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인천남고등학교 제24고사실. 교실 한가운데 4개의 책상이 놓여있고 컴퓨터와 프린터가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대부분의 시험장 분위기가 그렇지만, 이곳에는 여느 곳보다 강한 긴장감이 도는 듯하다. 마치 심장소리마저 멈추어 정지되어 있는 듯.
그 한 가운데 수험생 김상화(40·여)가 앉아있다. 헤드셋 너머로 간간히 들려오는 귀에 익은 컴퓨터 기계 음성이 흘러 나온다. 그녀의 손끝은 컴퓨터 자판 방향키를 연신 움직이며 화면상에 나타나 있는 문제들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그때마다 문제의 지문들이 헤드셋을 통해 귀로 전달된다. 그녀가 5지선다에서 답인 듯한 곳에 별표를 하고는 방향키를 몇 번 더 움직인 뒤 최종적으로 답을 시험지에 직접 타이핑하여 적어넣는다.
올해부터 시각장애자에게는 음성PC를 이용하여 임용고사를 치를 수 있도록 허용이 되었다. 중도실명자가 많아짐으로 인하여 점자 읽는 속도가 늦은 이들을 위해 화면읽기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로 시험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상화씨는 만 40세의 중도실명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게된 후 시각장애복지관에서 점자를 배웠고 그 후 대학원에서 교사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임용고사에 도전하는 시각장애 1급 장애인이다.
그녀는 지난해 점자로 시험을 치른 후 도저히 규정시간 안에 시험을 마칠 수 없음을 인식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음성PC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제소해 놓은 상태라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번 시험에서부터 각 시도에서 음성PC 사용을 허용하게 되었다고.
인천광역시 교육청에서도 이 한 명의 수험생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다. 감독자로 시각장애 학교의 컴퓨터교사와 수험생이 응시한 과목선생님을 배정하여 급하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음성PC 전문가에게 이메일과 전화로 자문을 구하고, 실제 교육청 담당자의 컴퓨터에 음성지원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사용해 보기도 하는 등 빈틈없는 준비를 하여왔다. 아울러 사전에 응시자에게 연락하여 수험생의 요구사항도 확인하기도 했다.
그 결과 김상화씨는 시험을 마친 뒤 자신의 시험결과에는 상관없이 인천교육청과 학교측의 배려에 감사했다. 그는 "이렇게 음성을 통하여 시험을 볼 수 있어 자신의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게 되었다"며 "교사로서 자신의 장애가 학생들에게 마이너스 요인이 아닌 인간 극복의 의지인으로서 보여지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극복하는 힘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작게나마 매년 좋아지고 있다. 사회적 인식도 변화고 있고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사법고시에 시각장애인이 2차 시험에 합격하게 되었다는 소식도 접하게 되었으며 이제 임용고사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이 합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지체부자유자들은 이미 정상인들과 경쟁을 통하여 각 직업 부분에 참여해 왔지만 감각적 이질감으로 인하여 제한된 직업에만 종사해야만 했던 시각장애자들과 청각장애인들도 이제 전문직까지 당당하게 능력만큼 함께 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복지 정책은 성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외된 자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커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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