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ㄱ. 사자(使者)

.. 헤르메스는 아버지 제우스의 사자(使者)로 날개 달린 모자를 쓰고, 날개 달린 샌들을 신고 ..  《이재호-영한사전 비판》(궁리,2005) 78쪽

요새는 모두들 ‘샌들(sandal)’을 신는다고 하니, 그대로 두어야 낫다고 느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이 보기글에 나오는 ‘날개 달린 모자’에서 가리키는 모자가, 지금 우리들이 쓰는 모자하고는 다름을 생각한다면, 발에 신는 것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고 느낍니다. 모자이니 모자라고 말하듯이, 신(신발)이니 ‘신(신발)’이라고 할 때가 한결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 사자(使者)
 │  (1) 명령이나 부탁을 받고 심부름하는 사람
 │   - 왕명을 받은 사자는 급히 대신에게 달려가 어명을 전하였다
 │  (2) [법률] 타인의 완성된 의사 표시를 전하는 사람
 │  (3) [불교] 죽은 사람의 혼을 저승으로 잡아간다는 귀신
 │  (4) [불교] 밀교에서, 여래 또는 불법을 받드는 대천신(大天神)의 명을 받아
 │      악마를 물리치고 수행자를 보호하는 신
 │  (5) [역사] 부여ㆍ고구려 때에, 지방의 조세나 공물을 거두는 일을 맡아보던 벼슬
 │
 ├ 아버지 제우스의 사자(使者)로
 │→ 아버지 제우스한테 심부름꾼으로
 │→ 아버지 제우스한테 심부름을 하는 사람으로
 │→ 아버지 제우스를 모시는 사람으로
 └ …

보기글에서 한글로 ‘사자’라고만 적었으면 짐승이름하고 헷갈릴 수 있다고 느끼면서 묶음표를 치고 ‘使者’를 집어넣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여기에서 ‘使者’란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 곧 우리 말로 ‘심부름꾼’을 가리킵니다.

 ┌ 왕명을 받은 사자는
 │
 │→ 임금한테 명령을 받은 심부름꾼은
 │→ 임금이 내린 명령을 받은 심부름꾼은
 └ …

서양 이야기를 펼치는 자리에 으레 ‘사자’라는 낱말이 보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임금님이 어떤 일을 시키면서 ‘사자’를 부른다고 쓰기도 합니다. 자기가 하지 않고 남한테 맡기니까 ‘심부름’을 해 주는 셈인데, 임금이라든지 제우스 같은 신들이 시키는 일을 맡을 때에는 ‘사자’가 아니면 안 어울린다고 느낄까 궁금합니다.

생각해 보면, 임금이든 제우스이든 누구이든, 자기가 부리는 아랫사람한테 ‘명령(命令)’을 내리지 ‘시키지’ 않습니다. 일을 ‘맡기지’ 않습니다. ‘해 달라’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심부름’을 시키면 으레 ‘심부름꾼’으로 적을 테지만, 심부름이 아닌 ‘命令’을 내리고 ‘指示’를 내리니, 저절로 ‘使者’라는 낱말만 쓰게 되지 않느냐 싶어요.

ㄴ. 젖먹이동물(포유류)

.. 노루는 성질이 온순하고 겁이 많은 젖먹이동물(포유류)이야 ..  《문용포와 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소나무,2008) 143쪽

“성질(性質)이 온순(溫順)하고”는 ‘얌전하고’나 ‘착하고’로 다듬어 줍니다.

 ┌ 포유류(哺乳類) : 포유강의 동물을 일상적으로 통틀어 이르는 말
 ├ 포유동물(哺乳動物) = 포유류
 ├ 포유강(哺乳岡) : 척추동물의 한 강
 │
 ├ 젖먹이짐승 : x (안 실려 있음)
 ├ 젖먹이동물 : x (안 실려 있음)
 │
 ├ 젖먹이동물(포유류)이야
 │→ 젖먹이동물이야
 │→ 젖먹이짐승이야
 └ …

요즈음 학교에서는 어떤 낱말로 들짐승을 나누고 가르치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우리 말로 ‘젖먹이짐승’이라는 말을 쓰는지, 한자말로 ‘포유류’라고 쓰는지.

우리들은 누구나 어릴 적부터 젖을 먹고 자랍니다. 어미젖이든 가루젖이든 소젖이든 먹으면서 자랍니다. 아기를 가리켜 ‘젖먹이’라고 합니다. 비록 ‘분유(粉乳)’와 ‘우유(牛乳)’라는 말을 쓴다고 하여도, ‘젖’과 ‘젖먹이’와 ‘젖통’이라는 말은 한두 번이나마 듣고 자라지 않으랴 싶습니다. 한두 마디조차 듣지 못하면서 자란다면 참 골칫거리인데다가, ‘젖먹이짐승’이라는 말도 못 알아들을까 싶은데, ‘우유’니 ‘유방’이니 ‘유제품’이니 하면서 ‘乳’라는 말만 익히 들었다면, 외려 ‘포유류’라는 낱말이 손쉬우며 살갑게 느껴질는지 모르겠습니다.

 ┌ 젖먹이 : 젖을 먹이는 일 / 젖을 먹으며 자라는 아이
 ├ 포유(哺乳) : 어미가 제 젖으로 새끼를 먹여 기름
 │
 ├ 젖먹이짐승 : 젖먹이 + 짐승 = 젖을 먹으며 새끼를 키우는 짐승
 └ 포유동물 : 포유 + 동물 = 포유하는 동물

한자말 ‘포유동물’이란 “포유하는 동물”입니다. ‘포유’란 ‘젖먹이’를 한자로 옮긴 낱말입니다. 그러니까, 한자말 ‘포유동물’은 다름아닌 “젖을 먹이는 짐승”을 나타냅니다.

우리 말 ‘젖먹이짐승’은 말 그대로 “젖을 먹이는 짐승”입니다. 젖을 먹여서 ‘젖먹이’이고, 젖을 먹이는 때라면 ‘젖먹임때’이며, 젖을 먹이는 곳이면 ‘젖먹임방’입니다. ‘수유실(授乳室)’ 같은 말이 곧잘 쓰입니다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젖먹임방’이나 ‘젖먹임칸’으로 고쳐 주어야 알맞춤하다고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묶음표 한자말#한자#우리말#우리 말#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작은책집으로 걸어간 서른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