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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무트 뉴튼>
<헬무트 뉴튼> ⓒ 을유문화사

"그는 섹스하고, 사진찍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인생의 전부였던 사람이다. 생애
후반으로 갈수록 그가 유일하게 재미를 느끼는 것은 아름다운 여자를 사진 찍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섹스하기와 연장선상에 있는 활동이었다."
 

'그는' 누구일까? 1960년대 <보그> <퀸> <엘르> <플레이보이> 따위 세계적인 패션 잡지와 일하면서 패션 누드라는 영역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모나코 문화 훈장(2001년), 독일연방공화국의 대십자 훈장(1992년), 파리시의 전국 그랑프리(1990년) 따위를 받았다.

 

헬무트 뉴튼이다. <플레이보이>에서 연상되듯이 사람들은 그를 '관음과 욕망의 연금술사'라고 했으며 그의 작품을 '외설이자 상업화된 포르노다', '불쾌하고 역겨운 변태성의 반영이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렇다면 뉴튼 자신은 자기 작품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사진 작업에서 ‘예술’과 ‘고상한 취미’를 가장 지저분한 단어로 생각하면 내가 찍은 사진들은 세련된 포르노"라고 했다. 작품을 외설과 예술로 나누려는 끊없는 평론가들과 사람들 의식을 무너뜨리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포르노와 예술 경계를 무너뜨린 관음과 욕망의 마술사 헬무트 뉴튼이 자서전을 썼다. 이 자서전을 을유문화사가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 ' 네 번째 편으로 <헬무트 뉴튼>를 펴냈다. 1부 1장-5장까지는 지신의 애정 편력을, 6-11장까지는 사진작가로 성공하게 된 과정을 썼다.

 

"1939년 12월 5일 아침, 나는 떠날 준비가 되었다. 아버지 눈에는 여전히 내가 독일어의 빈트훈트(Windhund: 바람의 개, 혹은 방탕아)였던 것이다. 아버지는 때때로 나를 빈트훈트라고 부르기도 했다. 아버지는 내가 원하는 게 여자와 섹스하고, 사진을 찍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 이렇게 세 가지 뿐이라고 생각했다."(95족)

 

2부는  노골적이고, 충격적인 작품 세계를 전하고 있다. 읽어가다보면 애정 행각 고백에 놀라고, 섹스만을 위한 삶을 살았는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사진작가로 성공하는 과정을 통하여 섹스가 삶이고, 삶이 섹스였던 헬무트 뉴튼이 찍고자 했던 패션 누드라는 세계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깨닫는다.

 

그는 단순히 벗은 여자 몸을 찍은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물, 현실과 기억, 죽음과 부활, 빛과 그림자, 순간과  영원을 찍었다. 이렇게 찍은 작품 속으로 들어가면 독자들은 여성의 몸이 주는 예술성을 경험한다.

 

뉴튼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점은 그는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 전에 상상하고, 생각하고, 이론으로 설명한다. 뉴튼 그냥 사진을 찍었다. 사물, 사람 어느 것 하나 생각한 나머지 셔터를 누르지 못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사진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이 무진장 나오고 있다. 많은 사진작가들은 사진을 찍기 전에 그런 이론들을 너무 꼴똘히 생각하는 나머지 셔터를 누르지 못한다. 앞으로는 신문사의 사진 기자들만 열심히 사진을 찍고, 나머지 사진작가들은 사진은 찍지 않고 철학적 명상만 하게 되는 날이 올지 모른다."

 

그는 사람, 특히 여성 몸만 찍은 것이 아니라 마네킹에 겨드랑에 털과 음모를 붙여 찍기도 했으며, 남장한 여자와 여자를 함께 찍기도 했다. 이런 파격과 노골적인 표현은 311쪽-316쪽에 실린 '빅누드'와 함께 내가 가진 도덕에 바탕한 예술 관념으로서 받아 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빅누드를 자세히 보면 에로틱한 감정보다는 섬뜩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새로운 미학을 만나게 된다. 앵글 하나 하나를 통하여 그는 몸을 말하였고, 그 앵글 뒤어 숨어 있는 사람을 말한다.

덧붙이는 글 | <헬무트 뉴튼 : 관음과 욕망의 연금술사>  헬무트 뉴튼 지음 ㅣ 이종인 옮김 ㅣ을유문화사ㅣ 20,000원


헬무트 뉴튼 - 관음과 욕망의 연금술사

헬무트 뉴튼 지음, 이종인 옮김, 을유문화사(2004)


#헬무트 뉴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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