개를 홱 돌려 달아나고 만다. 나살려라 도망가는 거 같기도 하고 "행님 졌소"하며 어리광을 부리며 달아나는 모습 같기도 하다. 그러면 싸움에서 승리한 소는 달아나는 소를 쫒아가지 않고 점잖게 그 자리에서 서서 관중들의 함성과 축하의 박수를 받는다. 이 소싸움을 보고 있노라면 덩치에 맞지 않게 너무 신사적이란 생각이 든다.

덩치 큰 그들의 싸움은 무시무시 할 것 같았고, 끝까지 따라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왠지 너무 싱거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들의 싸움은 탐색만 보자면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군더더기가 없다. 이곳 경기장에서 처음 본 그들이 싸우기 전에 탐색을 하고, 온 힘을 모아 힘껏 싸우다가 힘에 부치다고 생각되면 깨끗하게 승복하는 그들의 모습은 프로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분명 프로였다.

가끔 싸움에서 패한 소들 중에는 모래사장을 거칠게 뛰어다나며 분을 삭히는 친구도 있었다. 또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한 번 더 붙어 보자며 달려들어 싸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깨끗하게 인정하고 조용히 경기장을 떠난다. 싸움에서 이긴 소는 한 번 더 달려가 승부를 끝장낼 법도 한데 고개를 돌려 달아나는 소를 쫒아 가는 일이 없다. 참으로 승자다운 멋진 모습이다. 여유와 배려가 그들에게서 느껴진다.

소싸움 머리를 들이밀며 소가  싸우고 있다
▲ 소싸움 머리를 들이밀며 소가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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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 모래판 위에서 소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다
▲ 소싸움 모래판 위에서 소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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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눈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선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거친 싸움이 있었는데도 금세 경기장은 평온해진다. 주인이 다가가 소의 코를 잡고 끌면 아무 반항 없이 조용히 따라나선다. 덩치가 크고 사납게 생긴 싸움소가 싸움의 승패로 심기가 사나울 텐데도 불구하고 키 작은 주인을 조용히 따라 나서는 그들의 태도에 마음이 숙연해질 뿐이다.

경기장 옆의 외양간에 메여 경기를 기다리는 그들을 한참을 보았다. 경기장에서 보았던 그들의 모습과는 전혀 대조적이다. 눈을 내려 깔고 되새김질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선량하기만 하다. 어떤 소는 눈가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예전에 아버님이 집에서 키우던 정든 소를 장으로 팔러 가던 때의 모습처럼 애처롭다.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는 운명에 눈물이 나는 걸까! 아니면 집 떠나와 있는 객지의 설움일까!

외양간에 메여 있는 어느 소에게서도 전투적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멋진 모습들은 이런 선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승자가 패자를 배려하고 패자는 깨끗이 승복할 줄 아는 프로정신! 우리가 이들 소에게서 꼭 배워야 할 모습이 아닐런지!

덧붙이는 글 | 올해 한우축제부터는 3000원의 유료 입장료을 받고 있으며, 입장객들에게는 행사기간 4일(2008년 9월 4일 ~ 9월 7일) 동안 매일 행운권을 추첨 송아지 2마리와 2kg상당의 쇠고기 선물세트 50세트를 지급하고, 행사 마지막 날에는 추첨을 통해 1천kg이 넘는 대형한우를 지급하는 등 더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었다.

sbs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한우#소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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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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