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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6일 안양대학교 학교식당 게시판에서 찍은 사진. 대학생들이 돈을 가장 중요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11월 6일 안양대학교 학교식당 게시판에서 찍은 사진. 대학생들이 돈을 가장 중요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 이상규

 

지난 6일 아침, 안양대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안양역 부근을 한참 헤집다가 결국 길을 못 찾아서 택시를 타게 되었습니다. 차에서 MBC 라디오 프로그램 <양희은, 강석우의 여성시대>를 들었습니다. 광주 광산구 송정동에 거주하시는 한 할아버지가 올해 8세인 초등학교 1학년 외손녀에 대한 사연을 보냈는데 그 내용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연 내용 들으니,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계속 한 숨을 내쉴 수밖에 없더군요. 20대 중반인 제가 처한 미래, 더 나아가 '88만원 세대' 들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는 불안함이 저 자신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30대와 40대, 그리고 그 이후에는 자녀들 앞에서 '돈 걱정'하는 가정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은 괴로움이 들더군요. 경제 악화의 결과로 20대가 악영향을 제대로 받았는데 더 이상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88만원 세대가 더 고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 할아버지의 사연 중에서 '제가 말하고 싶은' 주요 내용을 이곳에 적어 보겠습니다. 사연은 강석우씨가 읽으셨습니다.

 

"요즘 아이들 왜 이리 바쁜지요. (초등학교 1학년인 외손녀는) 학교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와서 토스트와 주스 한 잔 마시자마자 피아노 학원, 영어 학원, 바둑 학원, 또 저녁에는 발레 학원까지 이러다보면 제 외손녀는 저녁 8시가 다 되서야 집에 들어옵니다. 그것도 모자라 외손녀 목소리라도 들어보려고 (밤늦게) 전화하면 수업중인지 전화를 안 받아 '그래도 집에 왔겠지?'라고 전화를 걸었더니 영어 동영상 듣기, 말하기까지 1시간해야 한다는 군요.

 

저는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빛고을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한창 개구쟁이인 8세와 6세 손녀들과 산에 올랐으면 하는 소원이 있습니다. 그래서 딸에게 전화했더니 '아빠는 요즘 아이들 얼마나 정신없는데 주말에 시간을 낭비해요. 애들 토요일에 더 바쁜 거 몰라? 예술제도 나가야 하고, 대회 연습도 해야 하고, 문화 센터에서 하는 영어 연극반 수업도 들어야 하는데 나중에 겨울방학 하면 그때 한번 같이 가요'라고 말하더군요."

 

제가 그 사연을 들은 뒤 한 숨을 내 쉬며 "어휴. 장난 아니겠구나. 학원 4개 보내면 돈이 엄청 들텐데"라는 혼잣말을 했죠. 그러더니 중년의 택시 아저씨가 제 손을 잡으며 "자네 세대 때는 더 부담될 거야. 애들 학원 보내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얼마나 큰데"라고 하시더군요.

 

물론 자녀에 대한 사교육비가 늘어날지, 줄어들지는 확실히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택시 아저씨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녀를 위한 교육 열기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현실인데다 입시 경쟁까지 치열함을 더해가는 현실이니까요.

 

아무리 '공교육 강화'가 몇 년째 여론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지만 사교육비가 뚜렷하게 줄어들었다는 소리는 지금까지 듣지 못했습니다. 분명한 건, 사교육비가 옛날보다 더 많아진 것은 물론 자녀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제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다녔을 적에는 저를 비롯해 또래들까지 3개 이상 학원 등록한 경우가 없었으니까요. 2개 이상의 학원 다닌 친구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벌써부터 사교육비 걱정하는 이유? 점점 악화 되는 20대의 사회 입지 때문

 

제가 왜 미래를 걱정하느냐? 제가 나중에 가장이 되어 자녀를 키우게 되면 그 애는 사연에서 소개된 8세 외손녀처럼 학원 4개는 물론 여러 가지 대회에 나갈 것입니다. 그러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데, 20대에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튼튼히 마련하지 않으면 나중에 엄청난 자금 압박을 받게 되며 그 여파는 제 아이가 교육 흐름에서 뒤쳐지는 악순환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 결혼해야 하기 때문에 애는 당연히 키워야겠죠.

 

그런데 현재 20대가 처한 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2004년 청년 실업 100만이었던 인구가 3년 뒤에 200만으로 두 배로 껑충 뛰어오른 데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주저하는 공통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취업 지원서 30개, 50개까지 보냈음에도 단 한 곳도 '입사하라'는 말을 업체에서 듣지 못했던 취업준비생이 있는가 하면 저임금 노동자와 비정규직 문제가 날이 갈수록 악화 되는 현실이죠.

 

이제는 하다못해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모 유명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있는 글들을 보면 '요즘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어려워서 괴롭다'는 내용의 사연들을 종종 볼 수 있더군요.

 

물론 최저임금이 1년 주기로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만, 업체들이 인건비에 대한 거품을 빼기 위해 아르바이트 인원을 필요 숫자만 뽑거나 채용하지 않는(직원이 아르바이트 몫까지 해결하죠.)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 저희 동네 근처에 있는 모 편의점은 장사가 잘 안되어서, 아르바이트생에게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돈을 지급하려다 덜미 잡혔죠.

 

그래도 아직까지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돈 많이 주는 업체들이 적지 않게 존재하기 때문에 다행입니다.

 

88만원 세대와 캥거루족의 등장, 경제 불황이 낳은 존재들

 

 '88만원 세대' 책의 표지
'88만원 세대' 책의 표지 ⓒ 레디앙

그럼에도 20대가 걱정되는 것은, 작년에 베스트셀러였던 <88만원 세대>(우석훈, 박권일 공저)의 내용이 현실과 점점 맞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지금의 20대는 상위 5% 정도만이 한전과 삼성전자 그리고 5급 사무관과 같은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이미 인구의 800만을 넘어선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20대 중에 대부분은 부모에게 경제력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아니라, 취업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지 않고 부모에게 빌붙어 사는 철없는 젊은 사람들을 요즘에는 '캥거루족'이라고 부르더군요. 이들이 나중에 결혼하여 자녀 키우면 그때도 부모에게 의존할 것인지 그게 궁금해집니다.

 

최근에는 경제 악화로 인하여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갔던' 건설업이 엄청난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작년 연말 모 언론에서 보도된 '사업 망하기 쉬운 직종' 1위가 건설업이었을 정도죠.

 

제가 5년 전 서울 모 전문대 건설학과에 입학했을 당시 신입 사원 연봉이 2000~25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보통 월급 100만원을 받는다고 합니다(중견 기업 기준). 2500만원은 차장이나 부장급 직원들이 받는 금액으로 가치가 하락 했더군요. 심지어 저의 학교 선배 친구는 한 중견 기업 본사에서 일한지 3년 되었음에도 1년 동안 급여를 못 받았다고 합니다.

 

20대, 돈 많이 벌어도 취업 걱정 때문에 불안하다

 

저 같은 경우에는 대학생임에도 '스리 잡'을 해서, 돈을 많이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적금 2개 가입에 보험료와 핸드폰 요금, 그리고 대학교 등록금까지 제가 혼자서 해결하고 있으며 부모님에게 소정의 용돈까지 드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 마음이 불안한건 어쩔 수 없더군요. 워낙 학력이 좋지 않다 보니 사회에서 오랫동안 당당하게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약한 것은 물론, 작은 직장이라도 취직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까지 듭니다. 요즘에는 고학력 출신들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아서 20대 어느 누구도 앞날이 불안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터넷 쇼핑몰 창업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경제 악화가 대두되면서 이쪽 시장도 급격하게 안 좋아졌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지난여름에 창업을 시도했으나 '1년 동안 회사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자본금 부족으로 아직까지 사이트를 열지 못했습니다.

 

물론 쇼핑몰 시장의 매출액이 매년 오르고 있지만 유명 쇼핑몰들의 매출만 늘어났을 뿐, 후발 주자들은 매출액 부족으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창업한지 6개월 만에 폐업한 쇼핑몰만 하더라도 90%가 되었을 정도로 인터넷 쇼핑몰로 망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입니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쇼핑몰 시장이 이제 실력자만 남았는데, 인터넷 쇼핑몰로 부자가 되고 싶어 하던 20대들에겐 절망 같은 얘기죠.

 

'가난함'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

 

저는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집에 돈이 없어서 학원마저 다니지 못하고 문제집 한권 구입하는 것조차 가족들 눈치까지 봤습니다. 물론 과외는 한 번도 받지 못했고요. 잘 나가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1학년 때까지 반에서 5등이었던 제 성적이 추락하게 되었고 결국 전문대에 들어갔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 새벽 늦도록 매달려도 '남들보다 돈이 부족하다'는 열등감에 시달리다 성적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죠.

 

하지만 제 자녀들에겐 이 같은 괴로움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습니다. 앞서 라디오 사연에 언급된 것처럼, 자녀들이 공부하는데 있어 부족함 없는 지원을 할 수 있도록 20대일 때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한편으로는 어려운 현실에 절망해도 다른 한편으로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오기와 희망을 품게 하는 요즘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처럼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분명히 나중에 좋은 일이 벌어지리라 믿습니다. 그러다보면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자녀들 사교육비 걱정 절대 안하겠죠.

 

끝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20대 여러분들, 우리가 주어진 현실 앞에 벌써부터 포기하면, 남은 인생 아깝지 않습니까? 우리의 상징은 '젊음' 이며 그 열정은 하나의 불씨라도 절대 꺼지지 않습니다. '되고송'이 유행한 것처럼 생각대로 하면 됩니다. 우리들의 내일이 밝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시고, 미래를 위해 돈 많이 벌어서 부자 되시길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pulse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대#사교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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