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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텃밭을 가꾸는 면동초 어린이들
텃밭을 가꾸는 면동초 어린이들 ⓒ 여성환경연대

"선생님! 저희도 호미 주세요!"

도시 아이들 손에 호미가 들렸다. 그것도 겨울방학 하는 날이다. 다른 반 친구들보다 하교가 늦어 '심통'이 난 표정도 보이지만, '텃밭'을 살뜰히 여기는 마음만은 한결 같은 듯하다. 당장 "야! 거기 밟으면 어떻게 하냐"는 타박이 튀어나온다. '보리와 밀 씨앗이 자라고 있다'는 표지를 세우는 날, 24일 면동초등학교에서 만난 풍경이다.

6학년 4반 아이들이 가꾼 텃밭이다. 이 곳에서 지난 1년 동안 아이들은 상추, 배추, 무, 고구마 등을 키우면서 땀을 뻘뻘 흘렸다. 바른 먹거리와 생명의 소중함도 자연스레 배웠다. "손으로 만지면 지렁이가 화상을 입는다"는 사실이 신기했다고 하고, 자연스레 농부 아저씨들의 고마움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교과서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귀한 교육이다.

학교 + 지역사회 + 여성환경연대 + 풀무원 그리고 착한 소비 0.1%

 밀 표지를 세우는 아이들
밀 표지를 세우는 아이들 ⓒ 이정환
이런 기회는 물론 어른들이 만들었다. 면동초등학교 선생님들의 '고민'에 '굿바이 아토피' 캠페인이 합쳐졌다. 이 캠페인은 지난 2007년부터 풀무원과 여성환경연대가 어린이들에게 바른 식생활의 중요성을 알리고 그 실천을 돕기 위해 마련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그리고 여기에 지역 보건의료 사회의 '지원'도 뒤따랐다.

이렇게 많은 어른들이 힘을 합쳤으니, '텃밭 만들기'에만 그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아토피 검진이 이뤄졌고, 아토피 어린이들을 위한 개별 맞춤 식단 제공은 물론 환경 건강관리사를 통한 '사후관리' 프로그램도 작동했다. 지난 여름에는 2박 3일 동안 '굿바이 아토피 캠프'도 열렸다.

일상의 '틀'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진행됐다. 가을부터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친환경 급식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유기농 쌀과 과일을 먹게 됐다. 유기농 채소와 유기농 핫도그도 급식판에 받을 수 있게 됐다. 백묵 가루가 많이 날리는 칠판도 하나 하나 '퇴장'했다. 말 그대로 '굿바이 아토피'를 위한 물질 환경을 바꾸는 일도 함께 진행된 셈이다.

'정신적인 환기'도 동시에 이뤄졌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유혹>의 안병수 식품전문가,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의 공동저자 이진아씨, 수수팥떡 최민희 대표 등이 강사로 나서 어린이들 그리고 선생님과 부모님들을 상대로 아토피는 결국 '지구와 우리 몸 이야기'임을 환기시켰다. '텃밭' 역시 비슷한 이야기인 것은 물론이다.

환경과 음식의 중요성 자각, 그리고 생명의 가치까지

 올해 열린 '굿바이 아토피' 부모교실
올해 열린 '굿바이 아토피' 부모교실 ⓒ 여성환경연대

면동초등학교 사례는 확실히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학교에서부터 지역사회, 시민단체 그리고 기업까지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결합'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풀무원의 사업 기금 마련 방법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굿바이 아토피' 마크가 부착된 풀무원 제품 매출액의 0.1%가 친환경급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됐다.

연영모 면동초 교장은 "다른 프로그램보다 아이들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학부모나 교직원의 호응이 아주 좋았다"면서 "단순히 아토피 치료 차원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도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를 일깨워줬다는 데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전반적인 프로그램 기획과 실행을 주관한 신선희(45·여) 교사 역시 "건강에 대한 실천 의지가 향상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는 "아이들뿐 아니라 선생님들과 함께 교육을 받으면서 살아나가는데 가장 큰 재산인 건강과 음식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환경에 관한 모든 문제의 근본은 도시화된 삶", 그 속에서도…

 지난 여름 열린 굿바이 아토피 캠프
지난 여름 열린 굿바이 아토피 캠프 ⓒ 여성환경연대

6학년 4반 담임 황연영(37·여) 교사도 "엄마 장 볼 때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는데, 텃밭을 가꾸면서 유심히 상표를 보거나 유기농이 왜 더 좋은지 알게 됐다는 아이들이 많다"면서 "아낌없이 주고 다시 돌려 받는 땅의 의미, 흙에서 나서 흙으로 가는 생명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선생님들과 굿바이 아토피 프로그램 '밑그림'을 함께 그렸던 장이정수 동북여성환경연대 사무국장도 "환경에 관한 모든 문제의 근본은 도시화된 삶이라 생각한다"며 "생명의 실체를 느껴야 먹거리에 대한 인식도 바뀌게 되는 만큼, 아이들이 자기 몸과 환경에 대한 연관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성공적인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장이정수 사무국장은 "기업 지원이 끊기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 처음부터 지역과의 협력 기반을 고려했고, 외부 자원이 없어도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이번 캠페인을 이미지 광고에 사용하지 않는 풀무원도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아토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텃밭 가꾸면서부터 식물들 함부로 밟지 않는다"

 텃밭일기 중 '수세미'
텃밭일기 중 '수세미' ⓒ 이정환
그렇다면 '당사자'인 어린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날 6학년 4반 어린이들은 1년 동안 텃밭을 가꾼 소감을 정리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아이들이 텃밭을 가꾸며 썼던 '텃밭 일기'를 통해서도 어린이들의 '생각'을 잠시 들여다본다.

텃밭 가꾸기 전에는 야채들의 상큼한 맛, 싱그러운 맛, 쓴 맛, 단 맛 등 이런 맛들만 알았는데, 텃밭 가꾸기의 어려움과 농부 아저씨들이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 야채는 우리 정성으로 자란다는 것을 잘 알게 됐다. 또 벌레는 징그러운 줄만 알았는데, 채소들을 도와주는 것도 알았다. - 황유정 어린이

지렁이 관찰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지렁이는 심장이 5개나 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손으로 직접 만지면 화상을 입는다고 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자연에 관해 배운 것은 좋은 것이라 생각되어서 중학생이 돼서도 계속 하고 싶다. - 정인성 어린이

지금까지 한 일들 중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바로 수세미를 만들 때였다. 씨를 빼고 냄새는 났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삶고 말리고 하는데 3-4일 정도 걸렸다. 그래서 신문지로 수세미를 감싸고 자기가 직접 골라서 가져갔다. 엄마가 처음으로 써봤는데 잘 닦인다고 좋다고 했다. - 김본아 어린이

나는 유기농 텃밭을 가꾸면서 식물들을 함부로 밟지 않는다. 그리고 텃밭에서 식물들이 많이 자라면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또한 마트에서 유기농 마크를 보면 정말 반갑다. 예전에는 유기농 마크를 봐도 아무 생각 없었는데, 요즘 텃밭을 가꾸면서 유기농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 이하나 어린이

"지구는 소화기관이 없다"는 말에 담긴 가능성

이렇듯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찐하게' 체험한 아이들을 보며 내심 든든했다. 어쩌면 면동초등학교 아이들은 친구 4명 중 1명이 아픔을 겪고 있다는 아토피에 대해서도 어른들보다 훨씬 명쾌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구가 아파서 생기는 병이란 식으로 말이다.

그 가능성을 6학년 4반 교실 앞에 붙어 있는 '지구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아이는 "지구는 쓰레기 먹는 기계가 아니"라고 했고, 또 다른 아이는 "지구는 소화기관이 없다"고 일갈했다.  있는 그대로 꼭꼭 씹어 먹을 만한 '유기농 교훈'이었다.

학교와 지역사회, 시민단체 그리고 기업들이 '합심'한 결과이기도 했다. '0.1%의 착한 소비'가 지원하는 '착한 교육'의 가능성이 면동초등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연영모 교장
연영모 교장 ⓒ 이정환
"학교보건시범학교로 여러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굿바이 아토피' 캠페인과 결합하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느낀 한 해였다. 학교 시설을 친환경자재로 리모델링하려고 한다. 올해 방송실을 그렇게 바꿨고, 먼지가 훨씬 덜 나는 칠판으로 바꿨다. 앞으로는 보건실도 만들 계획이다."

"보건실을 만들 계획"이란 말보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느꼈다"는 말이 더욱 반가웠다. "잘못된 식사나 유해 환경이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일깨워 준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은 연영모 면동초등학교 교장은 스스로도 환경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다고 말했다.

학생은 물론 교사나 학부모들의 반응 또한 특히 좋았다고 했다. 연 교장은 "다른 프로그램보다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데다가, 유명 강사들도 초빙해서 매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니까, 호응이 아주 좋았다"며 "여성환경연대와 녹색병원 그리고 보건소까지 협조를 너무 잘 해줘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전했다.

연 교장은 또한 "여성환경연대를 통해 풀무원으로부터 텃밭 가꾸기나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친환경급식지원 등을 받았는데, 특히 친환경급식에 대해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하더라. 아이들의 심리적인 안정감이 높아진 것 같다"며 "우리 나름대로는 큰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연 교장은 "아토피가 매우 중요한 사회 문제, 특히 학교나 이런 곳에서 전반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절감했다"면서 "법이 잘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관련 법규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는 말로 보다 많은 '어른들'의 관심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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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굿바이 아토피' 마크가 부착된 풀무원 제품 매출액의 0.1%. 그 금액은 얼마일까요. 또 정말로 전액이 '굿바이 아토피' 캠페인에 쓰이고 있을까요. 2편이 이어집니다.



#아토피#친환경#급식#풀무원#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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