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50년 동안 마을의 지킴이 역할을 했던 서낭당 서낭목 소나무(천연기념물 제350호)가 이 세상과의 인연을 다하자 소나무의 영혼을 극락세계에서 편히 쉬게 하는 불교식 제례가 열렸다.
▲ 삼산리소나무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 450년 동안 마을의 지킴이 역할을 했던 서낭당 서낭목 소나무(천연기념물 제350호)가 이 세상과의 인연을 다하자 소나무의 영혼을 극락세계에서 편히 쉬게 하는 불교식 제례가 열렸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삼산리 소나무는 극락 왕생했을까?

29일 오전 강릉시 연곡면 삼산2리 소금강 입구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는 '소나무 천도재'가 올려졌다.

450년 동안 마을의 지킴이 역할을 했던 서낭당 서낭목 소나무(천연기념물 제350호)가 이 세상과의 인연을 다하자 소나무의 영혼을 극락세계에서 편히 쉬게 하는 불교식 제례를 마련한 것이다.

소나무의 영혼을 위로하듯 빗방울이 떨어지고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마을 주민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서운함을 달랬다.
▲ 소나무 천도재에 참석한 마을 주민 소나무의 영혼을 위로하듯 빗방울이 떨어지고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마을 주민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서운함을 달랬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사람이 이 생에서의 삶을 마치면 그 마지막 가는 길에 잘되거나 부족한 점, 서운한 점을 모두 털어내는 마지막 보냄의 한풀이를 하듯 삼산리 소나무의 죽음에 대해서도 많은 말들이 나왔다.

김재복 소금강번영회장(50)부터 칠순을 넘긴 할머니들은 눈발이 휘날리는 차가운 바람속에서 친한 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내듯 슬픔과 아쉬움에 몸을 떨었다.

32개의 가지를 잘라냈다. 주변의 참나무도 4그루나 베어내고. 주민들은 잘못된 나무관리가 소나무를 죽였다고 믿고있다.
▲ 삼산리 소나무 현재의 모습 32개의 가지를 잘라냈다. 주변의 참나무도 4그루나 베어내고. 주민들은 잘못된 나무관리가 소나무를 죽였다고 믿고있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강릉시와 문화재청에서 죽인 것이다. 멀쩡한 소나무의 가지를 32개나 잘라내고 쇠심을 박았다. 또 굴착기로 뿌리 주변을 파헤쳐 비료를 줬다. 그것도 모자라 옆에 있던 참나무를 네그루나 베어 냈다. 그 나무들이 소나무에 무슨 해를 입힌다고."

한결 같은 주민들의 목소리다. 푸르게 잘 자라던 소나무가 사람들의 손을 타고 나서부터 시름 시름 앓다가 끝내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자기들 마음대로 자르고 베어 내다가 이제 와서는 수명이 다 했다고 한다. 전문가라면서  멀쩡한 가지는 왜 잘라내고, 또 소나무에 비료를 준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 마지막 가는 길인데 책임이 있든 없든 시나 문화재청에서 나와 봐야 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연곡면에서는 시장이 가라 해야 온다더라."

주변의 참나무와 어우러져 성황림을 이루고 있다.
▲ 삼산리 소나무의 옛모습 주변의 참나무와 어우러져 성황림을 이루고 있다.
ⓒ 문화재청

관련사진보기


스님의 염불과 바라춤이 끝나자 마을 사람들은 향을 피우고 술잔을 올려 소나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마을입구에 서서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게 지켜주던 서낭목의 죽음이 자신들의 불찰인양 부끄러워 하며 절을 올렸다.

삼산에서 14대째를 살고 있는 김영욱(55)씨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었지만 사람들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야 천도가 되는 거 아니냐. 삼산리 사람 모두의 소나무다. 이렇게 보내기엔 너무 섭섭하다"고 아쉬워했다.

마을을 지키며 재난과 액운을 막아준 소나무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있다.
▲ 향 올리는 마을 주민들 마을을 지키며 재난과 액운을 막아준 소나무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있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삼산리 소나무는 1988년 천연기념물 제350호로 지정되었다. 높이 22m, 둘레 3.59m로 주변에 떡갈나무와 물푸레나무 등과 더불어 작은 숲을 형성하고 있었으나 2000년부터 수세가 약해지기 시작해 최근 고사 판정을 받았다.

마을 주민들은 나무 앞에 서낭당을 설치하고 매년 두 차례 제사를 지내는 등 마을 수호신으로 여겨왔다.

이날 천도재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과 국립공원 오대산관리소와 월정사 삼산리 주민이 함께 마련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시민의 모임 회원들이 월정사 삼산리주민들과 함께 소나무 천도재를 준비하고 소나무의 죽음을 애도했다.
▲ 국립공원 오대산관리소 국립공원을 지키는시민의 모임 회원들이 월정사 삼산리주민들과 함께 소나무 천도재를 준비하고 소나무의 죽음을 애도했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32개의 가지를 잘라내고 쇠줄을 묶어놓았다. 마을 주민들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가지를 잘라내어 소나무가 죽었다고 믿고 있다.
▲ 고사된 소나무 32개의 가지를 잘라내고 쇠줄을 묶어놓았다. 마을 주민들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가지를 잘라내어 소나무가 죽었다고 믿고 있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태그:#삼산리 소나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로하면 바로된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