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지인이 점심을 사 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약속시간인 12시 30분에 맞추기 위해 정오에 사무실을 출발했지요.
시내버스는 마침 자리가 넉넉하게 좌석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편히 자리에 앉아 가고 있었는데
버스가 충남대학교 병원을 지나자 승객이 부쩍 늘었지요.
많이 탑승한 승객 중엔 가볍지 않은 짐을 든
50대 중반쯤의 아주머니도 보였는데 그러나
누구 하나 일어나서 선뜻 자리를 양보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에라~ 내가 양보하자!
“아줌마~ 일루 앉으세요.”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혹여 자신으로 말미암아 내가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부러 일어난 건 아닌가 싶은 노파심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괜찮아요...”
여전히 자리에 앉아있던 제 곁의 어떤 30대 아줌마는
제가 불쑥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미안했던가 봅니다.
그러한 표정의 아줌마를 다분히 의식하며
저는 회심의 촌철살인(?) 유머 멘트를 날렸지요.
“별 수 있나요, 젊은 제가 일어나야죠.”
그러자 제 자리로 엉거주춤의 모양새로
다가오던 짐을 든 아주머니가 먼저 웃었습니다.
“호호호~ ^*^”
비록 말은 안 했으되 그 웃음의 내면엔
‘별 웃기는 아저씨를 다 봤네!
내가 보기로도 오십은 훨씬 넘어 보이는 중늙은이거늘
하지만 뭐라고? 자기가 젊은이라고???’
그 아주머니의 웃음은 제 곁의
30대 아줌마에게로까지 금세 전이되는 들불이 되었습니다.
“(나도) 호호호 *^_^*”
그 아주머니께 자리를 양보하고 저는 얼추 다섯 정류장을 서서 왔습니다.
그랬음에도 누군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는 뿌듯함과 아울러
잠시나마 버스 안의 승객들에게 짧은 유머로써
웃음을 유발케 했다는 우쭐함에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지인이 사준 돼지고기 수육과 칼국수는 유독 그렇게 맛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고물가와 저성장의 경제기조 등으로 말미암아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즈음입니다.
그렇지만 이렇듯 잠시나마 유머를 사용하여
칙칙한 분위기를 일신(一新)한다면 모든 이들이
웃을 수 있는 어떤 토양도 되는 것이기에 적극 권장하고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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