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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토종닭   아버지의 글을 읽고 미대생 아들이 스케치해 주었다. 다시 뵈올 수도, 카메라에 잡을 수 없는 어머니. 그리운 그 모습이 손자의 손에 의해 그림으로 묘사되어 아비의 글에 들어가니, 마치 돌아가신 어머니가 환생한 듯한 느낌이다.
▲ 할머니와 토종닭 아버지의 글을 읽고 미대생 아들이 스케치해 주었다. 다시 뵈올 수도, 카메라에 잡을 수 없는 어머니. 그리운 그 모습이 손자의 손에 의해 그림으로 묘사되어 아비의 글에 들어가니, 마치 돌아가신 어머니가 환생한 듯한 느낌이다.
ⓒ 윤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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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닭 잘하는 그 집에 가면
고령의 할머니가 닭을 잡아 준다.

놔먹이는 닭을 어찌 저리도
수월하게 잡아 올까.

잽싸게 달아날 법도 한 야생 닭
할머니 손아귀에는 꼼짝 못한다.

푸닥거림도 일순간이다.
할머니 손은 참 용하다.

할머니 닭 잡는 것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

얘야, 물 팔팔 끓고 있으니
실한 놈 한 마리 어서 잡아 오렴.

하지만 난 못했다.

닭장에 가둔 닭도
넘어지고 비틀거리면서
겨우 잡기는 해도

차마 모가지를 어찌 하지는 못했다.
아버지도 그랬다.

언제나 위풍당당했던 아버지도
닭의 모가지는 차마 어찌 하지 못하였다.

아, 닭의 모가지.

얘야, 이리 내라
내가 후딱 잡을 테니
넌 털이나 뽑아라.

자식도, 남편도 선뜻 감행치 못했던 그 일을
어머니는 어찌 그리도
수월하게 하신 걸까?

백년손님이 왔을 때도
아버지 생신날에도 어머니는 어찌 그리도
간단히 해결한 것일까?

아, 어머니!

어머니 마음은 자식보다 독하지 않았습니다.
남편보다 모질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부엌살이 한 평생
인정을 짓고 사랑을 퍼내야 하는 솥단지
그 책무가 오직 그러하였을 뿐.

이제야 어머니,
위대함을 깨닫습니다.

덧붙이는 글 | 평범하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수필문학인입니다. 내 고장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알뜰히 전해주는 디트뉴스24에도 소개합니다.



#윤승원#어머니#청촌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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