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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가장 비협조적인 반동 집단

 

.. 서양 의학이 한국의 환자들을 장악한 이래, 의사들은 한국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 직업군이자 일체의 사회 개혁에 가장 비협조적인 반동 집단의 지위를 유지해 왔다 ..  《김규항-B급 좌파》(야간비행,2001) 249쪽

 

 “한국의 환자들을 장악(掌握)한 이래(以來)”는 “이 나라 환자들을 휘어잡은 뒤로”나 “우리 나라 환자들을 사로잡은 뒤로”로 손봅니다. “한국사회의 가장 대표적(代表的)인”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손꼽히는”으로 다듬고, “고소득(高所得) 전문 직업군(職業群)이자”는 “벌이가 많은 전문직이자”로 다듬으며, ‘일체(一切)의’는 ‘모든’으로 다듬습니다. “반동(反動) 집단(集團)의 지위(地位)를 유지(維持)해 왔다”는 “거스르는 무리로 자리를 지켜 왔다”나 “청개구리 무리로 자리를 이어 왔다”로 손질합니다.

 

 ┌ 비협조적(非協調的) : 서로 힘을 모아 돕지 아니하는

 │   - 그의 비협조적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 비협조적으로 나오다 /

 │     그는 늘 학급 일에 비협조적이다

 ├ 비협조(非協調) : 서로 힘을 모아 돕지 아니함

 │   - 그 계획은 다른 회원들의 비협조 때문에 무산되었다 /

 │     환경 보호 운동이 시민들의 비협조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

 ├ 사회 개혁에 가장 비협조적인 반동 집단

 │→ 사회 개혁에 가장 협조하지 않는 반동 집단

 │→ 사회 개혁에 가장 도움이 안 되면서 거스르는 무리

 │→ 사회 개혁을 가장 안 돕고 거스르는 무리

 │→ 사회 개혁에 가장 걸림돌이면서 거스르기까지 하는 사람들

 │→ 사회 개혁에 가장 등돌리면서 거스르기까지 하는 사람들

 │→ 사회 개혁에 가장 뒷전이며 팔짱을 끼는 사람들

 └ …

 

 돕지 않는 일을 ‘돕지 않다’고 하지 않고 ‘非 + 協調’처럼 적으니, ‘비협조’라는 말이 조금씩 쓰임새를 넓히다가, 뒤에 ‘-的’까지 붙이는 말씀씀이가 생겨납니다. 우리들이 처음부터 말뜻 그대로 ‘돕지 않다’나 ‘거들지 않다’나 ‘보태지 않다’ 같은 말을 써 왔다면, 이러한 말에서 가지를 치면서 ‘팔짱을 끼다’나 ‘등돌리다’나 ‘나 몰라라 하다’나 ‘뒷전이다’나 ‘고개를 돌리다’ 같은 다른 상말이 하나둘 이어집니다.

 

 ┌ 그의 비협조적 태도는 → 팔짱만 끼는 그 사람은

 ├ 비협조적으로 나오다 → 힘을 보태지 못하겠다고 나오다

 ├ 학급 일에 비협조적이다 → 학급 일에 나 몰라라 한다

 │

 ├ 다른 회원들의 비협조 때문에 → 다른 회원들이 힘을 보태지 않기 때문에

 └ 시민들의 비협조로 → 시민들이 돕지 않아서

 

 따지고 보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이 튼튼하게 자라날 싹을 뭉개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이 아름다이 자라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셈입니다. 우리 말이 튼튼해지도록 돕기는커녕 가지를 끊고 줄기를 자르고 뿌리를 뽑습니다. 우리 말이 아름다워지도록 거들기는커녕 앞길을 막고 뒷길도 막고 옆길마저 막아 숨도 못 쉬게 하고 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이를 돕는다는 말처럼,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가꾸는 가운데 우리 말을 가꾼다면, 우리 말은 서로서로 한결 살가웁고 슬기롭고 시원시원한 말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넋을 추스르는 가운데 우리 글을 추스른다면, 우리 글은 멋스럽고 아리따운 문학을 꽃피우고 예술을 열매 맺는 거룩하고 훌륭한 글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ㄴ. 대단히 비협조적이었다

 

.. 그런데 이 아프리카 여인은 이웃 간의 정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지 대단히 비협조적이었다 ..  《싼마오/조은 옮김-사하라 이야기》(막내집게,2008) 47쪽

 

 “아프리카 여인(女人)”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아프리카 아줌마”나 “아프리카 아가씨”나 “아프리카 색시”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이웃 간(間)의 정(情)”은 “이웃 사이에 나누는 마음”이나 “이웃사랑”이나 “이웃돕기”로 손질합니다.

 

 ┌ 대단히 비협조적이었다

 │

 │→ 대단히 떨떠름해 했다

 │→ 대단히 시큰둥해 했다

 └ …

 

 도와줄 생각이 없는 사람은 팔짱을 낍니다. 팔짱을 끼다 못해 고개를 돌리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든 콧방귀를 뀌기도 하고, 흥! 하고 돌아서기도 합니다.

 

 ┌ 대단히 짜증스러웠다

 ├ 대단히 어처구니없었다

 └ …

 

 마땅히 도와주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도 도와주지 않는 사람을 보면, 화딱지가 나곤 합니다. 짜증이 입니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제 밥그릇만 챙기는 사람이 그지없이 가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으로 불쌍하고 딱합니다. 안쓰럽고 안되어 보입니다. 부자가 하늘나라에 가기 어렵다는 말이 괜히 나오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그러면서, 내가 부자가 되어도 저 사람과 같을는지, 내가 높은자리에 올라앉아도 저이와 마찬가지일는지 걱정이 되곤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배가 불러지고 방석이 폭신해질수록 첫마음을 잃게 되는가 두려워, 지금 이대로, 그저 없으면 없는 가운데 마음을 나누는 삶을 고이 잇자고 다짐하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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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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