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밀양은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가을로 접어든 밀양, 표충사 가는 길옆에는 온통 대추나무들이 도열해 있고 대추 익어가는 냄새로 가득하다. 오전 9시 30분, 표충사에 도착했다. 입장료와 주차료를 지불하고 표충사 주차장으로 접어든다. 표충사를 들머리로 재약산, 천황산 두 봉우리를 오르기로 했다. 재약산과 천황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사방으로 뻗어 있다.

 

표충사에서 재약산 정상까지 당도하는 길만 해도 적어도 일곱 개의 길이 나 있다. 표충사에서 재약산(1108미터)과 천황산(1189미터)에 가는 길은 어디를 선택하든지 제로에서 시작하는 등정이라 만만치 않은 길이다. 어디로 갈까, 몇 번이고 고심하다가 내원암 코스로 오르기로 한다. 내원암 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다른 등산로보다 비교적 빠른 길에 속하고 무난한 길이라 들었기 때문이다.

 

밀양 표충사는 경남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에 속해 있으며, 1974년 12월 28일 경상남도 기념물 제17호로 지정되었다.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사명대사의 충혼을 기리기 위하여 국가에서 명명한 절이라 한다. 이곳 표충사는 조용하고 넓은데다가 공기 좋은 재약산 산자락 아래 둘러싸여 있어 아늑해 보인다. 표충사 경내에서 천황산과 재약산이 높이 올려다 보인다.

 

 

표충사 경내를 한바퀴 돌아보고 약수터에서 물병에 물을 채운 뒤 산행 길에 접어든다. 오전 10시 10분이다. 내원암 방향으로 난 들머리는 길이 넓고 완만하다. 내원암 바로 맞은 편 숲에 감나무에 감이 익어가고 있는 것이 보이고 우리 앞에 걸어가던 두 사람이 감나무를 먼저 발견하고 감나무에서 익은 감을 따고 있다. 우리는 그 뒤를 따라 가 본다.

 

그들은 감 한 개씩 따서 나눠 먹으면서 올라간다. 남편은 감나무 가지 위에 올라가서 익은 감 몇 개를 따서 내려온다. 내 손 안에 가득 발갛게 익은 홍시를 올려놓는다. 가을 들어 처음 먹어보는 홍시감이다. 발갛게 익은 홍시감을 먹으며 산을 오른다. 배가 든든하고 힘이 난다. 이런 즐거움까지 있어 산행길이 즐겁다. 햇볕은 따갑고 날은 제법 더운데 숲 그늘 길을 따라 오르는 길은 시원하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있는 나무들은 어느새 붉게 단풍이 들고 있다. 얼마 동안 제법 넓은 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점점 경사지고 길은 좁아지기 시작한다. 잠시 휴식하고 다시 오르는 길, 진불암이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높아진다. 전망은 드러나지 않고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조망도 안 되는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며 간식을 먹고 쉬다가 다시 출발한다. 진불암이 가까이 있나보다.

 

먼저 올라간 사람들인지 메아리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온다. 진불암 도착(1시), 진불암에는 약수도 없고 이곳을 지키는 스님도 없이 열쇠통으로 채워 놓은 암자만 있다. 다시 출발한다. 얼마 동안 오르막길이 계속되다가 하늘이 환히 보이는 사거리가 나온다. 이제 가슴이 좀 트이는 것 같다. 사거리에서 재약산으로 가는 길을 따라 걷는다. 좁은 숲길로 이어진다. 내가 많이 지쳤나보다. 다리가 아프고 걸음 걷기가 힘들다.

 

 

다시 조망바위에 앉아 쉰다. 저기 아래로 고사리분교 터가 보인다. 위로는 재약산 정상이 조망된다. 재약산 정상에 도착한다. 낮 1시 50분이다. 산정에 올라오니 사방으로 뻗어 있는 다른 길에서 올라온 산객들이 웅성웅성 많이 모여 있다. 우린 표충사에서, 그러니까 재약산 앞면에서 올라온 셈이다. 예전엔 재약산 뒤쪽 배내골에서 올라왔던 적이 있다.

 

재약산 앞면에 속하는 밀양 표충사에서 오르는 길은 임도도 없는데다가 제로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라 많이 힘든 코스에 속한다. 재약산 주변에는 절정은 아니지만 억새가 은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2시 15분, 나무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고 쉰다. 재약산만 보랴, 천황산도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천황산으로 간다. 바로 지척에 천황산을 두고 그냥 하산하기는 마음이 허락하질 않는다.

 

워낙에 넓고 크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황산이나, 재약산 중에 한 개의 산만 보고 하산하는 것 같다. 언제 이렇게 변했을까. 천황산으로 가는 길은 예전하고 많이 달라진 것을 발견한다. 천황재 주변에는 흙길이었던 예전과 달리 나무판자 길을 만들어 놓고 있다. 또한 억새가 훼손되지 않게 막아 놓고 있는데다가 천황재 중간에는 나무 의자랑 탁자 등이 놓여 있는 넓은 쉼터가 만들어져 있다.

 

 

천황재 주변의 억새들은 제법 많이 피어 가을 햇살에 온통 은빛물결로 출렁이고 있다. 산객들이 지나가는 길에 억새 가까이서 사진을 찍기도 하는 것을 본다. 천황재에서 잠시 휴식 , 다시 걷는다. 경사가 제법 높은 길을 따라 올라간다. 천황봉에 도착(3시 40분), 천황봉의 억새는 아직 많이 피지 않았다. 천황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영남 알프스 산들, 운문산, 가지산, 능동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재약산이 두루 보인다.

 

이곳 천황산은 그 중심에 있다. 우리 외에도 정상 주변에서 조망하며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가을이다. 그리고 억새의 계절이다. 아직까지 숲은 초록이 더 짙은 것 같다. 10월이면 단풍이 완연하겠다. 4시 정각, 하산한다. 왔던 길을 버리고 최단거리라는 한계암 쪽 하산길이다. 천황산에서 바로 내려간다. 완전 급경사 내리막길은 계곡이 나올 때까지 계속되어 조심조심 걷는다.

 

하산길이기 망정이지 이쪽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꽤 힘들겠다. 저기 저 멀리 표충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내리막길은 표충사를 이따금 내려다보면서 내리꽂히듯 걸어 내려간다. 몇 날 동안 쉬어서 뭉친 다리 근육이 좀 회복되었는데 다시 근육이 뭉치고 아프다. 4시 50분, 너덜지대 도착, 우리 앞서 내려가던 포항에서 왔다는 중년부부가 쉬고 있다. 우리도 가방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산객이 한 팀이라도 있어 반갑다.

 

 

그들이 내려간 뒤 조금 앉았다가 다시 출발한다. 깊은 숲 속에는 어둠이 빨리 찾아온다. 해는 보이지 않고 숲은 그늘로 더 어둡게 느껴진다. 5시 30분, 표충사 표지판이 보인다. 표충사까지 1.9킬로미터 앞두고 있는 지점이다. 세상에,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여기서부터 계곡 물소리가 들려온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내려가야 한다.

 

서상암(5:35)을 지나 계곡을 끼고 걸으면서 걸음이 더 빨라진다. 계곡은 더 어두침침하다. 휴~ 드디어 표충사에 도착하니 6시 정각이다. 저녁무렵의 표충사 경내는 더 고요하다. 표충사 넓은 마당에서 바라보는 재약산과 천황산 일대에는 저녁 노을빛이 물들고 있다. 긴 시간동안의 산행이었다.

 

산행수첩:

일시: 2008.9.16(화).맑음

산행기점: 표충사

산행 시간: 7시간 50분

진행: 표충사(9:30)-산행시작(10:10)-내원암(10:25)-천황재 갈림길(10:45)-진불암(1:00)-재약산 정상(1:50)-점심식사 후 출발(2:10)-천황재(2:40)-천황산 정상(3:40)-하산(4:00)-너덜지대(4:50)-한계암(5:35)-표충사(6:00)

*표충사 입장료:3000원/ 주차료 2000원(소형)

 

억새 산행

( 1 / 16 )

ⓒ 이명화

#억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