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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이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2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이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2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금은 정권 말기적 상황이다."

 

최시중 한국갤럽연구소 회장은 2003년 10월 7일 '밝고 힘찬 나라 운동본부'가 서울클럽에서 주최한 '노무현 정부 어디로 가고 있나' 제하의 강연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들은 정권 말기 현상”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는 또 "여론조사 기관에서 볼 때 지지율 40%선은 '위기선'인데 갤럽 방식으로 현재 노 정권의 지지율은 30%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선에 도달하면 국민이 통치자를 걱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정도로 상황이 어려울 땐 아르헨티나나 필리핀을 타산지석으로 삼자고 얘기하지만 나는 캄보디아를 거론하고 싶다"며 "캄보디아는 우리보다 20년 앞선 1966년 아시안게임을 치렀지만 당시 주경기장은 지금 폐허가 됐고 그 앞에서 아이들이 '원 달러'를 구걸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20년 후의 모습은 어떻게 될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MB가 있다는 건 행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008년 12월 23일 방송통신위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두고 한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이 참 화제가 될법 합니다. 매주 발표되는 CBS 리얼미터 자료를 모니터해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야말로 최하 17%에서 최고 3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수준인데 5년 전에는 '정권말기적 상황'이라고 위기감을 부추기던 언사가 어째 똑같은 상황을 눈앞에 놓고 졸지에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위기상황의 '구원투수'로 둔갑합니다. 지지율 기준으로 통치의 위기를 말하려면 똑같이 '정권말기적 상황'을 주장해야 논리적이 아닌지 참 궁금합니다.

 

그리고 정말 귀신 같이 똑같은 캄보디아의 예를 듭니다.

 

"제가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가장 큰 동기는 캄보디아에 여행을 갔을 때였다. 아마 2003년이었을 것이다. 앙코르와트 사원을 보고 놀랐고, 킬링필드 학살 현장을 보고 놀랐다. 그런데 (1966년) 아시안게임을 했던 스타디움이 폐허가 된 것을 보고 더 놀랐다. 내가 중학생 때 전쟁이 났는데, 배가 고파서 미군이 점심이나 저녁에 외출 나오면 과자 얻어먹으려고 막 따라다녔다. 폐허가 된 스타디움에서도 지나가는 캄보디아 아이들이 '원달러, 원달러' 하더라…."

 

똑같이 피폐한 캄보디아의 사례가 한 번은 노무현정권의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는데 쓰여지고 지금은 그러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본인만) 믿고있는 한 인물에 대한 고무·찬양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 상황까지도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참 귀신같은 재주를 가지셨습니다.

 

과연 한 입으로 똑같은 상황에 대해서 입장이 바뀜에 따라 정권의 말기적 위기가 되기도 하고 난국을 타개할 영웅으로 만들기도 하는 것이 진정 많이 배우고 훌륭한 사회경력을 쌓아왔다고 인정되는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인지 참 궁금한 대목입니다.

 

2008년 3월 28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은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우리 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구로서, 방송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이미 훌륭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저 또한, 네 분의 위원님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사회적 공익성을 확고하게 지켜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분이 MBC방송국의 위상에 대해 그가 구사할 수 있는 최대치의 고급언어로 표현한 '정명(正名)'이란 다소 생뚱맞은 단어에 걸맞는 행동을 그 스스로의 입지에 맞추어 솔선수범하면서 남을 비판한 것인지 아니면 고급스러운 언어로 표현하기는 했으되 MBC를 겁박하고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흔들기 위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결론은 이미 수많은 언론인들의 결기있는 행동으로 판가름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시중씨야말로 우선 본인의 위치에서 정명에 충실한지를 되돌아 보아야합니다.

 

그리고 다 지나가버린 얘기지만, 취임 전 인사청문회 때 부동산투기 관련 해명 과정에서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해 많은 국민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부동산거래를 귀신이 했는지는 그 뒤를 추적하지 못하고 끝났기에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최소한 최시중씨가 똑같은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내는 '귀신'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은 인정받아 마땅합니다.

 

참 역설적이지만 배운 자의 사회적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 점만은 그 공로가 크다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아고라 '네티즌과의 대화'에도 올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최시중#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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