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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동네에는 자원봉사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들이 부녀회원이다. 수차례의 농어촌 직거래 알뜰장을 열어 수익금으로 불우이웃 돕기에 거금을 쾌척하기도 하였고, 태안 앞바다에 기름 유출사고가 났을때도 동네에서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들이 그들이었다. 가정일을 알뜰하게 꾸리면서도 1년동안 봉사활동을 열심히 한 이 들에게 연말과 성탄을 맞아 격려할 방법을 생각하던 중 요즘이 굴이 재철인데...생 굴찜 파티를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하였다.

 

군고구마통에 굴구이를... 2005년도에 테니스장에서 간식으로 군고구마통에 굴을 구워 먹는다는 기사를 써서 tv에 까지 소개된적이 있다.
군고구마통에 굴구이를...2005년도에 테니스장에서 간식으로 군고구마통에 굴을 구워 먹는다는 기사를 써서 tv에 까지 소개된적이 있다. ⓒ 양동정

 

나는 테니스 동호회에서 군고구마 통에 생굴을 구워먹는 기사를 써서 tv에도 방송되고 하였던 경력있다. 바로 고향 순천시의 00수산에 전화를 했더니 "고흥 녹동산 생굴 20kg 한박스가 택배비 포한 38000원 입니다"한다.

 

"작년엔 2만원 였는데 너무 비싸다"고 투덜 댔더니 "금년에 가물어서 굴 수확량이 줄어서 비싸다"고 한다. 하지만  이만큼 싼 것이 없을 것 같다. 굴값을 송금하니 크리스 마스 전날 12시쯤 굴박스가 택배로 배달된다.

 

택배로 보내온 생굴 박스 20kg들이 고흥군 녹동산 생굴이 택배비 포함 한 박스에 38000원 (작년가격 20000원)
택배로 보내온 생굴 박스20kg들이 고흥군 녹동산 생굴이 택배비 포함 한 박스에 38000원 (작년가격 20000원) ⓒ 양동정

포장을 뜯으니 내고향 순천만의 갯내음을 그대로 담아온 듯, 갯뻘냄새와 싱싱한 굴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자극한다. 굴이 얼마나 싱싱한지 1mm정도 입을 벌리고 호흡을 하는 듯하다. 손으로 집으니 바로 입을 입을 닫아버린다.

 

1년동안 봉사활동을 많이 한 부녀회원들에게 사전 예고도 없이 "성탄이브 기념 파티를 청정해역 출신 생굴찜으로 준비하였으니 희망자는 오후 3시까지 동 주민센타 지하 구내식당으로 오시기 바람" 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10여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찜통에 굴 찌기 대형 찜통에 물을 붓고 수증기로 살짝 쪄낸다.
찜통에 굴 찌기대형 찜통에 물을 붓고 수증기로 살짝 쪄낸다. ⓒ 양동정

요리면 요리. 설겆이면 설겆이. 청소면 청소. 모든 분야에서 봉사활동 전문가다운  우리동네 부녀회원들은 굴박스를 보자 마자 싱크대에 올려 놓고 쓱쓱 싹싹 ~~순식간에 껍질에 붙은 갯벌을 닦아내고 대형 찜통에 약간의 물을 붓고 생굴을 올려 놓는다.

 

개스 불을 붙여 수증기에 의해 데쳐질 정도로 살짝 쪄내니 대부분 1mm정도 껍질이 벌어진다. 벌어진 껍질 사이로 좀 무딘 칼끝을 집어넣고 제끼니 우유빛 자르르한 속살을 들어낸다. 이 속살을 수저로 긁어 먹으니 그 맛이 보통이 아니다. 바닷물에 간이 되어 초장도 필요없다. 정말로 맛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먹음직 스런 생굴 찜 찜통에 살짝 쪄서 까놓은 생굴
먹음직 스런 생굴 찜찜통에 살짝 쪄서 까놓은 생굴 ⓒ 양동정

먹음직스런 생굴 살짝 져서 까놓은 생굴
먹음직스런 생굴살짝 져서 까놓은 생굴 ⓒ 양동정

 

그런데 굴을 찔때 가장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절대로 오래 삶으면 안된다. 살짝 데칠정도로만 쪄야 한다는 것이다. 푹 삶아서 껍질이 완전히 벌어지면 굴속의 우유빛 점액이 모두 흘러버리고 속살이 삐득 삐득 말라버려서 질기고 맛이 없어진다. 

 

굴은 바다목장의 우유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을 때도 매일 굴을 먹었다고 할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다고 한다. 거기에다 고향 수산물을 팔아 주기도 하고, 이러한 굴을 단돈 38000원에 약 20명의 인원이 포식을 하였으니 얼마나 뜻깊고 훌륭한 성탄 이브 파티인가. 가든 파티는 아니어도 초대된 봉사자들이 너무 좋아한다.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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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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