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7월 2일부터 9월 21일까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뜨겁게 내리 쬐는 뙤약볕 아래에서 하루 종일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비가 와도 비 피할 곳이 없었다. 비가 많이 오면 빨리 퇴근하기도 했다. 뙤약볕에 내려 쬐도 머리를 가려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내가 출근했던 곳은 남강 둔치와 어린이 공원 6군데였다. 어떤 날은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 공원에 가기도 하였고, 어떤 날은 아내가 도와주기도 하였다. 어린이 공원은 자전거로 다닐 수밖에 없었다. 공원 사이 거리가 가깝게는 500m, 멀게는 6km였다. 6km이기 때문에 자가용이 더 나을 것 같지만 아니었다. 자전거가 이동하기에 더 편했다.
어린이 공원이라지만 밤새 어른들이 더운 밤을 보내기 위하여 술판을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이들만 노는 공원인데 어른들은 술 마시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술판이 벌어진 날이면 공원 한 곳마다 쓰레기가 2~3포대자루는 나온다.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온다. 술판을 벌인 사람들은 절대로 쓰레기를 포대 자루에 버리지 않고, 꼭 포대 자루 옆에 그냥 버린다.
다시 찾고 싶지 않았던 그곳을 다시 찾았다. 오늘(24일)따라 깨끗했다. 낮은 덥지만 밤날씨는 추워서 그런지 쓰레기 하나 없었다. 물론 아침 일찍 나처럼 쓰레기를 버린 사람을 원망하면서 깨끗하게 청소한 사람의 수고 때문일 것이다. 그 때가 갑자기 그리웠다. 냄새나는 쓰레기 포대 자루를 한 곳에 모아 둔다. 모아둔 쓰레기 포대를 청소차가 와서 거두어 갔던 생각이 새록새록 떠 올랐다. 다시 하라고 하면 선뜻 나서지 못하겠지만 쓰레기를 줍는 이들이 있기에 어린이 공원이 깨끗하다.
어린이 공원을 지나 남강 둔치로 행했다. 자전거 도로가 포장되어 있다. 남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졌다. 남강을 따라 만든 자전거 도로 전체 길이는 약 12km이다. 내가 담당했던 거리는 약 2km였다. 빨리 걷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걷는 가족들이 엄청 많다.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쓰레기를 주웠다. 걷고, 자전거 타면서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자기는 혼자 버리지만 줍는 사람은 100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야 한다. 쓰레기를 다 줍고 자전거 도로를 따라 신나게 달리면 마음이 상쾌해진다.
둔치에는 쓰레기가 더 많다. 사진에서 보듯이 저 넓은 공간 쓰레기를 다 주워야 한다. 사진에는 반밖에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태풍이나 큰 비가 오지 않았지만 작년에는 엄청난 비 때문에 한 날은 쓰레기를 다 모으니 20포대자루가 넘었다. 더 화나는 일은 한낮에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술판을 벌이고 나서 조용하게 치우는 일밖에 없었다.
둔치에 있는 쓰레기를 다 줍고 나서는 자전거로 둔치를 신나게 달렸다. 깨끗해진 둔치를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은 좋았다. 둔치가 주는 편안함은 또 있다. 사람이 쉴 수 있는 의자와 뙤약볕을 막아 주는 가림막이 그것. 밥도 먹고, 어떤 때는 강바람을 맞으며 잠깐 눈을 붙이기도 했다.
다시 가본 둔치도 깨끗했다. 어느 누가 수고를 했을까? 그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쓰레기를 주었을까? 갑자기 강바람이 살갗을 스쳤다. 시원함과 차가움이 함께 어우러진 느낌이다. 조금 더 지나면 시원함은 멀리 떠나고 차가움만 살갗을 스칠 것이다.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그 사람은 분명 힘든 삶을 살아가는 존재임이 분명하리라.
만날 나와 함께 했던 자전거는 요즘 아내가 자주 탄다. 작년 여름 석달을 함께 했던 이 놈을 한 번 타기로 했다. 석달동안 다녔던 둔치와 어린이 공원을 다시 찾으니 아픔과 그리움이라는 묘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석 달 동안 참 많이 탔다. 탄 거리만 해도 얼마인가? 하루에 10km는 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