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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산 거제 망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무지개마을...
▲ 망산 거제 망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무지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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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날씨는 아주 쌀쌀하다. 남양산 IC를 지난다. 모처럼 바깥으로 나오니 가슴이 탁 트인다. 마산을 지나고 통영을 스쳐 지나간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거제도 쪽으로 차를 타고 갈 때면 마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시간을 거슬러 내가 살아온 지난날들, 그 과거의 희노애락이 담긴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언제나 그 추억여행 끝에는 쓸쓸한 회한이 남는다.

구거제대교를 건넌다. 신거제대교 방향으로 가면 곧 고현이 가깝고 연초 그리고 하청을 지나 한참을 달리다보면 부모님 집에 도착하게 된다. 우린 그 길을 내려놓고 구거제대교에 차를 올린다. 거제 해안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간다. 가끔 시골집에 갈 때면 한참을 멀리 돌고 돌아서 도착하게 되지만, 거제해안 드라이브코스 길은 호젓하고 운치가 있어 이곳으로 갈 때가 많다.

구거제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꺾어 둔덕면으로 들어선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길, 나날이 변해가는 가을 들녘이 펼쳐져 있고 여름 지나 더 깨끗해진 바다를 보며 간다. 코스모스 길이 정겹다. 온 들판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벼들은 추수를 기다리고 있다. 둔덕마을을 지난다. 언젠가 가보았던 청마기념관 가는 길을 비켜서 간다.

망산 망산 정상에서 바라본 다도해 전경...
▲ 망산 망산 정상에서 바라본 다도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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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망산 저 멀리 대병대도가 보이고..
▲ 거제도 망산 저 멀리 대병대도가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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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끼고 또 산을 끼고 달리는 호젓한 길 양옆엔 동백나무가 즐비하고 봄에 틀림없이 붉은 등불 켜듯 했을 그 동백나무들은 이제 단단한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붉게 익다 못해 짙은 갈색으로 변한 동백 열매는 탁 벌어져 꽃받침 모양으로 벌어진 껍질 안에 더 짙고 단단한 갈색 씨앗이 서너 개씩 붙어 있다. 더러는 땅에 떨어지고 더러는 아직 나무에 달려 있고 또 더러는 붉게 익어가는 열매껍질 속에 들어 있다.

동백나무 사이사이로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봄에는 동백꽃, 가을엔 코스모스 길이다. 거제면을 지난다. 법동로를 지나면서 문득 산달섬 생각이 난다. 내 어린시절 그 한때 내가 잠시 살았던 산달섬... 언젠가 꼭 한번 추억여행을 해 보리라. 가배마을을 지난다. 율포마을을 지나며 노자산 뒷모습이 보이고 길은 계속 동백나무와 코스모스 길로 이어진다. 저구마을을 지나고 명사해수욕장을 지나고 홍포마을에 도착, 망산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거제도 망산 망산 정상에서...
▲ 거제도 망산 망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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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나부면 저구리 홍포마을, 망산 등산 입구 즉, 무지개 편의점 앞 맞은편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에 점점이 떠 있고 전망이 탁 트여 상쾌하다. 아,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 이름만 들었던 거제도 망산, 지난여름, 소매물도 갔다 와서 가 보기로 했지만 오르지 못하고 그냥 돌아간 곳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산은 언제나 약간의 불안과 설렘을 함께 동반하는 것 같다.

산행을 하다 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은 아닐까, 수고는 있는데 생각보다 조망도 안 좋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조차도 내려놓고 그냥 그 산이 주는 고유의 느낌 그대로를 받아들이자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나서기도 한다. 흐렸던 하늘이 조금씩 밝아진다.

거제도 망산 정상에서~
▲ 거제도 망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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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내려다뵈는 산이란 의미로 얻은 거제도 남쪽 끝 망산은 남해안 지역에 산재한 무수한 망산들 중의 하나이지만 그 중에 가장 탁월한 망산, 가히 군계일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랬다. 우리의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사방이 탁 트인 암봉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경은 압권이다. 이제 산으로 향해 걸음 옮긴다.

등산로 들머리 맞은편에 바다가 한눈에 보여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엔 구름이 제법 두껍게 깔려 있지만 그 사이사이로 푸르른 하늘이 보인다. 마치 치맛자락 사이로 여인의 흰 종아리가 얼핏얼핏 보이듯이. 이곳 등산로 입구에는 무지개 편의점을 비롯해 바다를 향해 앉아 있는 펜션 몇 개가 있다. 길 아래 언덕 밑으로는 바다와 가까운 작은 어촌마을이 보인다. 망산 등산로 입구에서 산행 출발, 낮 1시 10분이다.

거제도 망산 ...
▲ 거제도 망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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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쌀쌀하게 느껴졌던 그 공기가 많이 누그러졌다. 산행 길에 제법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해발 1.1킬로미터 거리이다. 우거진 숲길을 얼마쯤 지나자 너덜지대가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동백나무들이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제법 우듬지가 큰 동백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뿌리 근처에는 동백나무에서 떨어진 씨앗들이 발아해 싹이 나고 잎이 돋아 제법 모양을 갖춘 작은 동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자라고 있어 신기하다.

동백나무로 군락을 이룬 너덜지대를 지나 해미장골등(1:50)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는 서늘한 바람이 몸에 닿는다. 정상까지는 0.5킬로미터 앞두고 있다. 여기서 저구까지는 4.4킬로미터 거리, 시야가 조금씩 트이기 시작한다. 바람이 숲 사이로 불고, 바다 쪽에서 뱃고동 소리 간헐적으로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들려온다. 전망바위에 도착, 2시 5분이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해 보이고 그 바다에 수를 놓은 크고 작은 섬들은 보석처럼 박혀 있다. 다시 걷는다.

숲은 여백이 있어 좋고 왼쪽 옆구리엔 바다를 끼고 오르는 등산로, 발걸음 가볍고 마음 상쾌하다. 산 정상까지 가는 동안 몇 개의 조망바위를 만난다. 조망바위는 멀지 않은 등산로에 가끔 있어 바다를 보며 쉴 수 있어 좋다. 탁월한 전망이다. 망산 정상에 도착, 2시 15분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산’ 망산 주변에는 수많은 보석처럼 섬이 점점이 박혀 있다.

동해는 탁 트인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하염없이 펼쳐진 코발트빛 바다가 그 특징이라면 남해는 호수처럼 고요해 보이는 바다 한 가운데 별처럼, 보석처럼 점점이 박혀 있는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것이 그 특징이다.

남해를 늘 보며 살았던 나는 탁 트인 동해가 그리울 때가 있었다. 아무것도 막힌 것 없이 푸르게 펼쳐진 바다가 좋았다. 나이가 든 지금, 바다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신비의 섬들, 오밀조밀하고 다정해 보이는 남해가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섬과 섬 사이에 바다가 덮고 있고, 섬과 섬들은 서로를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바라보며 바다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남해의 다도해 전경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거제도 망산 ...
▲ 거제도 망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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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망산 정상에 모여든 산객들...
▲ 거제도 망산 정상에 모여든 산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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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전경은 그 어떤 곳보다 탁월하다. 말 그대로 천하일경이다. 해발 397미터밖에 되지 않는 산치고는 탁월한 전망이 아닐 수 없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와 섬과 섬들은 일설로 표현키 어렵다. 눈을 들어보는 곳마다 바다의 보석, 크고 작은 섬, 섬, 섬들... 멀리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해 보인다.

이곳 망산 정상에선 안경섬, 홍도, 대병대도, 소병대도, 성문도, 매물도, 소매물도, 어류도, 가왕도, 소지도, 대덕도, 소덕도, 장사도, 욕지도, 비진도, 죽도, 용초도, 추봉도, 안산도 등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망산 정상에서 다도해 전경을 바라보며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천하일경 앞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다가 바로 옆에 보이는 높은 암봉으로 옮긴다.

거제도 망산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다...
▲ 거제도 망산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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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망산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망산~
▲ 거제도 망산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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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또 조금 다르다.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은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아무리 보고 있어도 싫증나지 않는 바다와 섬들, 바다를 감싸고 있는 높 낮은 산들을 일별한다. 바다와 산은 서로를 깊이 껴안거나 어깨를 감싸고 있다. 서로의 경계를 넘지 않으면서 서로를 품고 있다.

이곳 망산 등산은 망산 자체의 아름다움도 그렇지만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더욱 좋은 산행이다. 바다에 떠 있는 섬과 섬, 바다의 보석처럼 박혀 있는 이 섬들은 서로에게 닿고 싶어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바라보며 바다에 박혀 있다.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산에는 나무들이 뿌리 내리고 있듯이, 밤 하늘엔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듯이, 바다엔 섬들이 박혀 있다. 심해 깊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섬과 섬 사이엔 바다가 있고, 바다엔 섬이 서로 이웃해 멀리서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다.

오후 3시 정각, 이제 하산한다. 조금 흐렸던 하늘이 이젠 더 구름을 걷어내고 햇살이 활짝 퍼진다. 바다는 은빛으로 빛난다. 해미장골등(3:15)을 지나고 등산로 출발지에 도착한다. 3시 35분이다. 코스모스가 바다를 향해 바람을 타고 흔들리고 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바다가 여전히 눈앞에 펼쳐져 있다. 눈을 들어 우리가 내려온 망산을 올려다본다. 이제 구름보다 푸른 가을 하늘이 더 넓게 펼쳐진 가을 하늘 아래 망산 정상이 조망된다.

거제도 망산은 생각보다 외지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산인가보다. 제법 산행길에 오르거나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산객들이 많다.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서 조용한 휴가를 보내도 좋을 듯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펜션들과 버스 정류소, 작은 구멍가게 같은 무지개 편의점이 있는 이곳은 조용하고 조망이 아주 탁월하다.


[산행수첩]
일시 : 2008.9.27(토). 흐린 뒤 맑음
산행대상 : 섬산행, 동백산행
산행기점 :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 홍포마을
산행시간 : 2시간 20분
진행 : 홍포마을(무지개편의점, 오후1:10)-해미장골등(1:50)-망산정상(2:15)-점심식사 후 하산(3:00)-해미장골등(3:15)-홍포마을(3:35)
특징 : 명사해수욕장 위쪽 산행 2곳, 주차장 없음(주차시 벌금), 홍포마을-해미장골등 - 동백꽃 군락지


#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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