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대통령이 LA 현지 교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지금 주식 투자하면 1년 안에 부자 된다’고 말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야당에서는 ‘증권 브로커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사회각계에서도 경기 전망이 이렇게 어두운 판에 근거 없는 낙관론을 제시함으로써 오히려 정부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킨다고 대통령의 경솔함을 질타했다.

 

이미 연기금의 대거 투입, 미국과의 통화스왑 체결 등으로 일시적으로 주식과 환율이 안정을 찾자 정부는 ‘이제 위기는 끝났다’고 했지만 불과 10여일 만에 주식이 다시 1000포인트선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환율이 1500을 돌파하는 등 다시 요동쳐 정부의 탈위기 주장이 거짓임이 판명되었다.

 

지금까지 정부는 이번 위기의 성격을 줄곧 ‘유동성 위기’ ‘신용 경색’등으로 규정하여 돈만 돌아가고 금융권에 대한 신뢰만 회복된다면 극복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얼마 전에는 은행에 대한 정부의 지불 보증과 펀드 가입 시 세제 혜택 방침이 취해졌으며 대통령이 직접 펀드 가입을 종용하는가 하면 인위적 주가 상승을 위해 국민의 미래의 삶을 위한 담보금인 연기금을 대거 주식시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종전의 대규모 주식 투자 바람과 펀드 가입 열풍이 몰아친다면 극복될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유동성 위기, 신용 경색 아닌 총체적 위기

 

그러나 이번 위기의 직접 도화선이 되었던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것은 단순히 유동성 위기, 신용 경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미국은 90년대 닷컴 버블이 꺼지자 투자처를 찾던 유휴자본이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몰리게 되었다. 또한 부시 정권의 독려에 따라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많은 사람들이 모기지에 의존해 집을 샀다. 부동산 투기 바람이 인 것이다. 여기에서 모인 자금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생상품을 만들어냈고 그 거품이 터진 것이다.

 

말하자면 실물 경제에 기반 하지 않고 부풀려진 금융상품은 그 만큼 위험할 뿐 아니라 허깨비라는 것이다. 사실 생산성 향상에 의해 이윤율을 향상시키지 못한 실물 경제의 한계를 그간 금융시장에서의 거품을 통해 은폐시켜왔는데 이제 그것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위기는 금융위기를 넘어서 총체적 경제 위기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미 급격하게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실물경제를 재빠르게 파악하고 있는 영악한 투자자들이 대통령의 말만 믿고 그냥 주식에 투자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게 해서 억지로 주가를 올린다고 해서 위기가 극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주식 부양을 위한 연기금 투자와 환율 관리를 위한 달러 방출 등으로 오히려 경제위기에 대한 위험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사실 지금의 주식시장에 정부가 돈을 푸는 것은 도박판 판돈 키워보자는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딸 가능성이 거의 없는 판에 말이다.  

 

서민층 지지, 지원을 통한 유효 수요 창출 없인 위기 극복 못해

 

그럼 위기 돌파 해법은 생산성 향상과 이를 통한 실물경제 영역의 활성화에서 찾아야 될까? 정부는 건설사에 대규모 지원을 하기로 했다. 부실한 기업은 빨리 퇴출시키고 건실한 기업은 확실히 지원해주고 이를 통해 실물 경제의 활력을 되찾겠다고 했다. 그 외에도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무조건 많이 짓고 많이 생산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수요가 있어야 한다. 알다시피 벌써부터 대규모 감원 등 구조조정이 예견되고 있다. 곳곳에서 임금 동결,삭감이 이야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개악도 시도하려고 한다.

 

기업에서 만든 제품의 소비자는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농민, 서민인데 이들의 생계가 말이 아니다. 결국 소비 수요가 부족하면 생산과잉 상태에 빠지고 만다. 기업은 생산된 가치를 실현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정부의 해결책은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소수의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해서는 수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혜택과 각종 규제를 풀어 주는 반면 서민들을 향해서는 유가환급금, 미정산 세금 찾아주기 등 소액의 선심성 혜택만을 주고 있을 뿐이다.

 

소비 수요 증대를 위해서도 고용과 생계 안정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복지 후생비를 대폭 늘려야 한다.    

 

자립적 경제 기반 구축해야

 

또 하나 있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우리 경제가 외풍에 너무 취약하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 그렇다.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 타전되자 거의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서 바로 우리 경제에 그 파장이 밀려 왔다. 1990년대 초반부터 가속화된 시장개방은 IMF와 더불어 더욱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그래서 미국이 기침 한번 하면 우리는 독감을 앓는다는 말이 있다.

 

이번 위기 국면에도 당장 외국인의 대거 주식 매도로 주가가 폭락했고 미국의 경기침체는 수출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그런 판에 이명박 정부는 한미 FTA를 빨리 체결하자고 한다. 이는 미국에 대한 종속적 경제 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게 뻔하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이번 협상을 그대로 통과시키려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사태는 매우 복잡하게 꼬여 있다.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만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수출입 시장을 다변화하며 자주적 경제기반을 구축하는 등 우리의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국면이 도래할 경우 위기를 피할 방법이 없게 된다.


#이명박#경제위기#실물경제#주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