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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정부가 교원평가제 추진을 발표한 이래 교원평가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현인철 전교조 대변인이 "전교조가 무조건 교원평가에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발언으로 사표를 제출했고 전교조는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교원평가제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이에 대한 다양한 반박이나 논쟁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2006년 11월 연가투쟁에 돌입한 전교조 조합원들이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교원평가 저지와 성과급 철폐를 위한 교사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2006년 11월 연가투쟁에 돌입한 전교조 조합원들이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교원평가 저지와 성과급 철폐를 위한 교사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교사가 성추행을 했다고 합니다. 교사가 촌지를 수수하고 더러운 향응을 제공받았으며 성적 조작까지 했다고 합니다. 과도한 체벌로 상처를 주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교사를 믿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우리 교사들은 그 즉시 개별화된 존재가 아니라 '들'이라는 접미사로 묶여 사회적 지탄을 받습니다.

그런 기사 아래 딸린 누리꾼들의 댓글을 읽어보노라면 현장교사로서 말문이 막히고 고개를 들 수조차 없습니다. 그런 뉴스가 머릿기사로 장식되면서 '선생××들!'로 낙인된 채 아무런 죄도 없이 교실에 들어가는 일은 보통 고역이 아닙니다.

제 주변 형제자매 또한 그런 뉴스를 보고 나면 왜 교사들이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느냐며 열을 올립니다. 그러니 반드시 교원평가제를 시행해서 그런 '선생××들' 속시원하게 솎아내야 한다고 흥분합니다. 교원평가제는 범죄를 저지를 교사를 가려내는 제도가 아닙니다. 교사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형사법으로 처벌돼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다함께 생각해볼 문제가 있습니다. 교원평가제를 시행하면 그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교사를 당장 퇴출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실력도 없이 놀고먹는 듯한 철밥통 교사들을 통쾌하게 몰아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입니다. 

교원평가제 하면 철밥통 교사XX 몰아낼 수 있을까요

누군가 제게 물었습니다. "현장교사로서 교원평가제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라고요.

저는 답했습니다. "교원평가제 안에 평가의 도구나 방법이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수준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과연 누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제대로 된 시안이라도 존재하는가, 교단 분열로 치달아 교실 안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갈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명백하게 저는 교원평가제 시행을 반대합니다. 교단 분열과 학생 피해가 그 이유입니다.

교원평가 누가 하지요? 현재 드러난 방식은 동료교사 평가, 학부모 평가, 학생 평가 정도라고 합니다. A교사를 놓고 동료교사가 평가하고, 학부모가 평가하고, 학생이 평가한다고 합니다.

자, 과연 교원평가 과정에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까요?

동료교사 간 경쟁이 유발되면서 교육공동체 의식이 추락합니다. 교사간 동료장학이나 인간적 유대는 사라지고 몇몇 끼리끼리 혹은 개별화로 치달아 소통에 장애가 올 것입니다. 이러한 면모가 학생들에게 조명될 것이고 교육가족 개념이 해체되고 말겠지요. 지나친 예상일까요? 결단코 현실입니다.

수업 시간에 학부모가 들어와 수업 내용을 듣고 교사를 평가합니다.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 혹은 소통 구조가 원활할까요? 능동적인 입장에 있어야 할 교사가 수동적 자세로 전환해야 할 것이고, 평가라는 도구 앞에서 허덕여야 합니다. 그 피해가 어디로 가지요? 학생들에게 전이될 것입니다.

학생이 교사를 평가합니다.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사제 관계가 붕괴될 것입니다. 시험에 길들여지고 평가에 익숙한 학생들이 역전된 관계에 희열을 느끼며 교사를 평가하겠지요. 결국 교사의 껍질과 속살 가운데 껍질이 주대상이 되어 착오가 드러날 것입니다.

평소에 규율이 엄하거나 학생들의 성정에 맞지 않는 교사는 열정과 사랑의 가치를 상실한 채 평가라는 족쇄에 허덕이게 되겠군요.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옮아가지 않을까요?

평가로 교사 옭아매면 학생들에게 피해

 한 학생이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자료 사진).
한 학생이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자료 사진). ⓒ 박상규

나는 교직 20년 동안 학생들의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학기별 자기 평가서로서 제 수업의 장단점과 생활지도상의 문제점 등을 기탄없이 서술토록 하였습니다. 그 어떤 교사용 지침서나 교육학 서적보다 소중한 자료들입니다. 교직을 성직으로 알게 하는 무한대 에너지가 바로 학생들의 허심탄회한 의견이었습니다.

학생과 교사가 서로의 마음을 열고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교사와 학생이 더불어 성장한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가치 또한 터득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교원평가제라는 시스템 안에서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가 반영될 수 있을까요? 항목화된 이성적 사고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끈끈한 사제관계를 대리할 수 있나요?

어디 저뿐이겠습니까? 척박한 교육 환경 속에서 대다수 교사들이 묵묵히 교단을 지키며 제자들과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있습니다. 계량화할 수 없는 교육적 성과가 학교 현장에는 무한대로 존재합니다. 교원평가제는 학생을 향한 교사의 행동반경과 자유로운 교육 철학을 제한하게 될 것입니다. 평가의 잣대 안에 의식을 가두어두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교사로서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면 뭔가 모자라거나 찔리는 데가 있어서 그런 것인 양 오해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교원평가제가 제 아무리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하고 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제도라 해도 교사의 에너지가 학생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교실에 존재하지 않고 평가의 잣대에 매몰되는 순간 우리 교육에 희망은 없습니다.

교사의 생명은 무엇입니까? 교실에서 아이들 잘 가르치는 일 아닐까요? 개성, 창의성, 다양성을 갖춘 아이들에게 우리 교사들이 잠재력을 키워주고 안내자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교원평가제가 그 역할을 촉진할 수 있을까요? 교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학부모, 학생의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연 순수하고 자유로운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교원평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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