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이없고 황당하면서도 슬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10월에 실시한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허용한 교사 7명에게 파면과 해임을 통보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들 교사들은 일제고사의 부당성을 학부모에게 알리고 시험을 보기 싫으면 체험학습을 해도 된다는 글을 학부모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해임과 파면의 사유라고 합니다.
공식적인 징계 사유는 국가공무원법상의 성실의무 위반, 복종의 의무 위반, 품위 유지의 의무 위반, 행정사무감사규정의 자료 제출 요청 거부 등이라 합니다. 그런데 파면과 해임의 사유치곤 좀 옹색하기 그지없는 것 같습니다.
이 나라 공무원 중 복종의 의무 위반 한 번 안 한 사람 없을 겁니다. 그리고 성실성의 의무나 품위 유지 의무 같은 항목은 이현령비현령식 잣대지 원칙적 규정은 아니라 봅니다. 설령 원칙이 있다고 합시다. 그럼 7명의 교사에게 그런 징계를 내린 사람들은 언제나 성실하고 품위 유지를 하면서 생활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기도 합니다.
타율을 강조하는 이 나라의 교육교육의 목적은 인간다운 인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인간다운 인간을 정의할 수 없지만 스스로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가지고 나 아닌 남의 손도 잡아줄 수 있는 게 그런 인간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줄세우기를 강요하고, 정글의 법칙을 세운 뒤 경쟁만을 부추기는 수직적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함께 잘 살자, 함께 잘 하자라는 생각은 없고 나만 잘 살면 되고, 나만 잘 하면 된다는 사고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가끔 그런 것들에 저항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여기저기서 비수가 날아와 가슴을 찌릅니다. 이번에 해임·파면 처분을 받은 7명의 전교조 소속 교사들도 어쩜 그 비수를 맞은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인간다운 용기가 무참히 짓밟히는 현실. 우리는 그런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웃기는 현실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시작된 것 같습니다. 말로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외치고 행동으론 타율성을 강요하는 이중적인 사회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나라가 상식은 살아있는 곳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는데… 그래서 옳지 못한 것에 굴하지 않겠다고 이를 앙다물고 버텼는데… 시대에 배신당한 마음이 사무치게 저려온다'고 눈물을 삼키는 최혜원 교사의 말은 어쩌면 상식마저 상실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애통의 표현이 아닌가 합니다.
용기를 잃지 말고 지독하게 싸우십시오! *용기를 잃지 말고 지독하게 싸우십시오!*
오스틴 교외에 사는 한 마음씨 좋은 아줌마가 유방암으로 투병하고 있으니 내 모습이 든 포스터에 서명을 해줄 수 없겠느냐고 청해왔다. 샐리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용기를 잃지 마시고 지독하게 싸우십시오!" 나는 그렇게 써주었다. - 랜스 암스트롱 외의 <1%의 희망> 중에서최혜원 선생님은 아이들만이 자신의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말합니다. 이 나라 교사 중에 아이들만이 자신의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최혜원 선생님은 '어머님들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 글 끝에 이렇게 적어놓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떠나는 마음, 꼭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더러운 시대 앞에 굴하지 않은 가슴 뜨거운 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렇게 여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왜 그녀가 죄송해야 할까요. 죄송해야 할 자는 그녀가 아니고 7명의 교사들을 교단에서 끌어낸 더러운 시대이고, 그 시대를 이용한 사람들이고,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우리들인데 왜 그녀가 죄송하다고 말해야 할까요.
최근에 읽은 법정 스님의 글 중에 이런 글귀가 있었습니다.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는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라.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바라보라.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이 말 중 몇 번이고 되뇌인 것이 '불행할 때는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란 말이었습니다. 지금 7명이 선생님들은 불행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그 불행을 후회하거나 피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용기가 아님을 나도 너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용기를 잃지 말고 지독하게 싸우십시오!"이 말은 아침마다 편지를 보내주는 고도원 님이 보내준 글의 한 구절입니다. 그는 글 한 구절을 보내주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용기를 가지고 지독하게 싸우되 꿈을 잃지 말라고요. 그가 말하는 꿈의 의미는 다른 것이겠지만 나도 7명의 선생님들에게 똑같이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아픔의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꿈을 잃지 말라고요.
시간은 흘러갑니다. 어둠은 새벽이 오면 절로 물러갑니다. 여러 선생님의 유일한 희망인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함께 하고자 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꼭 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웃는 날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