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가 9일 녹화된 KBS 2TV 토크쇼 '박중훈쇼-대한민국 일요일밤'에 출연해 국회 파행과 폭력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원내대표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목로주점'을 부르고 팔씨름을 하는 등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녹화장에서 선보인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시청자 마음이 달랐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가 9일 녹화된 KBS 2TV 토크쇼 '박중훈쇼-대한민국 일요일밤'에 출연해 국회 파행과 폭력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원내대표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목로주점'을 부르고 팔씨름을 하는 등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녹화장에서 선보인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시청자 마음이 달랐다는 점이다. ⓒ KBS제공

<박중훈쇼>가 좀처럼 시청자들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KBS가 금년 들어 예산절감을 이유로 외부MC들을 대거 퇴출시키는 상황에서 오락프로에는 좀처럼 출연하지 않던 '외부인사' 박중훈을 MC로 기용한 것 자체가 이 프로에 대한 제작진들의 기대를 엿볼 수 있다.

 

기대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적어도 한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이 프로를 보면 '재미없는'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보편 정서와 크게 다른 동원된 방청객의 과도한 호응

 

현재 TV토크쇼 중 게스트의 출연 자체가 뉴스거리가 되는 프로는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라고 할 수 있다. 시청률도 단연 최고이다. <박중훈쇼> 입장에서는 <무릎팍도사>에 익숙해 있는 시청자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그렇다면 <무릎팍도사>와 <박중훈쇼>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동원된 방청객의 유무이다.(가끔 무릎팍도사에서도 효과음에 의한 시청자 호응이 들어가지만 이는 연출자가 사후에 넣은 것이다)

 

박중훈쇼에는 동원된 방청객이 있다. 통상 TV쇼프로그램의 객석을 메우는 방청객은 거의 대부분 20대 여성들로 구성되며 사전에 '바람잡이'라고 불리우는 개그맨 등에 의해 분위기가 고조된 상태에서 녹화에 임하게 된다. 따라서 작은 반응이라도 큰 웃음과 호응을 나타내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다소 과장된 호응이 TV를 보는 시청자들 시각과 크게 다른 경우가 여러차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3당 여성의원 3명과 3당 원내대표 3명)이 두차례 출연했는데 이들은 똑같이 자기들 소소한 일상과 함께 각자 혹은 함께 노래를  불렀다. 

 

특히 원내대표들이 노래를 부를 때는 전국노래자랑에서 사용되는 '땡'을 치게끔 하였지만3명 모두 '딩동댕' 판정을 받았다. 노래실력으로만 보면 전국노래자랑 1차예선 탈락자들 수준이었는데도, 문제는 이러한 유치한 과정들이 동원된 방청객들에 의해 박수로 분위기 좋게 마무리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박중훈쇼가 방송 되기 두 시간 전 9시 뉴스에는 바로 이 당사자들로부터 책임론이 어디니, 고소를 했니 안했니, 라는 짜증나는 얘기를 생생히 들었던 시청자들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박중훈쇼는 자극적이지 않다. 동시에 예측가능하다. 이제까지 박중훈쇼에 출연한 출연자들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좀처럼 출연하지 않는 유명 영화배우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이 TV에 나와 보여준 모습은 이전의 여러 매체들을 통해 알고 있는 스타에 대한 정보를 재차 확인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밋밋한 얘기도 동원된 청중에 의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로 전환된다. 일종의 착시현상인 셈이다.

 

영화에 대한 깊이있는 접근이 아쉽다

 

박중훈의 위상은 한국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중 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만한 경력을 가진 배우는 드물다. 1985년 영화 <깜보>로 데뷔했으니까 그의 영화인생도 거의 4반세기에 이른다. 지금 박중훈 개인이 누리는 부와 명예는 한국영화의 양적, 질적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박중훈이 TV에 출연했을 때 사람들이 그에게서 듣고 싶은 것은 바로 '영화', '한국영화'이다. 강호동이 오래 전에 씨름에서 은퇴했던 것과 달리 박중훈은 지금도 현역이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옛날과 다르다. 한국영화시장 점유율은 크게 하락하였으며, 일부에서는 '고사직전'이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박중훈의 부와 명예가 하락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이러다보니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시위를 영화배우들이 벌일 때, 예전보다 호응이 낮다. 외제차 타고 와서 시위 때만 사진 찍는 사람들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지 않는가?

 

어쩌면 박중훈은 굉장히 억울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 동시에 박중훈쇼는 그러한 오해를 풀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박중훈쇼에 나왔던 배우들, 다른 프로에서는 섭외조차 힘든 배우들이 나와서 했던 얘기속에 '한국영화'는 없었다. 김태희에게는 재벌2세와의 스캔들 해명을 들었고, 장동건에게는 저녁 때도 라면을 먹는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고, 안성기에게는 이전 여러매체에서 오랫동안 들어왔던 개인 가족사를 또 들어야만 했다.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박중훈쇼에서 보인 모습들은 영화계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행복한 모습뿐인 것이다.

 

영화전문 토크쇼로의 전환을 기대하면서

 

가끔 TV나 여러매체를 통해 보이는 박중훈의 모습은 모두의 사랑을 받는 마음씨 좋은 선배이면서 예의바른 후배이다. 그러나 그것이 방송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그 자신이 영화에 대해, 게스트에 대해 객관적인 위치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프로에서는 출연하기 힘든 유명 영화배우들의 박중훈쇼 출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이 프로의 비교우위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영화'가 빠진 그들만의 신변잡기는 피해야 한다.

 

아마도 조만간 출연이 예상되는 배우들에 대한 상황을 예측해 본다면  기부 및 사회봉사에 있어 타의 모범이 되는 배우에 대해 기부에 대한 얘기보다는 그가 출연한 영화가 왜 흥행에는 그렇게 실패만 하는지 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를, 영화보다 CF출연이 훨씬 잦은 배우에 대해서는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시청자의 여론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면 동원된 방청객은 차라리 없는게 낫다.


#박중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