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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10시. 아줌마들로 북적이는 스포츠센터
 오전 10시. 아줌마들로 북적이는 스포츠센터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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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 갑자기 다가온 추위 탓에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조차 잔뜩 움츠러든 11월 말. 열흘 굶은 시어머니 상처럼 찌푸린 하늘에서는 아침부터 눈발인지 진눈깨비인지 모를 질척한 것들이 떨어지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분당 한 스포츠 센터에는 부지런한 아줌마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이러다 내가 죽겠다"며 나선 곳은...

러닝머신 위에서 한참 땀을 흘리고 난 후 잠시 휴게실에 앉아 수다와 함께 나누는 커피 한잔은 꿀맛이지요. 

"날씨 참 꿀꿀하네. 돈 쓸 일은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하는데 월급 동결에 보너스까지 삭감한다고 난리고, 그나마 코 묻은 돈 모아 재테크라고 시작했던 주식은 깡통되고 펀드는 쪽박이 났으니 요즘 같아서는 정말 살기 싫은 거 있지. 남편한테 말도 못하고 내가 죽겠다니까."
"나도 그래. 들리는 건 불안한 소식뿐이니 집에 있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다니까. 그렇다고 드러누으면 누가 알아주니?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포기하고 운동이나 열심히 해야지 뭐."
"내가 아는 아줌마는 요즘 병원에 다니잖아. 되는 일 없으면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안 그래도 답답한 상황에 갱년기까지 와서 아주 죽겠는가 보더라. 그래서 내가 요즘 만날 때 마다 운동 나가자고 설득중이잖니." 

세계적 경제불안이 엄습했다느니 대공황을 앞두고 있다느니, IMF 못지않은 대규모 감원사태와 정리해고, 기업도산이 예상된다느니 우울한 소식과 전망 일색인 요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제 주변에도 병원을 다녀왔다느니, 싸고 드러누웠다느니 하는 친구들이 한둘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드러내고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주부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반 토막 나버린 주식과 펀드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저 역시 이런 시기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안 일에만 빠져있었더라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울증을 이길 만한 좋은 방법을 찾았답니다. 얼마 전부터 친구와 함께 동네 스포츠센터에 나가 운동을 시작한 것이지요.

불경기에 무슨 헬스클럽, 모르는 소리

 대한민국의 활력은 아줌마에게 맡겨라
 대한민국의 활력은 아줌마에게 맡겨라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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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값마저 아끼겠다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금, 한 달에 5~6만원씩 하는 스포츠센터 이용료가 아깝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운동이 주는 효과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랍니다.

"원, 투, 원, 투, 원, 투, 쓰리, 포. 노바디 노바디 원 츄. 짝짝 쿵 짝."
"앗 싸~. 원 투 원 투."

원더걸스의 '노바디'에 맞추어 신나게 에어로빅을 하는 아줌마들, 이어폰을 귀에 꼽고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아줌마들, 무거운 아령과 씨름하는 아줌마들, 어려운 요가 동작에 맞추어 온몸을 비틀며 땀을 흘리고 있는 아줌마들.

이런 그녀들을 보고 있으면 함께 운동을 하고 있는 저 역시 어디서 저런 신명이 나올까 신기하기만 하답니다. 집안 일로, 남편 내조로, 육아와 시집살이로 자신을 위해서는 잠시의 짬도 내기 어렵다는 아줌마들이 저렇게 열심히 운동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애들 학교 보내 놓고 바로 뒤따라 나오려면 아침부터 얼마나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데요. 솔직히 운동하기 전보다 지금이 훨씬 부지런해졌어요. 운동시간을 빼려면 다른 일도 빨리 해야 하니까요. 그러게 바쁘게 살다보니 어지간한 고민쯤은 잊게되더라구요."

"운동하기 전에는 생활이 너무 단조로워서 애들이나 남편한테 짜증도 많이 냈었지. 운동하고 나서는 그게 없어졌어. 하루에 단 몇 시간이라도 오직 나만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맞아요. 운동할 때만큼은 자신한테만 집중하게 되잖아요. 힘들게 운동을 하고 돌아가도 지치기는커녕 활기가 넘치거든요. 그래서인지 처음엔 무슨 운동이냐고 핀잔을 주던 남편도 요즘엔 왜 안 나가느냐면서 오히려 챙겨준다니까요."

좌절하지 않는 아줌마들, 대한민국 아줌마 화이팅!

짧은 쉬는 시간 후 다시 하던 운동을 마저 하러 운동실로 들어가는 아줌마들의 발걸음이 오늘따라 그렇게 당당하고 씩씩할 수가 없습니다. 50포기, 100포기 김장을 버무리는 강한 팔과 두 아이를 업어 키운 든든한 등, 쌀이든 들통이든 무겁다 생각 않고 번쩍번쩍 들고 달리는 튼튼한 두 다리는 물론 몸보다 더 건강한 정신을 가진 아줌마들이니까요.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에 아줌마들은 결코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국가부도사태였던 IMF도 이겨낸 아줌마들인데, 수많은 환란에도 굴하지 않고 자식들을 키워 낸 대한민국의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딸들인데 이 정도 고난에서 무너진다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대한민국표 아줌마라 할 수 없겠죠. 

수많은 고난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고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일하는 우리의 아줌마들이 대한민국의 희망이 아닐까요? 열심히 뛰고 달리는 아름다운 그녀들. 그녀들의 이름은 대한민국 아줌마입니다. 

아자! 아자! 대한민국 아줌마 화이팅!!


#스포츠센터#헬스#에어로빅#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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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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