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명절 무렵 우연히 들른 창녕시장에서 들뜬 분위기를 만났다. 어수선한 가운데 노인들은 앉아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분들의 시선이 모여 있는 곳에는 진지한 표정의 여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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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 기다리기 조금은 들뜬 듯 한 곳을 바라보며 앉아 기다리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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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호기심에 기웃거리던 우리는 무릎을 쳤다. 이런 풍경, 정말 만나기 어려운 풍경인 것이다. 굳이 그 분들 연령대를 밝히자면 가장자리에 헝겊가방이나 보자기를 들고 앉아 기다리는 분들은 상노인이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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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 만들기 음식을 만드는 여인의 표정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진지하고 아름답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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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강정을 손으로 만져 고루고 판때기로 옮기는 등, 건사하는 분들도 중노인이셨고, 직접 불에서 재료를 섞어 농도를 맞추며 강정을 만들어내는 분은 초노인(?)이셨다. 아줌마로 보이는 중년여인은 딱 한 분. 아주 날렵하게 움직여 강정을 만들어내는 바람에 그분 얼굴은 빨갛게 상기돼 있었다.
노인께 다가가 뭐 하시느냐고 여쭈니, 이렇게 공동으로 만들어서 나누어 가려고 기다리고 계시단다.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으신 듯 흐뭇한 표정으로 먹거리를 바라보시는 어른은 가끔 이미 만들어진 강정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셨다.
내 고향에서도 이런 강정을 만든다. 하지만 이렇게 공동으로 만들지는 않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만든다. 물론 예전에는 지금보다 만드는 가짓수가 훨씬 많았다. 엿을 직접 고고, 강정을 만들고, 다식도 만들었다.
다 만들어진 건 칼로 금을 그어 큰 네모판으로 올려진다. 한 분이 대기하고 있다가 말끔하게 떨어지지 않은 것을 손으로 뚝뚝 끊어 놓으신다. 그 다음 마당 한가운데로 쭉 늘어선 네모판에 올려 놓아 열기를 신힌다. 이제 완전히 식은 강정은 프라스틱 쓰레받기로 퍼서 자루에 담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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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 이제 완전히 식었으니 자루에 담을 차례, 아저씨(?) 한 분이 쓰레받기로 모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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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뻥튀기 이런 날 빠지지 않는 중요한 멤버, 뻥튀기 도구들. 아마 제일 먼저 쓰고 한 쪽으로 밀려난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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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인들 속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정말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으로 마음이 절로 훈훈해졌다. 그리나 아쉬웠다. 멀지 않은 미래 저 노인들이 다 가시고 난 다음에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