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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발의청춘', '시집가는날'...영화를 보며 타임머신을 타고 '좋았던 한때'로 가는 어르신들.
 '맨발의청춘', '시집가는날'...영화를 보며 타임머신을 타고 '좋았던 한때'로 가는 어르신들.
ⓒ 영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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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는 아주 특별한 '영화제'가 열린다. 매번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템으로 전주시민들에게 '볼 권리'를 안겨주고 있는 전주영상시민미디어센터가 이번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특별한 상영회를 준비했다. 이름하여 '어르신들을 위한 찾아가는 고전영화상영회'가 바로 그것. 지난 4일 이번 프로그램의 홍보를 맡고있는 최가영 홍보팀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어르신들을 위한 찾아가는 상영회, 이 행사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려요.
"말 그대로 어르신들에게 찾아가서 영화를 상영하는 프로그램이죠. 상영회를 희망하는 곳이 있으면 저희가 영화장비를 구비해서 찾아갑니다. 주로 노인복지회관이나 마을회관, 아파트 등에서 신청을 해오고 있어요."

- 처음으로 실시하는 행사인데요 지금까지 몇 차례 정도 상영회를 개최하셨나요?
"11월 20일 덕진노인복지회관과 11월 24일 금암노인복지회관 그리고 11월 26일 송천동의 뜰안채 경로당까지 세 차례 상영회를 실시했어요. 신청이 들어오는대로 올해까지 계속 상영회를 계속 할 예정이에요."

<피아골>부터 <사랑방손님과 어머니>까지

 고전영화상영회를 찾은 어르신들
 고전영화상영회를 찾은 어르신들
ⓒ 영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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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좋아하셨겠어요. 어땠나요 분위기는?
"저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셨어요. 저희도 이렇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리라 생각못했거든요."

- 고전영화라면 어떤 영화들인가요?
"<피아골>, <시집가는 날>, <로맨스빠빠>, <마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성춘향>, <맨발의 청춘>, <벙어리 삼룡이> 등 주로 1950~1960년대 영화들이 대부분이에요."

- 상영회를 개최하게 된 목적이 궁금한데요.
"고전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복지관이나 단체 측에서도 이런 영화들을 상영하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고요."

- 50~60년대 한국영화를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 기회에 알려주세요.
"이 영화들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필름의 형태로 있는 것을 수집해서 DVD형태로 복원한 것이거든요. 따라서 가까운 비디오점이나 DVD대여점에 가시면 어렵지 않게 대여해서 보실 수 있어요."

<피아골> vs <맨발의 청춘>...김진규파 vs 신성일파?
 영화 '피앗골'의 한 장면
 영화 '피앗골'의 한 장면
ⓒ 백호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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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영작은 어떤 식으로 결정했나요?
"한 작품을 상영하다보니 어르신들끼리 투표를 해서 상영작을 골랐다고 하더군요. 덕진노인복지회관에서 상영작을 선정할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어르신들이 두 파로 나뉘어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고 해요. 김진규씨가 주연했던 <피아골> 파와 신성일씨의 <맨발의 청춘> 파로 나뉘어서요. 아주 간발의 차이로 <피아골>을 상영하긴 했지만요."

- 당시 김진규씨와 신성일씨라면 최고 배우였잖아요. 그 경쟁구도(?)는 여전하군요.
"네. 아주 열기가 대단했어요. 그분들은 지금도 김진규, 신성일씨가 최고라고 생각하세요. 한 마디로 영원한 스타이자 영원한 오빠인 거죠."

- 요즘 젊은이들이 조인성이나 주지훈씨를 좋아하는 것처럼요.
"네. 아마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아요. 어느 할머니께서는 김진규에 비하면 조인성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러세요.(웃음) 요즘 애들은 김진규가 누군지도 잘 모를텐데요."

- 영화 상영할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피아골> 상영할 때 저도 함께 그 자리에 있었는데요. 흑백화면에다 약간은 지글거리는 화질 때문에 저는 인물들이 뭐라고 하는지 잘 못알아들겠더라구요. 어휘도 생소하고 억양도 그렇고. 더구나 전쟁영화여서 무척 딱딱한 기분이었는데 어르신들은 한 분도 자리를 뜨지않고 아주 재미있게 보셨어요.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 너무 오랜만의 영화라서 그런가요?
"아마 그런면도 없잖아 있었을 걸요. 그런데 그보다 어르신들은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청춘을 보았던 것 같아요. 그 영화 대부분이 자신들이 청춘 시절에 보았던 영화잖아요. 그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함께 보았지 않았을까요. 더불어서 그런 생각도 했어요. 우리에겐 그런 영화가 있을까. 내 젊은 시절을 비춰줄 영화."

- 덕진노인복지회관에서 상영회할 때 특별한 이벤트도 했다고 하던데요?
"네. 저희 영시미에는 60~70대 어르신들로 구성된 '활력청춘'이라는 영화동아리가 있거든요. 이번에 거기에서 <안녕하세요>라는 영화를 제작했어요. 동아리 어르신들이 직접 메가폰을 잡고 시나리오를 쓰고 출연한 영화라는 점에서 아주 의미가 커요."

<맨발의 청춘>을 보며 청춘을 오버랩하다

 '영시미'의 홍보팀장 최가영씨
 '영시미'의 홍보팀장 최가영씨
ⓒ 안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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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는 이번에 무슨 상을 수상했다고 들었는데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주최하는 '제1회 서울노인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했어요. 이 상이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저희도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영화동아리에서 영화제작하는게 뭐 대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거예요. 본인들이 우선 두려워하셨어요. 정말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우려가 컸던 거 같아요. 그분들을 설득시켜서 지난 1년 동안 참 애들 많이 쓰셨죠."

- <안녕하세요>는 무슨 내용인가요?
"새로 이사온 할머니가 동네의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며 서로의 인생 황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을 하게 된다는 내용의 작품이에요."

- <피아골>에 이어진 <안녕하세요>의 상영이 꽤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을 법한데요?
"그렇죠. 그 어렵고 힘들던 시절 동네사람들과 삼삼오오 손잡고 가서 보았던 그 '활동사진'을 자신들이 직접 찍게 될 날이 오게 될 줄을 누가 상상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활력청춘의 대화시간은 어르신들에게 굉장히 고무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 활동사진,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단언데요. 
"저희가 아파트 경로당이나 복지회관 같은 공공장소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이유도 약간의 의도가 있는데요. '활동사진'을 보던 그 당시 정서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에요. 요즘은 대부분 연인이나 친구끼리 극장에 가거나 혹은 혼자서 집에서 DVD를 빌려보는 시대잖아요. 예전에는 저녁을 먹고 가족끼리 이웃끼리 손에 손잡고 마실가듯 단체상영을 했던 적이 있었죠. 학교에서도 시험이 끝난 뒤 곧잘 했었구요. 꽤 오래전의 일이죠. 그때의 공동체 의식, 정서의 공감. 이런 분위기도 함께 전달하고 싶었어요."

1인 DVD 시대에 단체상영의 정서, 전달하고 싶다

- 영시미의 구호라고나 할까요. 그럼 너무 거창한가요. 어쨌든 영시미가 내걸고 있는 목표중의 하나가 미디어에 소외되어있는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자는 건데요.
"저희는 미디어의 힘을 믿거든요. 우리에게 주로 비춰지는 미디어의 모습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방송은 모두의 것, 미디어는 우리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파의 파급력을 통해 각계 각층의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오늘 얘기한 어르신들뿐 아니라 이주여성, 군인, 장애인 등 미디어로 소외되어있는 사람들의 모습을요."

- 예전부터 궁금했어요. '영시미' 이름의 뜻이 뭔가요. 혹시 만화주인공 영심이?
"하하. 그럴 수도 있구요. 영상시민미디어센터의 줄임말이기 하고 '힘'의 전라도 사투리 '심'을 써서 영시미이기도 하구요. 왠지 뭔가 역동적인 느낌이 나지 않아요?"

[전주 '영시미'] 방송, 아무나하나? 아무나한다!
전주영상시민미디어센터(이하 영시미)는 2004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역미디어센터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개설되었다. 수준별, 대상별, 지역별 영상교육프로그램을 연중 개설하고 있으며 영상제작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구비, 전주시민들의 영상제작을 돕고있다. 뿐만 아니라 시민이 직접 제작 방송하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교육 및 제작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 교육은 특정한 지역과 대상에게만 부여되는 기회의 차원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장되고 확보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이 영시미의 이념.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찾아가는 공동체 미디어교육'에서는 전북지역 14개 시,군에 찾아가는 순회 미디어교육사업을 하고있다. 또한, 장애인 미디어교육, 노인미디어교육, 공부방 미디어교육을 통해 퍼블릭 액세스(Public Acesse)의 이념을 실현하고 있다.

영시미의 대표적인 사업중의 하나인 미디어 놀이터 창작지원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지원하거나 독립영화 활성화를 위한 상영회를 실행하고 있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전북대 앞에서 대안문화공간정기상영회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다큐멘터리 <우리학교>의 전북공동체상영위원회로 선정되어 전북지역 배급을 담당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선샤인뉴스에도 올립니다



#영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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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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