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80년 12월 8일, 전설적 록밴드 비틀스의 멤버였던 존 레논(John Lennon)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자신의 집 앞에서 그의 열렬한 팬이라고 주장한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에게 살해됐다. 그의 사망 28주년이 되는 올해는 그에게는 뜻깊은 해(?)가 될 듯하다. 

 

지난 11월 22일 교황청이 "비틀스가 예수보다 더 위대하다"고 발언했던 그를 사면했기 때문이다. 교황청 공식신문인 오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존 레논의 발언이 갑작스럽고 과도한 성공에 취한 한 청년의 단순한 "자만심"에 불과했다며 교황청의 사면배경을 설명했다.

 

존 레논은 1966년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제 예수보다 더 유명하다. 로큰롤과 기독교, 어느 것이 먼저 사라질지 모르겠다"고 발언했다. 존 레논의 발언에 대해 교황청과 보수 기독교 층은 즉각 반발했다.

 

존 레논의 발언이 알려지자 일부 기독교인들은 공개적으로 비틀스 음반을 불태우기도 했고 보수적 기독교인이 많은 미국 남부의 일부 방송국들에서는 아예 비틀스의 노래를 틀지 않았다. 그리고 비틀스가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순회 콘서트를 할 때는 살해 위협을 하기도 했다. 

 

교황청이 '결자해지'식으로 42년 만에 존 레논을 사면한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매우 관용적인 행동을 취한 것처럼 해석하지만 현재의 교황과 교황청이 그럴 자격조차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것은 그를 비난했던 교황청이나 기독교인들이 오히려 그 어떤 조직이나 인물보다 더 예수를 왜곡하고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남부 기독교인들은 흑인을 노예로 삼는 것을 성경을 근거로 정당화했고 노예해방 이후에는 근본주의 신학을 통해 흑인과 유대인, 진화론, 사회주의는 물론 가톨릭까지 이단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근본주의자들은 1925년 테네시주에서 있었던 진화론과 관련한 이른바 원숭이재판에서 패배한 후 공개적으로는 행동을 자제했으나 남부지역에서는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 예를 들어 밥 존스 같은 근본주의자는 1927년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자신의 이름을 딴 대학을 세우면서 설립 당시에는 백인 이외의 유색인종의 입학을 허용하지 않았다.

 

보수기독교인들 일부는 비틀스가 활약한 196O년대 마르틴 루터 킹 목사 등을 중심으로 한 흑인민권운동이 활발해지자 인종차별로 악명 높은 K.K.K.단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당시 K.K.K는 흑인에 대한 방화, 납치, 폭행, 살인은 물론 민권운동을 지원하는 백인들도 희생양으로 삼았다.

 

남부 기독교인들은 오늘날에도 공화당의 강력한 기반이며 베트남 전쟁 이후 가장 추악한 전쟁으로 꼽히는 이라크 전쟁의 강력한 지지세력으로 평화보다는 전쟁을 선택하는 등 반 예수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현재의 교황·교황청, 존 레논 사면 자격 없다

 

날조된 역사를 근거로 예수의 제자 베드로를 계승한다며 교황의 무오류성을 주장하는 교황청 역시 미국의 근본주의자들과 다름없는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대접한 예수의 말과 행동은 아예 무시하고 바울의 이름을 빌어 쓴 인물의 궤변(디모데 전서 2장 12절: "여자가 가르치거나 남자를 지배하는 것을 나는 허락하지 않습니다. 여자는 조용해야 합니다." 디모데서는 바울의 저작이 아니라 그의 후계자 집단이 쓴 것이다)만을 인용해 여성사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 때 화려한 언변을 과시하며 교황에 오른 요한 라칭거(베네딕토 16세, 취임 전에는 요한 바오로2세의 종교재판소장으로 불림)는 동성애는 물론 강간 등에 의한 낙태마저 죄악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이슬람을 폄하하는 연설을 하면서 종교간의 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그는 2006년 9월 고국인 독일을 방문해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가 가져온 것은 칼을 앞세워 믿음을 전파하는 식으로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뿐"이라고 말해 무슬림의 반발을 샀다. 2007년 5월에는 "가톨릭 교회는 중남미 원주민들에게 자신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당시 인디언 부족들이 기독교를 조용히 갈망했기 때문에 유럽 선교사들을 환영했다"고 말해 원주민 지도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에 비해 존 레논과 비틀스는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면서 기성세대에게 환멸을 느낀 젊은 세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역할을 했고 그들의 노래는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영적 감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존 레논은 비틀스가 해체된 후에도 반전평화, 양성평등, 빈부문제에 관심을 보이면서 'Imagine', 'Woman' 등과 같은 노래를 발표하고 때에 따라서는 직접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기도 했다. 결국 그의 행동은 미국 정부의 감시대상이 되었고 채프먼에게 암살당했을 때 배후에 CIA가 있다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의 죽음이 어떠했든 간에 존 레논의 삶은 생명, 평화, 평등을 주장하다 로마제국과 이스라엘 성전권력에 의해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한 예수와 비슷한 삶을 살다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그가 베트남전 당시 발표한 'Imagine'(1971)을 통해 알 수 있다.

 

* Imagine(상상해봐)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상상해봐 천국이 없다고, 노력하면 아주 쉬워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우리 밑에 지옥이 없다고, 우리 위에는 하늘 뿐이라고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ahaa-

상상해봐,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살아간다고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상상해봐, 어떤 국가도 없다고, 그건 어렵지 않아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

누구도 그 때문에 죽이거나 죽지 않고 또 어떤 종교도 없다고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 you

상상해봐,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산다고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넌 날 꿈꾸는 사람이고 할 지 몰라,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야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one

나는 언젠가 네가 우리와 함께하길 바래, 그러면 세계는 언젠가 하나가 되겠지

 

Imagine no possessions I wonder if you can

상상해봐, 어떤 사유(私有)도 없다고, 넌 상상할 수 있을 거야

No need for greed nor hunger a brotherhood of man

탐욕도 굶주림도 없다고, 모든 이가 형제라고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you

상상해봐, 모든 사람이 세계를 공유한다고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넌 날 꿈꾸는 사람이라고 할 지 몰라,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야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one

나는 언젠가 네가 우리와 함께하길 바래, 그러면 세계는 언젠가 하나가 되겠지

- 박홍규 교수(영남대 법학과)가 쓴 <아나키즘 이야기>에서 발췌

 

생명, 평화, 평등을 주장한 존 레논의 삶, 예수와 닮았다 

 

존 레논과 대조적으로 베트남전 당시 스펠만 추기경이 이끄는 미국 가톨릭은 무고한 베트남인들의 머리 위에 융단폭격을 가하는 닉슨의 북폭(1968년 당선된 닉슨은 베트남전을 조기 종식시키기 위해 북부 베트남에 대규모의 B-52 폭격기 부대를 동원함)을 지지하고 미군 파병을 위한 미사를 자발적으로 집전하는 등 반평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존 레논은 1960~1970년대 젊은이들에게는 예수에 버금가는 위치에 있었고 가톨릭이나 개신교 등 기성종교가 주지 못한 해방의 메시지를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유럽의 많은 교회가 문을 닫고 미국의 기독교연합(Christian coalition)과 기독교 우파 세력이 네오콘 세력과 유착해 물의를 일으키는 것을 감안하면 존 레논의 발언을 젊은 시절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몰아세울 수 없다.

 

로마 교황청이 존 레논을 사면하면서 "비틀스가 해체된 지 38년이 지났지만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노래는 시간을 거슬러 살아 남아 한 세대 이상 팝음악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은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면피 행위에 불과하다. 

 

교황청이 존 레논을 진정으로 사면하고자 한다면 예수정신으로 돌아가 여성사제를 임명하고 낙태는 물론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믿는 예수는 진정한 예수가 아니라 예수를 십자가에 매단 유대종파주의의 얼굴을 한 예수일 뿐이다. 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절(성탄전 4주간)에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교황청의 전향적인 정책을 기대한다.

 

[최근 주요기사]
☞ 전 문화예술위원장 "문화부, '대통령실' 표기된 이력서로 인사 청탁"
☞ 도심에서 옥상텃밭 가꾸는 다섯 가지 비법
☞ 원산지 허위 표시, 단속되고도 공개되지 않는 방법은?
☞ 역사교사 "두렵다... '5.18'이 다시 '광주사태' 될까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찬홍 기자는 정의 평화를 위한 기독인 연대 운영위원, 제3시대 그리스도 연구소 상임연구위원으로 일했으며, 지금은 유영모, 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재단법인 씨알 운영위원입니다.


#존 레논#예수#기독교#가톨릭#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