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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계획
개발계획 ⓒ 안양시

낡은 집은 새로 지어야 한다. 어떤 방식이 좋을까?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여러 가지 개발 방식을 만들어서 시행하고 있다. 그 중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주거 환경 개선사업은 일반적이 재개발 재건축과는 차원이 다른 개발 방식이다. 재개발 재건축은 토지 소유자가 조합을 설립하고 그 조합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사업시행자가 된다. 또, 사업 시행자가 수립한 관리 처분 계획에 따라 토지 등 소유자가 건축물을 공급받게 된다.

하지만 주거 환경 개선사업은 토지 및 건축물을 협의 또는 수용에 의한 보상을 한 후 사업 시행자가 정한 입주금 및 절차에 따라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원주민들이 사업 주체도 아닐뿐더러 의견을 개입시킬 여지도 거의 없는 사업 방식이다.

주거 환경 개선사업을 하는 지역은 도시 저소득 주민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서 정비 기반 시설이 극히 열악하고 노후, 불량 건축물이 과도하게 밀집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시행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주거환경 개선 사업으로 안양시가 오는 2010년까지 2천118가구를 건립하려던 안양5동 냉천지구(면적 12만8천900㎡)와 3천100가구를 건립하려던 안양9동 새마을지구(19만900㎡) 도시재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안양시는 주거환경 지정지구 지정에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소송에서 지난 10월29일 패소했다.

재판부, “단순히 20년 경과했다고 노후된 건축물로 볼 수 없다” 고 판결

소송에서 패한 주된 이유는 경기도와 안양시가 주거환경 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지구지정을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수원지법 행정2부,재판장 전광식 부장판사)는 경기도 안양시 안양5동과 9동 주민 88명이 경기도지사, 안양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 지정처분에 대한 취소청구' 소송에서 주민들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주거 환경 개선에 대한 경기도 조례 자체가 ‘무효’ 라는 판결을 내렸다. 경기도 조례 주거환경 개선지구 정비구역 지정요건 제10조 제1항은 ‘노후불량 건축물에 해당되는 건축물 수가 대상구역 안의 50%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조항이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2조3호 ‘노후 불량 건축물에 대한 정의(건축미관이나 구조적 결함 등으로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판단했다.

단순히 20년 이상 경과됐다고 노후, 불량 건축물이라 규정한 것이 상위법인 ‘도정법(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 같은 법원 결정으로 주건환경개선사업 자체가 취소됐다. 

도정법 시행령은 지어진지 20년이 경과된 건축물로 건축물의 급수, 배수, 오수 설비 등이 노후화 되어 수선만으로 그 기능을 회복 할 수 없을 경우 노후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냉천지구와 새마을 지구는 도정법(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에서 정한 ‘노후 불량요건’ 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단순히 20년이 경과 된 건축물을 ‘노후 불량 주택’ 으로 산정 했을 뿐 도정법 에서 정한 나머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

안양시장 “13개월안에 사업재개, 보상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고 ‘공언’

 주민설명회
주민설명회 ⓒ 이민선

이번 판결이 던진 후폭풍은 크다. 주민들은 혼란에 빠져있다. 주부 이 아무개씨는 “2살 4살 먹은 아기가 있다 보상금 받아서 이사해야 하는데 이제 어떻게 하나? 답을 해달라” 고 안양시에서 개최한 설명회 자리에서 시장에게 질문했다. 안양시는 지난 4일과 5일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한 주민은 “재판과정에서 안양시의 안일한 대처로 패소해서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고 질책했다. 또 다른 주민은 “꽤 오랜 시간 소송을 진행했는데 그동안 반대하는 측과 조정은 불가능했냐?” 는 질책성 질문을 했다.

이 질문에 이필운 안양시장은 “반대하는 분들과 추진 위원들이 사업초기부터 의견 교섭 했지만 결과적으로 합의 안됐다. 현실적으로 조정이 불가능 했다” 고 답변했다.

주민들 동요는 이필운 시장 한마디에 좀 가라앉은 분위기다. 이 시장은 5일 열린 새마을 지구 주민 설명회에서 주민들에게 “13개월만 기다려 달라 13개월 안에 사업을 재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책임지겠다” 고 공언했다.

이 시장 발언이 끝나자마자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9동주민 김아무개씨는 “13개월만 기다리라고 하니 시원하기는 한데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13개월만에 사업을 재개한다는 것인지 의문” 이라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하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더 기다리라고 하니 답답하기는 하지만 시장이 ‘공언’ 을 한 만큼 일단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다.

재판부, 단순히 법리적 판단을 한 것이 아니다.

 설명회, 주민들
설명회, 주민들 ⓒ 이민선

이번  판결은 단순히 법리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 하지만 안양시는 법원이 법리적인 판단을 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주민들은 안양시가 재판과정에서 무책임하고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패소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계속 던졌다. 하지만 이 시장은 “안양시는 최선을 다했지만 재판부가 절차문제가 아닌 법리적인 해석을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거환경 개선 사업은 수용이라는 강제적 절차를 예정하고 있기에 토지 및 건축물을 강제 수용 당하는 소유자 의견도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기에 법에서 정한 절차가 엄격히 준수되어야 한다” 며 “철거가 불가피한 노후 된 건축물 여부를 간략하게라도 검토하여 그 근거를 갖춘 다음 20년이 지난 건축물인지 따졌어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즉, 안양시가 주거환경개선사업 수립대상구역 지정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은지 20년이 됐다고 무조건 노후 된 건물로 볼 수 없다는 것. 또, 절차 문제에 대해서도 위법 하다고 판결했다.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시행 하려면 주민 3분의 2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고 세입자 과반수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재판부는 안양시가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에 안양시가 한 사업인가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주거환경 개선지구 지정에 반대한 한 주민에 따르면 재판부는 주택공사 관계자에게 “건축이 완료되면 아파트 분양가가 얼마나 될 것이며 주민들 재 정착률은 어느 정도 될 것이냐?" 는질문을 한 것으로 전한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재판부 판결은 안양시 주장처럼 단순히 법리적인 판단을 한 것만은 아니다. 무척 종합적이고 세밀한 판단을 한 것이다. 또,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던 개발정책에 제동을 건 일대 사건이다.

안양시장 ‘책임 회피성’ 발언 철회해야

안양시장은  ‘법리적인 판단이라 어쩔 수 없었다’ 는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 백번을 양보해서 그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책임 회피성 발언’ 으로 들린다. 좀 더 진솔하고 겸손한 자세로 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아울러 이번 판결이 던지는 의미를 잘 새겨서 향후 진행될 수많은 개발 계획을 실행 할 때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안양시 건축행정은 현재 난항이다. 비산동 대림아파트 사기분양 사건에 이어 냉천지구와 새마을 지구 사건이 터졌다. 또, 뉴타운 지구 지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도 현재 진행 중이다.

이것은 안양시 건축행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엉성하게 운영되어 왔다는 반증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시장과 담당 공무원도 괴롭겠지만 고통 받는 것은 주민들이다. 때문에 주민들을 위해 좀 더 세심하고 과학적인 행정을 펼칠 것을 주문한다.

현재 안양시는 뉴타운 개발 지역을 비롯 33곳의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재정비 사업을 추진 하고 있다.  걱정이다. 이런 식 이라면. 안양시 개발계획과 건축행정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뉴스



#안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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