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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글을 쓰다 보면 방송국과 기업체의 사(외)보에도 투고를 하게 된다. 그러면 소정의 원고료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상품권이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헌데 상품권도 종류가 제 각각이다.

 

우선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 따위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광고주(스폰서)가 제공하는 식사상품권이 있다. 이러한 상품권은 직접 그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종류인데 통상 3만원에서 5만원 사이의 상품권이 주를 이룬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건 단연 문화상품권이다. 백화점 상품권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가뭄의 콩 나듯 드물다. 백화점 상품권은 통상 5만원 권과 10만원 권이 주를 이루는 관계로 그에 부합되게 원고료(혹은 방송 참가기념)를 후하게 주는 데가 별로 없는 때문이다.

 

아무튼 하지만 솔직히 먹고살기도 버거운 터에 이렇게 받은 문화상품권으로 책이나 사 보고 영화나 보는 따위의 호사만 누릴 순 없는 법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받은 문화상품권을 속칭 '깡'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액면가의 통상 90%를 즉석에서 현금으로 교환해 주는데 언젠가 이맘때도 상품권 전문 취급업소에 갔을 적의 일이다. 내 바로 앞에서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는 그날 정말로 깜짝 놀랐다! 왜냐면 나는 고작 1만원 권 문화상품권을 석 장을 가지고 와서 현금으로 바꾸려는 터였는데 그 사람은 액면가 10만원짜리의,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모 백화점의 상품권을 어림짐작으로도 수백 장은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뭘 하는 사람이기에 저렇듯 많은 고가의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려는 것일까?’라는 나의 의문은 머잖아 풀렸다. 그 사람은 모 공공기관의 직원이었는데 직원들이 받은 상품권을 죄 모아가지고 와서 현금으로 바꾸려고 한 것이었다.

 

이같은 사실은 그 사람이 가고 난 뒤에 내가 상품권 전문 취급업소의 사장으로부터 실제로 들어 확인한 ‘현실’이다. 우리가 쉬 보는 현상이 하나 있는데 지자차에선 요즘 같은 연말이 다가오면 ‘멀쩡한’ 보도블럭을 뜯어 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장면을 볼 적마다 남는 예산을 그리도 쓸데가 없어 저렇듯 ‘길바닥에 뿌리는가’ 싶어 안타까워하는(했던) 건 비단 나만의 정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조달청은 작년 12월에 쓰고 남은 예산 1억1746만원으로 상품권을 구입하여 본청 직원 497명에게는 1인당 18만원어치씩을, 지방청 직원 560명에게는 1인당 5만원어치씩을 나눠줬다고 한다.

 

이같은 ‘선심’의 이면은 연말까지 예산을 다 쓰지 않을 경우 국고에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법령에 근거도 없는 지출을 한 것이란다. 대법원 역시도 작년 12월에 다 쓰지 못한 예산 6억 원이 남게 되자 당장은 쓸 곳이 없는 전자장비를 구입해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고 한다.

 

한 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 국민들은 굶어죽네, 추워죽네 라며 아우성이거늘 하지만 어찌 공공기관은 여전히 이처럼 무풍지대서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예산이 남는다고 하여 그야말로 ‘펑펑’ 아무렇게나 쓴단 말이던가?

 

각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이 이런 식으로 연말에 예산 밀어내기를 하고도 다 쓰지 못해 남은 돈, 즉 예산 불용액(不用額)이 지난해는 4조4000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국민들은 못 살겠다고 난리인데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때 아닌 상품권에 남는 예산까지도 처치하지 못 해 고민이란 건 분명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그렇게 남는 돈이 있다면 이 겨울이 마냥 춥고 배고픈 우리 주변의 빈곤층부터 돌봐야하지 않겠는가! 예산 불용액을 전용하여서라도 빈곤층 구제와 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의 성립이 시급하다고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경제활력 국민제안에도 송고했습니다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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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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