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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의 운명을 결정할 10월 30일이 되었다. 서울시교육위원회가 10월 15일 국제중 설립 동의안 심의를 무기한 보류한다는 결정을 하자 서울시교육청은 수용하겠다고 한 지 하루 만에 말을 바꿔 국제중 설립 강행을 발표하였다. 급기야 10월 28일 국제중 설립 동의 보완책을 시교육위원회에 제출하였고 오늘 최종 결정을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보완책 내용을 들여다보면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포장을 벗기고 나면 '대국민 사기극, 눈가리고 아웅, 눈속임, 억지춘양, 빚좋은 개살구'만 남는다. 과연 그 속에는 어떤 내용이 있고 왜 이것이 대국민 사기극인지 살펴보자.

국제중 보류 결정의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다?

서울시교육위원회에서 국제중 설립을 보류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하고 사회적 여건이 미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위원회가 유보 결정을 하고 나서 28일 보완책을 시교육위에 제출할 때까지 약 열흘 동안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우기는 것은 코미디다.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국제중 설립에 대한 어떤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졌는지 교육청과 교육위원회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 즉, 국제중 설립 보류 결정의 가장 큰 근거인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제중 설립을 승인하는 것은 서울시교육위원회의 자가당착이요 자기부정이다.

※국제중 설립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권영길의원실(10.3~4) : 반대 58.3% Vs 찬성 38.3%
○CBS-리얼미터(10.2) : 반대 41.6% vs 찬성 26.5%(서울시민 반대 53.6% Vs 찬성 29.6%)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9.18) : 반대 71.1% Vs 찬성 24.7%
○전교조-한길리서치(8.23~25) : 국제중 반대 57.8 % Vs 찬성 37.0%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완전 허구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에 의한 사교육비 증가 우려에 대해서 입학전형 1단계 서류심사에서는 자기소개서 없이 학교생활기록부의 출결상황, 봉사활동, 교과발달상황, 수상실적 등을 점수화해 이를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보완책을 마련했다. '2단계 면접·집단토론'은 집단토론을 제외하고 개별 면접 방식만 취하게 하고, 초등학교 권장도서를 위주로 질문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동시에 학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사교육비를 줄이기에는 전혀 실효성이 없는 말장난에 불과한 것들이다. 말로만 하는 학원 단속에 의한 사교육 억제 대책일 뿐이다. 또 학생생활부와 추첨으로 선발하는 전형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학생과 학부모도 없다.

봉사활동·출결상황·수상실적·교과발달상황 점수화는 초6 입시지옥 초래

대학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와 내신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하니 내신과외와 사교육이 번창했다. 논술을 전형 요소로 한다고 발표하니 논술학원과 논술과외가 성행했다. 본고사를 도입한다고 하면 본고사 과외가 성행할 것이 뻔하다.

출결상황, 봉사활동, 교과발달상황, 수상실적 등을 점수화해 이를 전형요소로 한다는 것은 계획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비교육적이다. 봉사활동을 점수화한다는 자체가 봉사활동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이며, 출결 상황의 점수화 역시 아이들을 기계적으로 학교에 출석시키고 조퇴도 못하게 만드는 기계화된 아이들로 가득찬 교실을 만들 것이다. 교과발달상황 점수화는 내신과외를 초등학교까지 확산시킬 것이 뻔하다.

수상실적 점수화는 교내 경시대회나 사설 경시대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게 할 것이며 이로 인해 학생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경시대회를 준비하느라 새로운 사교육비 부담에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계획을 수긍할 수 있는 학부모나 학생은 없다. 결국 봉사활동, 출결마저도 국제중 입학을 위한 사정 자료로 전락시키고, 초등학교 내신관리를 위한 과외와 학원이 성행하고, 여기에 수상실적을 위한 경시대회 부담까지 겹쳐서 초등학생까지 입시지옥의 나락으로 빠뜨릴 것이 뻔한 실효성 없는 대책이다.

집단 면접 제외하고 개별면접하면 교육비가 해결?

서울시교육청은 사교육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자기소개서와 집단면접을 전형 요소에서 제외하고 개별 면접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집단 면접은 사교육비를 유발해서 안 되고 개별면접은 괜찮다고 하는 말은 '눈가리고 아웅의 전형'이거나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미 수상실적과 봉사활동 점수화 등에 자기 소개서 항목이 다 포함되어 있고, 개별 면접 역시 정규 학교 교육이 아닌 개인과외나 학원교습 등 사교육을 통하여 따로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대학 입시를 통하여 증명되었다.

자기소개서가 빠지더라도 여전히 수상실적 등이 점수화되어 전형 요소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굳이 자기소개서에 쓰지 않더라도 경시대회 대비 사교육비 압박에 놓일 수밖에 없다. 집단 면접 대신 도입되는 개별 면접 역시 학원과 과외 등을 통하여 따로 준비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므로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는 전혀 실효성이 없다. 그야말로 말장난에 불과하다.

학원 단속해 사교육비를 억제한다고?

서울시교육청은 학원 단속을 강화하여 사교육비를 억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국민은 없어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원 단속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공정택 교육감의 선거자금의혹이 증명하고 있다.

공정택 교육감은 지난 교육감 재임 시절에도 사교육비 경감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재임 기간 사교육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사설 입시 학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7년 최순영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공정택 교육감 재임 기간인 05년 682 개, 06년 508개, 07년 420개 등 1년에 평균 537개의 사설 입시 학원이 서울에 새로 생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설 학원의 전성시대를 방불케 한다.

 공정택 교육감 재임시 학원이 해마다 평균 537개씩 증가하고 있다. 말만 학원 단속하고 사교육비 억제하겠다고 한다.
공정택 교육감 재임시 학원이 해마다 평균 537개씩 증가하고 있다. 말만 학원 단속하고 사교육비 억제하겠다고 한다. ⓒ 김행수(최순영 의원실 자료편집)

또 지난 선거에서 사설학원장이 선거대책본부장을 하고, 선거자금 22억 중 15억을 사설학원 원장에게 직접 빌리거나 그의 보증으로 은행에서 대출하였음이 밝혀져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 게다가 공정택 교육감에게 선거자금을 빌려준 학원의 대치동 분원이 국제중 대비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권영길 의원의 폭로에 의하면 이 학원은 서울시교육청의 지난 국제중 대비 학원 단속에서 제외되었다.

'학원 적정 수강료 산출시스템'과 학원의 거짓 광고에 대해 한차례 적발로도 등록말소가 가능토록 한 학원 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등 학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이 말을 믿을 국민은 거의 없다.

학원을 단속해야 할 교육감이 선거기간에 학원장에게서 선거자금을 빌리고 이에 대한 의혹을 밝히려고 하는 국정감사에는 지병을 핑계로 출석을 거부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이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과 관련하여 사교육비 억제 대책으로 내놓은 학원에 대한 단속 강화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사설학원과의 유착 의혹을 불러오고 있다.

사회적 배려, 장학금 5천만 원만 대면 된다고?

시교육청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장학금 마련 방안으로 대원중과 영훈중에서 동창회·복지법인·설립자 기금출연 등을 통해 1억 6천만원 정도를 마련하고 이 중 5천만 원을 학교측에서 부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도적인 거짓말이거나 초등학교 수준의 산수도 제대로 못한 것이다. 또한 가능하지도 않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서류상의 계획일 뿐이다.

영훈중과 대원중이 국제중이 되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은 장학금 5천만원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중이 되면 교육청의 지원이 없어지기 때문에 법정전입금을 재단에서 모두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학교 회계에서 부담하고 영훈중과 대원중의 법정 전입금을 합하면 영훈중은 1억 2천만 원, 대원중은 1억 4천만 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한다.

의도된 거짓말 또는 엉터리 산수능력 국제중이 되면 영훈학원과 대원학원은 5천만 원이 아니라 1억 2천과 1억 4천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 학원들로서는 다른 데 돈 10원 안 써도 이 돈을 마련할 수 없어 보인다.
의도된 거짓말 또는 엉터리 산수능력국제중이 되면 영훈학원과 대원학원은 5천만 원이 아니라 1억 2천과 1억 4천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 학원들로서는 다른 데 돈 10원 안 써도 이 돈을 마련할 수 없어 보인다. ⓒ 김행수

영훈학원은 법인 차원의 1년 수익이 7백만원에 불과하며 (법인은  10원도 안 쓴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를 재단내 학교수로 나누면 한 학교당 240만원 정도만 지원이 가능하다. 대원학원 역시 1년 수익 1억 2천을 학교수로 나누면 한 학교당 3천만원 정도만 지원이 가능하다.

그런데 국제중 설립 이후에 영훈중과 대원중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인 1억 2천만원과 1억 4천만원은 영훈학원과 대원학원의 법인 1년 총 수익보다 많은 금액으로 1년 수입 전체를 (재단 내 다른 학교에는 10원도 쓰지 않고) 영훈중과 대원중에 쏟아부어도 모자라는 금액으로 애초부터 실현이 불가능한 계획이다.

즉, 영훈학원과 대원학원이 재단 차원에서 5천만 원만 추가로 부담하면 장학금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는 서울시 교육청과 양 법인의 보완 계획은 의도적으로 계산을 엉터리로 하거나 초등학교 수준의 산수(算數)조차도 제대로 못하여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외부장학금 지원계획도 그들만의 급조된 희망 사항일뿐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지원 대상과 금액은 언제나 20%인 32명, 1억 8천여만 원으로 정해져 있는데 비해, 외부장학금은 언제나 유동적인 것으로 안정적인 재원이 되지 못한다.

특히 재단 내 다른 학교를 두고 영훈중과 대원중에만 해마다 추가로 5천만 원의 장학금을 내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독지가 및 기타 지원금 역시 두 학원과 교육청의 희망 사항일 뿐 구체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계획이다.

그리고, 부실하기는 하지만 첫해에는 그나마 장학금 마련 계획이라도 있지만 둘째 해부터는 아예 마련 계획도 없다. 그냥 "학교 측(재단 등)의 지원을 늘린다고 되어 있"지만 1년 총 수익이 7백만 원밖에 안 되는 영훈재단과 1억 2천밖에 안 되는 대원재단이 무슨 수로 지원금을 늘리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전혀 없다.

"공공 장학재단, 민간 장학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유치하는 등 범사회적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계획 역시 종이상에만 존재하는 유령계획으로 사실상 장학금 마련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원거리 통학? 천억 혈세로 새로 지어줄 때까지 그냥 멀리 있는 학교 다녀!

서울시교육청은 대원중과 영훈중의 국제중 설립으로 인하여 이 학교에 배정받지 못하고 원거리로 통학하게 될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원중 근처 용곡중에 22억 원을 들여 체육관을 짓는 등 시설을 대폭 개선하고 우수 교사를 배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였다고 밝혔다.

영훈중에 다녀야할 학생들은 삼각산중, 성암여중, 창문여중 등에 11억여원을 들여서 환경개선하여 분산하고, 화계중을 이전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 가칭 미양중과 송곡중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대원중이 위치한 광진구의 지역신문인 <광진닷컴>에 의하면 성동교육청과 서울시, 서울교육청 사이에 학교 설립에 대한 시기와 재원 등의 의견이 완전히 달라 기관들 사이에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곡동에 새로 학교가 생기기 위해서는 적어도 4~5년이 걸리고 예산도 400억 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언제 학교가 개교될지도 모르고 있는 현실이다.

영훈중의 대안인 미양중과 송곡중 역시 일러야 2012년에 개교할 수 있어 그 때까지는 원거리 통학이 불가피하다. 이들 학교가 개교할 때까지 용곡중 등의 학교가 과밀학교와 거대학교가 되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다.

영훈중과 대원중을 국제중으로 설립하고 거기에 배정되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학교를 신설하거나 이전한다는 계획은 적어도 2012년 경에야 구체화될 수 있는 것으로 이마저도 기약이 없다.

즉, 지금 당장 대원중과 영훈중을 가야 하는 학생들이 불가피하게 원거리 통학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므로, 백보 양보하더라도 두 학원의 국제중 설립은 원거리 통학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2012년 이후에나 검토할 수 있는 문제이며 그 때까지는 준비를 위하여서라도 유보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제중 설립에 국민혈세는 최소 33억에서 최대 1천억?

대원중의 국제중 설립을 위하여 광진구 용곡중학교에 22억, 영훈중의 국제중 설립을 위하여 강북구의 삼각산중 3억5천, 성암여중 3억5천, 창문여중 4억원을 지원하는 등 총 33억의 추가비용이 소요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학교 이전과 신설에는 이것보다 훨씬 많은 한 학교당 적어도 수백억의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용곡중과 미양중, 송곡중을 신설하고 화계중학교를 이전하는데는 적어도 1천억에 이르는 혈세가 들어갈 것이다. 한 해 5천만 원의 장학금 지원하는 대원학원과 영훈학원의 국제중 설립을 위하여 최소 33억에서 최대 천억에 이르는 혈세를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특혜 지원 또는 혈세 낭비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제중 보완책이라는 이름의 대국민 사기극은 끝나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 장학금 마련 계획, 사교육비 경감대책, 원거리 통학문제 해결책 등 국제중 보완 대책은 모두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거짓말 투성이인 대국민 사기극이다. 또 국제중 설립 유보의 가장 큰 이유였던 사회적 합의에 대해서는 그 어떤 대책이나 언급도 없다.

서울시교육청 스스로 눈 가리고 아웅인 이 대책을 철회하지 못한다면 서울시교육위원회에서라도 반드시 이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교육청의 감시 견제 기구로서 서울시교육위원회의 존재 이유다.

서울시교육위원회가 스스로 결정한 무기한 설립 보류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심각한 자기부정이자 자가당착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 보완책이라는 이름의 대국민 사기극은 끝나야 한다. 그리고 공정택 교육감은 이 모든 혼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국제중#공정택#영훈학원#대원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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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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