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人n]은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만난 '정치인의 속내'를 톡톡 튀는 에피소드와 뒷담화로 엮어서 돌아가면서 쓰는 고정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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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택 중재안'
지난 6일 타결된 여야의 '쟁점법안 협상' 합의문엔 이런 별칭이 있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가 만든 중재안이 바탕이 돼서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물밑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중재안의 골격을 가다듬었다.
지난해 말부터 양당 오가며 '물밑 중재안' 마련
특히 쟁점법안의 처리 시기와 방식을 조율하는 데 권 원내대표의 역할이 컸다. 민주당은 "시기를 못박지 않은 합의 처리"를, 한나라당은 "시기를 못박은 협의 처리"를 원했다.
이 사이에서 권 원내대표는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 '빠른 시일 내에' 등의 조건을 달아 양쪽의 의견을 최대한 좁혔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해 12월 말부터 양당을 숱하게 오갔다. '합의당'(민주당)과 '협의당'(한나라당) 사이에 다리를 놓느라 힘들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합의안의 1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은 미국 새 정부 출범 이후 빠른 시일 내에 협의 처리한다"도 권 원내대표의 묘안이었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월로 처리 시기를 못박아야 한다'↔'시기는 절대 못박을 수 없다'로 맞서왔다.
권 원내대표는 두 당에 "구체적인 시기 대신 '미국 새 정부 출범 이후'로 하면 어떠냐"는 대안을 내놨다고 한다. 민주당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나라당은 "논의의 '종점'이 있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낸 문구가 '빠른 시일 내에'다. 최종 합의문은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고 권 원내대표는 설명했다.
회담 결렬 위기 땐 '비둘기' 되기도
마지막 회담에서도 한몫했다. 협상이 어그러질 위기가 있었지만 권 원내대표가 되맞췄다.
회담 분위기가 급랭한 건 민주당이 '정개특위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다.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기 위한 공직선거관계법 개정을 여야 동수로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주장이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처리하면 된다며 맞섰다.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내에서 좀 더 논의해보겠다"며 회담 도중 자리에서 일어섰다. 원 원내대표가 나가자 홍 원내대표는 "왜 없던 얘기를 새로 들고 나오느냐. 협상 안 하자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탁자를 내리치는 소리가 협상장 밖까지 새어나왔다.
긴장이 고조되자 권 원내대표가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찾아가 원 원내대표와 정세균 대표를 만났다. 그리곤 "한나라당이 정개특위 구성안을 받으면 민주당도 하나쯤 양보를 하라"며 "임시국회 추가소집에 응하라"고 설득했다.
정 대표의 수락을 얻어낸 권 원내대표는 이번엔 홍 원내대표에게 가서 "민주당이 추가소집에 동의한다고 하니 정개특위 구성안을 받자. 특위에서는 재외국민 투표권에 대해서만 논의하기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올해부터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로 바뀌었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권선택'을 찾은 건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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