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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농부의 배추는 지금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배추농부의 배추는 지금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 참거래

대한민국 대표음식은 갑론을박 필요없이 만장일치로 "김치"라고 한다. 하지만 그 대단한 김치를 뒷받침하는 배추농부들은 알 수 없는 배추 가격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김치가 한국을 대표한다면 배추농부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농부일 것이다. 이들에게 들쭉 날쭉한 배추 가격과 고질적인 높은 유통마진은 여전히 골치거리다.

김장용 배추는 보통 8월 종자를 뿌려서 배추를 키운 다음 8월 말에 배추밭에 정식을 한다. 이렇게 키운 배추는 11월 중순부터 수확을 시작해서 12월 초에 끝낸다. 월동용 배추는 9월 초에 심는다. 농부는 11월에 수확할 배추를 3개월 전에 심는다. 3개월 후 배추 가격 예측은 불가하기에 배추 농부는 항상 도박을 하듯 위태할 수밖에 없다.

배추 농부를 힘들게 하는 것은 가격뿐 아니다.  8월과 9월에는 태풍이 오기도 한다. 최근 몇 년은 집중호우도 많다. 다행이 올해는 태풍 피해도 없고 집중호우도 아직까지 없다. 대신 가뭄때문에 배추가 말라죽은 곳이 많다. 하지만 올해 배추 농사는 풍년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작년엔 배추 정식시기에 비가 많았다. 밭에 옮겨 심은 배추는 죽기 일쑤였다. 그래서인지 배추값이 고공행진을 했다.

작년 배추 사전예약제 실시해 봤더니...

2007년 배추에 대한 사전예약제를 실시했었다. 사전예약제는 배추 파종 시기에 생산자가 배추 가격을 미리 정하고 그 가격에 예약을 받는 것이다. 작년엔 배추 가격에 파종 시점에서 생산자가 제시한 가격보다 시중 가격이 아주 높았다.

그래서 배추 마감 직전에는 배추 주문 전화로 진땀을 뺐고 배추가 없어 판매할 수 없었다. 시중 일반 배추 가격보다 유기농 배추가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에 배추 사전예약제를 통해 예약한 소비자들은 이득을 봤다.

배추밭갈기 배추를 심기 위해 동심을 비료합니다.라는 배추 사전예약에 참가한 농부 조승현씨
배추밭갈기배추를 심기 위해 동심을 비료합니다.라는 배추 사전예약에 참가한 농부 조승현씨 ⓒ 참거래

배추를 심기 위해 동심을 비료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장배추를 하기위해 밭을 갑니다.
딸의 마음을 밭에 뿌리고 아들의 난장을 정화시킵니다. 

이 밭을 갈기위해
애비된 저는 애들의 걸음에 마추고
애들은 비틀거리며 경운기에 매달립니다.

조금 늦을지언정
해 저물기 전에 쉬엄쉬엄 논가에 있는
개똥참외 한입깨물고 새참먹고
이 땅 아들마음 배어 들거덩
그때 손잡고 집에 가렵니다.
며칠 전 배추가격이 산지에서 600원에 거래된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그런데 마트에서 배추 판매가격은 2900(2.5kg 한 통)원 한다는 것이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답답함을 감출 수  없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1~2년 된 일도 아니다. 한국농업의 고질적인 문제다. 몇 년간의 직거래를 통해 농부들과 원하는 가격을 알아봤었다. 보통 원하는 가격은 배추 한 통에 1000~1200원 정도였다. 이것은 일반 배추가 아닌 유기농 인증을 받은 배추가격이다.

이 배추는 소비자에게 전해지기 위해 6통 단위로 박스 포장을 하고 시중택배를 이용해 배송하게 된다. 여기에 배송비 최대 4000원을 포함해도 배추가격 7200+4000+기타 박스비용과 카드결제시 수수료등을 포함해도 1만3000원을 넘지 않는다. 택배 비용을 포함해도 소비자격은 배추 한 통에 2150원이 된다. 대형트럭을 이용하지도 않고 박스 포장을 해서 집앞까지 배달해주는 가격이다. 농민은 이 정도면 할 만하고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즉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농산물 유통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농산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들은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많이 듣던 말이다. 농산물의 특성상 대기업의 제품처럼 특정한 판매처를 통해 일정한 유통(대리점, 특정판매점, 대형할인마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과 판매가 이루어지다 보니 유통관리자체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지만 농민들의 변화를 느끼거나 실제 개선된 정도는 실로 미비하다. 지난 대선 때 각 후보들의 홍보 팸플릿에 농업에 관한 정책이 5줄 이상 담겨 있던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실 한 줄도 없는 후보도 있었다. 정부의 농촌에 대한 관심은 이 정도다. 하지만 먹을 것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처럼 강렬하다. 그 이유는 휴대폰이 잠시 안 되면 다른 것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입 안 머리카락 하나도 삼키기 어려운 것과 같다.

이제는 입에 무엇을 먹을 것인가와 어떻게 구입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입 안에 무엇을 넣을 것인가가 중요하다면 어떻게 넣을 것인가도 중요하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반드시 누군가는 먹을 것을 생산해야  한다.

배추유통 혁명, 농민과 소비자들이 나서야 해결

시골 밭 여기 저기 김장 배추가 심겨있다. 사무실 텃밭에도 김장 배추 50여 포기가 자라고 있다. 초보 농군의 솜씨여서 그런지 배추는 여기 저기 구멍이 송송나고 크기도 들쭉날쭉하다. 거름도 부족하고 솜씨가 부족해서 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먹을 만큼의 배추는 직접 재배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텃밭도 없고 배추를 키울 시간도 없다. 그런 분들은 반드시 배추를 구입해서 김장을 담가야 한다.

사무실 텃밭의 배추 사무실 텃밭에도 김장 배추 50여 포기가 자라고 있다. 초보 농군의 솜씨여서 그런지 배추는 여기 저기 구멍이 송송나고 크기도 들쭉날쭉하다.
사무실 텃밭의 배추사무실 텃밭에도 김장 배추 50여 포기가 자라고 있다. 초보 농군의 솜씨여서 그런지 배추는 여기 저기 구멍이 송송나고 크기도 들쭉날쭉하다. ⓒ 참거래

김장을 담그려면 아직 2~3개월 남았다.  농부가 배추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는 것처럼 소비자도 미리 자신이 담글 김장배추를 생각해 보고 미리 예약을 해두면 어떨까? 배추를 사전예약하게 되면 시중 배추가격과 무관한 가격에 배추 구입이 가능하다.

농민은 판매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되니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사전 예약 이라는 것은 소비자가 농민을 전적으로 신뢰할 때 가능한 일이다. 신뢰를 받은 농부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맛있는 배추로 소비자에게 보답할 것이다. 이런 관계의 회복이야말로 농민과 소비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기본이 되는 것이다.

올해는 어찔 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현재 배추 가격은 낮지만 태풍이라도 오거나 기상이변이 생기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작년에 미리 구매한 소비자들은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았고, 농민을 믿고 사전 예약을 해도 된다는 걸 보여주었다.

실제로 여기 저기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보면 배추예약을 받고 있는 곳이 많다.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예약이 가능하다. 미리 구매해주겠다고 하니 생산자는 마다할 이유가 없고,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배추를 구매할 수 있으니 이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김장배추는 11월 말에 배송되니 신선도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작년에는 한 농가에 배추만을 진행했지만 이번에 생산농가도 많이 늘었다. 현재 유기농 김장배추 6포기는 1만2900원에 무료배송이며 절임배추는 전라남도 진도에서 정읍 강원도 농부의 배추를 농부들이 직접 절여서 보내준다.

배추사전예약제 참여하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참거래 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참거래농민장터에서는 농부들의 배추를 중간유통없이 직접 구입 할 수 있도록 배추 사전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배추#김장배추#배추예약#참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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