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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작업 서까래위에 개판덮는 작업
▲ 지붕작업 서까래위에 개판덮는 작업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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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진안신문>에도 나왔데."
"예, 같이 집 짓던 형이…."
"누가 보러 온다고 하면, 집에 없다고 오지 말라구 해."

입담이 좋고 직선적이기로 소문난 동네 형이 지금 살고있는 우리집에 대해 하는 말이다. 내내 공정을 지켜보면서, 아니, 엄밀히 따지면 기초 이전부터 집에 대한 언급을 해오던 차였다. 익숙해진 나로서는 이런 말을 듣고 그저 웃기만 했다. 마눌님은 옆에서 웃고 있지만, 속은 울그락푸르락 한다.

집짓기 시작하는 그 때부터 입주해서 사는 오늘까지 주변인들의 말이 끊이지 않는다. 마을사람들 선배·후배, 동네 아우들, 형들, 어르신들, 목사님, 옆집 이장님 등  공사가 한창일때 오시는 분들은 집짓는 정보에 대해 묻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 집은 이렇게 지으면 못산다는 식으로 위협하는 경우다.

지금 와 생각해보지만 귀가 얇아서 이 사람 저 사람 말을 내 안에 담으면 집이 원하는 대로 지어지지 못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의 경우에 해당된다. 업자에 맏겨서 지어도 그렇다. 귀농·귀촌·시골에 내려와서 자기 손으로 집을 짓는 경우엔 더하다. 마을 내에 있거나 오가는 길목에 짓는 경우라면 특히 그러하다.

내가 아는 이는 품앗이로 집을 짓다가 공정이 너무 느려 안된다는 가족들의 압박으로 포기하고 업자에게 맏겨서 결국 돈 고생, 마음 고생을 두 배나 심하게 했다. 다 처한 상황이나 경우, 인연 또는 팔자에 따라 다르긴 해도 집짓기는 여럿의 의견을 수렴하면 점점 더 힘들어진다.

프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설계담당 건축가-시공담당자-건축주의 삼박자가 잘 맞아들어가야 제대로 된 집이 나온다. 나의 경우엔 잘 안된 경우를 보고 듣고 예측하여 주의 깊게 따져보았다. 물론 합리적인 의견을 묵살할 필요는 없다. 내가 판단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집짓기를 공부해야 함은 기본이다.

유명한 목수에게 포기하란 말을 듣다

우리집 아직 미완의 작은 한옥. 나의 집이다. 아직 공정이 한참 남아 있다. 문틈으로 보이는 놈(?)이 두살배기 아들.
▲ 우리집 아직 미완의 작은 한옥. 나의 집이다. 아직 공정이 한참 남아 있다. 문틈으로 보이는 놈(?)이 두살배기 아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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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즈음에 꽤 유명한(이 근방에서는) 목수 한 분(주로 미국식 목조주택이 전공)이 동네 어귀에 집을 지으러 왔는데 상량식을 하고 뒷풀이에 나를 조용히 불러서 하는 말이 아직도 귓전을 울리는 듯 하다. 충격이 있었던가.

차마 다 옮기지는 못하겠으나(술자리 분위기에서 나오는 말이 대부분 매체용 언어에는 부적절한 느낌이 많은지라) 대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넌. 제 정신은 아닌 것 같다.  요즘 그렇게 집짓고 사는 사람들 없다. 고집부릴 게 없어서 그런데 고집을 부리는가. 건식(물을 섞지 않고 쓰는 건축자재로 조립 및 마감이 가능한 건축방식)으로 지으면 따뜻하고 좋을텐데, 왜 뼈대를 한옥으로 해서 이 고생을 하는가. 겨울엔 어쩌려는가. 한옥은 자위하는 거다. 사는 집은 달라야 한다. 안락하고 편안해야 한다. 바람과 추위는 어찌 하려는가. 정자랑 별로 다르지 않다. 함 살아봐라."

무서운 위협이다.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시작부터 안 하거나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몇 채간 집짓기 경험도 해 보았고, 스스로 기술적 부분만 빼고는 자신이 있었다. 물론, 그 목수의 의견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고 싶지 않은 거다. 내가 생각하는 집. 꿈을 꾸어왔으니 실행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야 변질되지 않은 '내'가  이 곳에서의 시골생활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왜 서울을 버리고 이 골짜기에 오게 되었는가.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이다. 도시에서의 사상과 생활방식을 가지고 이 곳에 온다면 걸맞지 않을 뿐더러 더 살기 힘들어진다.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소비행태나 자본에 대한 생각과 관리방식도…….

집짓기도 마찬가지다. 나무뼈대를 구조로 하면서 합판과 석고보드와 스티로폼을 넣어서 벽을 마감한다면 쉬울지는 모르나 '지금의 내 삶에 있어서 집짓기'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업자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일을 할 뿐이며, 건축자재 대부분에서는 오염물질이 나온다. 게다가 집이 수명을 다하고 난 뒤 폐기물이 지구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냥 무시하는 것은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삶의 변화를 기획하기도 했지만, 이런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반면 그런 다짐을 위반하면서 내 자신의 안락과 평온을 구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의 휘둘림이 앞으로 내 삶에 타협과 복종을 불러올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다행히, 정자에 비닐 치고 누워있는 정도는 아니다. 보일러 돌리면 온기가 올라오고 실내온도 16℃에서 18℃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옷은 다 입고 지내야 한다. 도시 아파트에서 반팔에 반바지 입고 실내생활하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래도 답답하지 않아서 좋다. 잘 때 서늘한 기운이 얼굴을 덮고 따뜻한 기운이 몸과 발을 덮어서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다.

1개월이면 끝낼 집짓기, 7개월 동안 하다

미완의 사랑채 사랑채가 본채보다 높이 있다. 지붕만 덮여 있는 상태로 공정은 내년 봄부터 이루어진다.
▲ 미완의 사랑채 사랑채가 본채보다 높이 있다. 지붕만 덮여 있는 상태로 공정은 내년 봄부터 이루어진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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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렇게 부담스러운(?) 한옥을 짓고 살게 되었는가.

집짓기 구상은 이 곳에 들어와 마을 방문자센터에 세들어 살 때부터 시작되었다. 작게 모형을 만들고, 스케치를 하고 동네 전역 땅을 알아보고, 이장님을 통해서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거의 1년이나 걸렸다.(이 곳에 살면서도 말이다. 살지 않고 알아보기란 더 힘이 들었을 것이다)

그 땅 위에 건물을 짓기까지 또 1년. 몇 개월 뒤에 살림집 건축이 시작되었다. 그간 읽은 책이 10여권에 참조한 잡지는 수십여권, '한옥'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제목의 책도 10여권 사서 읽었다. 완벽한 정보는 없다. 내가 조합해서 실행해야 한다. 특히 한옥의 경우엔 재료와 결합이 제일 문제가 되었다.

2007년 10월에 상량하여, 2008년 10월 중순이 넘기는 시점에 입주하였다. 한옥의 뼈대와 지붕은 그 분야의 쟁이에게 맞겨서 시행했고, 설비, 전기, 벽체 흙공사, 미장, 바닥과 조적을 모두 내가 했다.

겨울 혹한기를 피해(이 곳은 겨울이 길다) 3월 중순부터 벽체의 뼈대작업을 시작했다. 올 10월에 초배와 장판깔기까지 7개월이란 긴 작업 대상이 단 15평이라 하면 믿을 사람이 없다. 돈으로 하면 1개월이면 충분한 기간이다. 하지만 이 집은, 나는 그랬다. 집안 식구에게까지 핀잔을 들으면서 긴 기간 공사를 시행하여 집에 들어왔다.

집은 미완이다. 외벽마감과 서까래와 도리 사이의 공간 메운 곳의 마감이 덜 돼 있다. 집을 둘러 기단을 쌓고, 내민마루도 해야 한다. 화장실에 타일도 붙지 않았다. 그러니 시골분들이 볼 때는 더더욱 한심하게 보일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공정까지 들어가는 비용만 8000만원이 들었다. 적지 않은 비용이다. 셈 잘하는 이에게 맡겨서 작은 집 한 채 지을 수 있다. 물론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럴 듯 하게 '공구리'를 쳐서, 안 보이는 자재는 좀 빼거나 등급이 낮은 것으로 하여. 하지만 한옥은 지을 수 없다. 너무 고급화되어 있고, 구조로 쓰이는 나무값도 만만한 게 아니다. 수작업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 흔히 이야기하는 3.3m²당 300만원이 기본이다. 인테리어 부엌·화장실 꾸미기 시작하면 비용은 그 배가 된다.

나는 그 어려운 길을 택했고 이제 그 길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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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한옥#생태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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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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