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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떠나 버리고 만 님은 돌아보지 않는 법이라고 하지만, 떠나 버리고 말았어도 차마 뗄 수 없는 발걸음이라,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아쉬움을 달랩니다. 허물리고 만 인천 숭의야구장입니다. 이렇게 허물려도 되는가 하고 묻고 싶으나, 누구한테 물을 수 있겠습니까. 안타깝게 떠나버리고 만 옛님을 그리면서, 시린 가슴을 누르면서, 철거현장에 들어가 허락을 받고 사진 몇 장을 겨우 남깁니다.

야구장 가던 길 야구장으로 가는 한쪽 길. 도원역 앞 네거리에는 아직 '야구장'이라고 적힌 간판이 남아 있습니다.
야구장 가던 길야구장으로 가는 한쪽 길. 도원역 앞 네거리에는 아직 '야구장'이라고 적힌 간판이 남아 있습니다. ⓒ 최종규

야구장 들머리 차 석 대가 서서 막아 놓은 자리가 '야구장 들어가는 표를 사던 곳'입니다. 야구장으로 들어가던 문이 있던 자리이지요.
야구장 들머리차 석 대가 서서 막아 놓은 자리가 '야구장 들어가는 표를 사던 곳'입니다. 야구장으로 들어가던 문이 있던 자리이지요. ⓒ 최종규

끝나지 않은 실타래 야구장은 죄 허물었지만, 야구장 둘레에서 오랜 세월 뿌리내리면서 살아온 사람들 '앞날 대책', 그러니까 생계대책과 보상 문제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인천시는 '번듯한 새 축구 전용 구장'을 세울 계획에만 마음이 빼앗긴 채, 정작 야구장을 둘러싼 사람들 삶은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끝나지 않은 실타래야구장은 죄 허물었지만, 야구장 둘레에서 오랜 세월 뿌리내리면서 살아온 사람들 '앞날 대책', 그러니까 생계대책과 보상 문제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인천시는 '번듯한 새 축구 전용 구장'을 세울 계획에만 마음이 빼앗긴 채, 정작 야구장을 둘러싼 사람들 삶은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 최종규

야구 경기 훔쳐보던 자리 광성중고등학교 건물, 또는 이웃한 여고 건물, 또는 골목집 옥상 들은 야구 경기를 거저로 훔쳐보는 좋은 자리였습니다.
야구 경기 훔쳐보던 자리광성중고등학교 건물, 또는 이웃한 여고 건물, 또는 골목집 옥상 들은 야구 경기를 거저로 훔쳐보는 좋은 자리였습니다. ⓒ 최종규

들어갈 수 없는 문 야구장 뒷문. 높은 울타리를 세워서 안이 하나도 들여다보이지 않습니다.
들어갈 수 없는 문야구장 뒷문. 높은 울타리를 세워서 안이 하나도 들여다보이지 않습니다. ⓒ 최종규

바닥에 남은 자국 철거용역 울타리는 야구장 뒷문만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그나마, 야구장 뒷문 쪽 바닥에 페인트로 새겨 놓은 '외야 들어가는 문' 글씨를 마지막으로 만나게 됩니다.
바닥에 남은 자국철거용역 울타리는 야구장 뒷문만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그나마, 야구장 뒷문 쪽 바닥에 페인트로 새겨 놓은 '외야 들어가는 문' 글씨를 마지막으로 만나게 됩니다. ⓒ 최종규

야구장 뒷문 길 경기가 끝날 때면 물결처럼 쏟아지는 사람들이 이 길로 나오면서 웃거나 울거나 떠들었습니다.
야구장 뒷문 길경기가 끝날 때면 물결처럼 쏟아지는 사람들이 이 길로 나오면서 웃거나 울거나 떠들었습니다. ⓒ 최종규

울타리 사이로 길고 높은 울타리 가운데 살짝 벌어진 데가 있어서 안을 들여다봅니다. 야구장과 함께 허물린 공설운동장에 세워져 있던 등불 하나가 바닥에 뒹굴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울타리 사이로길고 높은 울타리 가운데 살짝 벌어진 데가 있어서 안을 들여다봅니다. 야구장과 함께 허물린 공설운동장에 세워져 있던 등불 하나가 바닥에 뒹굴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 최종규

허물린 경기장 높은 울타리 밑 거님길돌(보도블록)을 몇 장 들어내고 사진기를 슬쩍 들이밀어서, 허물린 시멘트 건물 부스러기와 쇠뼈대(철골) 찌끄러기를 바라봅니다. 도원동 언덕배기 교회 뾰족탑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허물린 경기장높은 울타리 밑 거님길돌(보도블록)을 몇 장 들어내고 사진기를 슬쩍 들이밀어서, 허물린 시멘트 건물 부스러기와 쇠뼈대(철골) 찌끄러기를 바라봅니다. 도원동 언덕배기 교회 뾰족탑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 최종규

사라진 야구장 야구장도 사라지고 공설운동장도 사라졌습니다. 하루아침에 허물어 버린 두 경기장이 섰던 자리는 휑뎅그렁한 빈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체육회관 하나도 폭탄을 맞은 듯한 느낌으로 서 있긴 한데.
사라진 야구장야구장도 사라지고 공설운동장도 사라졌습니다. 하루아침에 허물어 버린 두 경기장이 섰던 자리는 휑뎅그렁한 빈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체육회관 하나도 폭탄을 맞은 듯한 느낌으로 서 있긴 한데. ⓒ 최종규

야구장 철거 마무리 지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체육회관 건물마저도 그예 허물립니다.
야구장 철거 마무리지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체육회관 건물마저도 그예 허물립니다. ⓒ 최종규

잠들어 버린 야구장 모든 역사는, 사라지게 되면서 이야기를 남길까요. 나이든 분들은 고교야구에 눈물콧물 흘리며, 제 또래들은 프로야구(삼미-청보-태평양-현대)에 눈물콧물 짜면서, 서로 부둥켜안고 뒹굴던 발자국은 이렇게 사라지게 되면서, 가슴에 이야기 하나 남길까요.
잠들어 버린 야구장모든 역사는, 사라지게 되면서 이야기를 남길까요. 나이든 분들은 고교야구에 눈물콧물 흘리며, 제 또래들은 프로야구(삼미-청보-태평양-현대)에 눈물콧물 짜면서, 서로 부둥켜안고 뒹굴던 발자국은 이렇게 사라지게 되면서, 가슴에 이야기 하나 남길까요. ⓒ 최종규

50년대 숭의야구장 1950년대, 인천 숭의야구장과 공설운동장 모습을 담은 <인천의 명소>라는 책에서. 골목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네 한복판에 울타리 하나 없는 야구장과 축구장이었습니다.
50년대 숭의야구장1950년대, 인천 숭의야구장과 공설운동장 모습을 담은 <인천의 명소>라는 책에서. 골목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네 한복판에 울타리 하나 없는 야구장과 축구장이었습니다.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야구장#숭의야구장#도원야구장#인천#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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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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