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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샹그릴라에 있는 석카설산 정상의 모습
 샹그릴라에 있는 석카설산 정상의 모습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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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샹그리라 시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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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샹그릴라 니파하이 초원의 야크
 샹그릴라 니파하이 초원의 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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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메마른 땅이 한 권의 소설로 인해 낙원으로 변했다. 해발고도 3200m에 위치한 도시를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작품 한 편이 바꾼 샹그릴라는 이상향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1월 12일, 샹그릴라에 도착했다. 자동차에서부터 두통으로 빙빙 돈다. 토할 것만 같은 메스꺼움이 밀려오고 어디 시원하게 숨이나 한 번 쉬어보고 싶은데 가슴이 답답하고 멍하니 명치에 무엇이 막혀있는 것 같다. 차에서 내려 몇 걸음 걸어가니 숨이 헐떡거려 멈추어 서야 했다. 인간이 해발고도 3200m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기온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차갑다.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튼은 1933년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이란 소설을 발표했다. 이 소설에서 힐튼은  "스노우 마운틴이 있고, 아름다운 꽃, 주민들의 컬러풀한 의상, 금빛으로 휘황한 건물이 있고, 신비한 라마사원이 있으며, 호수와 대초원. 그리고 초원위에 큰 짐승들"이 있는 히말라야산맥의 작은 마을을 이상향 즉 '상그릴라'로 그렸다. 그런데 히말라야산맥의 어느 작은 마을이라고 하여 분명한 지명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 소설의 '샹그릴라'는 원래 히말라야 고산마을에 전해져 오는 전설을 기초로 하여 '샴발라(Shambala)'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티베트어 '샴발라'는 지상낙원에서 죽음과 질별의 고통 없이 살고자 했던 티베트인의 염원에 담긴 '극락정토'를 말한다고 한다. '샹그릴라'라는 말의 뜻은 '천당' 또는 '마음 속의 해와 달'이라고 여행 가이드가 소개했다.

이 소설에 대한 반응은 대단하여 1937년과 1973년 두 차례나 영화화되었지만, 히말라야산맥의 작은 마을이 어디인지 몰라, 서구의 젊은이들은 이상향인 샹그릴라를 찾기 위하여 티베트 지역을 찾아 헤맸고, 심지어는 히틀러도 이곳을 찾기 위하여 탐험대를 파견하였다고 한다.

이에 중국 윈난성 정부에서는 1997년 9월 차마고도의 중심 거점인 '중뎬(中甸)'이 소설 속의 '샹그릴라'가 분명하다고 발표하였다. 즉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설산, 호수, 초원, 큰짐승인 야크, 라마 사원 등의  모든 조건을 '중뎬' 지역이 다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2001년 12월에는 이름마저 '중뎬'을 '샹그릴라(香格里拉)'로 고쳤으며, 200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시켰다.

그래서 이곳 '샹그릴라'는 이상향을 쫓는 많은 사람들에게 꿈의 세계가 되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곳곳에 호텔을 지어 100여개가 있고, 샹그릴라 공항에 비행기를 증편하고 있다고 한다.

 비교적 한가한 샹그릴라 고성의 모습
 비교적 한가한 샹그릴라 고성의 모습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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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샹그릴라 시내 라마교 사원의 거대한 마니차를 돌리고 있는 관광객들
 샹그릴라 시내 라마교 사원의 거대한 마니차를 돌리고 있는 관광객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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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5만의 작은 도시 샹그릴라에도 고성이 있다. 고성이라기보다는 고대 시가지다. 성곽은 없고 오래된 집들이 골목을 중심으로 죽 늘어서 있다. 그 집들에는 각종 관광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지만 그 규모는 따리나 리장보다 작다.

특히 이곳 상점들에는 긴 칼들이 많다. 전통적으로 칼을 차고 다니며 칼을 사용하였던 장족들의 특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야크 털로 만든 장갑이 많다. 야크뿔로 만든 각종 장식이나 빗 등도 많이 진열되어 있다. 보이차며 직물들도 있다.

간판에는 한자와 장족 문자들이 이색적이다. 티베트 글자와 거의 비슷하다. 집들은 모두 기와집들이다. 골목길도 돌들이 깔려 있다. 관광 상품을 파는 상점뿐만 아니라, 카페도 있고, 음식점도 있고, 고성 안 고택들에서 민박도 할 수 있다.

비수기인 겨울이어서 그런지 고성은 썰렁하다. 리장이나 따리 고성보다 훨씬 한가하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길에는 군데군데 눈이 얼어 있는 곳도 있다.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이어서 내린 눈이 빨리 녹지 않은가 보다.

동쪽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라마사원이 눈에 들어온다. 따구이산대불사(大龟山大佛寺)라는 라마사원 앞에는 '차마고도 중진(茶馬古道 重鎭)'이라 새겨진 돌로 된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식수가 가능한 샘이 그 옆에 있다. 샘 옆을 지나서 라마사원에 들어가려면 30여 계단을 올라야 한다.

걸어 오르는 것이 숨차다. 조금 걸어 오르다가 쉰다. 머리가 어질하다. 고도 적응이 잘 되지 않은가 보다. 30여 계단을 오르는데 서너 번 쉬었다 올랐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잘 적응이 되어서 관계없겠지만 처음 찾은 사람들은 매우 힘이 든다.  

라마사원은 휘황찬란하다. 지붕부터 금빛이다. 아마 금도금으로 지붕을 하였는가 보다. 라마사원 안의 불상들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멀리서도 눈에 띄었던 마니차는 호화찬란하고 크다. 보통 마니차는 직경 40cm, 길이 60cm 정도의 작은 마니차들을 줄줄이 세워놓아 그것을 돌리며 경전을 읽고 기원하는 것이 그들의 풍습이다.

마니차 높이가 사원의 지붕 높이와 같아 보이는데 약 10m는 될 것 같고, 폭도 3-4m는 될 것 같다. 네 사람 이상이 달려들어야 겨우 돌릴 수 있을 정도로 크고 웅장하다. 겉은 금도금을 해 놓았는지 금빛으로 빛난다. 

 샹그릴라의 '작은 포탈라궁'이라고 일컬어지는 송찬림사에서 스님들이 촬영에 응하고 있다.
 샹그릴라의 '작은 포탈라궁'이라고 일컬어지는 송찬림사에서 스님들이 촬영에 응하고 있다.
ⓒ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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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샹그릴라 시민들이 춘절에 절에 가서 기원하기 위하여 대나무를 구입하고 있다. 멀리 석카설산의 모습
 샹그릴라 시민들이 춘절에 절에 가서 기원하기 위하여 대나무를 구입하고 있다. 멀리 석카설산의 모습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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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어 호텔에서 잠을 자는데 몹시 추워 잠을 설쳤다. 어떤 사람은 자다가 호흡이 힘들어 고생하였다고도 한다.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의 하룻밤이 결코 쉽지 않은 밤인 것이다. 결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향이 아닌 것 같다.

세계적인 관광지를 꿈꾼다는 샹그릴라의 명소는 기대보다 초라하다. 고성과 신시가지, 그리고 '작은 포탈라궁'으로 불리는 쑹찬린스(松贊林寺)는 1600여명의 스님이 한꺼번에 불경을 읽는 1679년에 건립된 서장불교 최고사원 등을 탐방하고, 나파하이 초원으로 가서 야크나 겨울 철새, 호수 등을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이 개발한 곳이 석카설산 케이블카이다. 최근에 해발고도 4350m의 람월산(藍月山)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놓고, 석카설산으로 이름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름은 석카설산이지만 정상에는 만년설이 아니라 겨울에만 눈이 쌓이는 것 같다. 케이블카를 타려면 270원(한화 약 5만6000원)의 비싼 입장료를 내야만 한다.

석카설산의 정상에 오르니 스투바탑이 있고, 그 탑에 매인 티베트 특유의 오색 깃발들이 나부낀다. 정상에 눈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하얀 눈과 푸른 하늘이 너무 선명하다. 우리들이 지나왔던 옥룡설산과 합파설산, 매리설산과 백망설산 등 흰 설산의 산줄기들의 빙 둘러 있다.

 석카설산 정상에서 본 매리설산
 석카설산 정상에서 본 매리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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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샹그릴라 석카설산의 케이블카
 샹그릴라 석카설산의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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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이드 라하무(Lhamu)에게 샹그릴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즉 샹그릴라라고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인가? 당신은 이곳을 진정한 샹그릴라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네가 생각하는 샹그릴라는 어디라고 생각하느냐? 등등

"세상 사람들이 이곳을 샹그릴라, 즉 이상향이라고 말하는데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흰 눈이 덮인 설산, 호수, 초원, 큰 동물 등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잃어버린 지평선>에 묘사된 샹그릴라는 신화화된 것으로 본다. 이곳은 몹시 높은 지대이고, 추운 곳이다. 사람들의 이상향은 모두 마음속에 있다고 본다. 나의 샹그릴라도 다른 곳에 있다."

 샹그릴라 라마교 사원의 거대하고 화려한 금빛 마니차
 샹그릴라 라마교 사원의 거대하고 화려한 금빛 마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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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차마고도 윈난성(云南城) 지역 답사’ 기사 총 8편을 쓰려고 합니다. ①쿤밍(昆明)에서 매리설산까지, ②따리,③리장,④호도협과 옥룡설산,⑤샹그릴라, ⑥백망설산, ⑦매리설산, ⑧쿤밍



태그:#차마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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