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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서 지금 액체 파스 냄새가 진동한다. 팔꿈치와 어깨 부근에 파스를 많이 발랐기 때문이다. 그 파스 냄새를 맡는데 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온몸도 쑤셔온다. 그런데 기분은 좋다. 묘하게 내가 대견스럽기까지 한다.

 

지난 토요일(10일), 이번 겨울 들어 처음으로 무주에 있는 스키장에 갔다. 거기서 난 보드를 탔다. 이번에는 스키가 아닌 보드를 타리라 며칠 전부터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처음 스키장에 갔을 때 보드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여러 번 시도를 했는데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나기 힘들어서 끝내 포기하고 스키를 탔다.

 

그 사이 스키장에 갈 때마다 스키를 타서 지금은 스키실력이 많이 늘었다. '고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잘 타는 편이다. 그런데 스키장에 갈 때마다 보드를 잘 타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정말 멋있게 보였다. '포스'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막상 보드를 타겠다고 했지만 한편으로 두려웠다. 그러면서도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죽기 살기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 보드를 들고 스키장에 들어가면서도 '꼭 보드를 마스터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서 또 다짐을 했다. '뭐, 못 타면 굴러서라도 오지. 죽기야 하겠어?'라고 생각했다. 리프트에서 내려 아래를 내려다보니 막막했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와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앉아서 보드에 신발을 고정시키는데 두려웠다. 엄청난 부담감이 한번에 몰아쳤다. 중간에 엉덩방아를 찧다가 민망한 자세를 보이면 진짜 웃길 텐데. 순간 창피하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리프트를 타고 출발지점까지 올라와 버렸기 때문이다. 걸어서 내려갈 수도 없다. 보드를 타고 내려가지 않는 이상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천천히 보드에 발을 올리고 움직여 보았다. 생각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솔이 언니가 나를 잡아주었다. 그렇게 해서 일어나면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천천히 조금씩 내려갔다. 괜찮았다.

 

그런데 실수로 엎어지고 나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었다. 계속 엎어지고 또 일어나고 수십 번을 그렇게 반복했다. 너무 긴장을 했는지 몸이 내 맘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몸은 엄청 힘들었지만 마음속에서는 '꼭 배우고 말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연습한 결과 혼자서도 일어날 수 있게 됐다. 정말 기뻤다. 이제는 긴장을 풀고 길이와 속력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속력과 길이 조절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혼자서 보드를 타고 초급 코스를 완벽하게 내려왔다. 정말 홀가분했다.

 

본격적으로 보드가 즐거워졌다. 배울 때도 재미있었는데 혼자서 움직일 수 있으니 즐거움이 더 컸다. 스스로 대견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키를 타고 있는 아빠와 예슬이한테 자랑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빠한테 전화를 해서 어디에 계시는지 물어보았다. 스키장 폐장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아빠와 예슬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빠께서는 "우리 슬비 대단한데"하시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셨다. 마음이 뿌듯했다.

 

난 오늘 스키장에서 교훈을 하나 얻었다. 모든 일은 한 두 번씩 실패하지만 그때 주저앉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에는 성공한다는 것을….

 

앞으로는 작은 실패에 결코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도전해보겠다는 마음도 갖게 됐다. 앞으로 좀 더 열심히 보드를 타서 다른 언니·오빠들처럼 바람을 가르며 멋지게 타보이고 싶다.

 

오늘 기분 정말 좋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이 시간에도 내 발바닥이 앞뒤로 움직이는 것만 같다. 아직도 내 몸이 보드 위에 떠있는 것만 같다.

 

덧붙이는 글 | 이슬비 기자는 광주동신여중 1학년 학생입니다. 


#스노우보드#스키장#무주#스키#슬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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