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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학대하고 괴롭히고

..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거나, 자식이 부모를 괴롭히는 것은, 저 천성을 배반하는 것이니 ..  《김태길-흐르지 않는 세월》(관동출판사,1974) 34쪽

“저 천성(天性)을 배반(背反)하는 것이니”는 “저 몸과 마음을 저버리는 셈이니”나 “하늘이 내린 고운 목숨을 등지는 노릇이니”쯤으로 손보면 어떨까 싶네요.

 ┌ 학대(虐待) : 몹시 괴롭히거나 가혹하게 대우함
 │   - 동물 학대 / 학대를 당하다 / 학대를 받다 / 학대를 견디다
 │
 ├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거나 (x)
 └ 자식이 부모를 괴롭히는 (o)

‘아동 학대’나 ‘동물 학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학대’가 무엇일까 하고 궁금했습니다. 어느 날 국어사전을 뒤적여 봅니다. ‘학대’ 뜻풀이가 ‘괴롭히다’로 나옵니다. 이마를 탁 칩니다. 어이구, 이놈 세상!

 ┌ 짐승 괴롭힘 / 짐승 못살게 굴기
 └ 아이 괴롭힘 / 아이 못살게 굴기

‘괴롭히다’ 말고 ‘못살게 굴다’가 있습니다. 비슷한 뜻으로 ‘들볶다’가 있습니다. 조금 다른 뜻으로 ‘따돌리다’가 있습니다. ‘억누르다’나 ‘짓밟다’나 ‘업신여기다’도 곳에 따라서 알맞게 써 볼 수 있어요.

ㄴ. 또 다른 의미의 자원을 뜻했습니다

.. 우리 선조들은 설사 쓰레기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쓰레기는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의미의 자원을 뜻했습니다 ..  《인간과 디자인의 교감 빅터 파파넥》(디자인하우스,2000) 29쪽

‘설사(設使)’는 ‘어쩌다’나 ‘때때로’로 다듬어 줍니다.

 ┌ 의미(意味)
 │  (1) 말이나 글의 뜻
 │   - 단어의 사전적 의미 / 문장의 의미
 │  (2) 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
 │   - 삶의 의미 / 역사적 의미
 │  (3) 사물이나 현상의 가치
 │   - 의미 있는 삶을 살다
 │
 ├ 또 다른 의미의 자원을 뜻했습니다
 │→ 또 다른 뜻에서 자원이었습니다
 │→ 또 다른 자원을 뜻했습니다
 │→ 또 다른 자원이 되었습니다
 │→ 또 다시 쓰는 자원이었습니다
 └ …

보기글을 우리 말로 옮긴 분은 ‘의미’라는 한자말이 ‘뜻’을 가리키는 말인 줄 몰랐을까요. “또 다른 의미에서 자원을 의미했습니다”라든지 “또 다른 뜻에서 자원을 뜻했습니다”처럼 적으면 얼마나 어설픈가요. 앞뒤에 다른 낱말을 적었기에 얄궂음이나 어설픔을 못 느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조금 더 헤아려 주어야 합니다. 한 번 더 살피고, 다시금 돌아보면서 자기 말투와 글투를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ㄷ. 조금씩, 차츰차츰, 점점

.. 해가 조금씩 길어지고 햇볕에 따뜻한 기운이 더해가면 녹을 것 같지 않던 눈도 차츰차츰 녹는 것이었다. 눈은 겉에서부터 녹아 들어가 하루가 다르게 점점 작아져 갔다 ..  《박희병-거기, 내 마음의 산골마을》(그물코,2007) 95쪽

“녹는 것이었다”는 “녹았다”나 “녹아만 갔다”로 다듬어 주면 한결 낫습니다. 이 보기글 끝에 “작아져 갔다”가 있으니, 이 자리에서도 “녹아 갔다”로 적으면 앞뒤가 잘 어울립니다.

 ┌ 해가 조금씩 길어지고 (o)
 ├ 차츰차츰 녹는 (o)
 └ 점점 작아져 갔다 (x)

처음에는 ‘조금씩’을, 다음에는 ‘차츰차츰’을 씁니다. 그리고는 ‘점점(漸漸)’을 쓰네요. 같은 말을 쓰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했구나 싶습니다. 그러면, 세 번째로 적을 때에는 ‘자꾸’를 넣으면 어떠할까요. ‘자꾸자꾸’를 넣어도 되고, ‘자꾸만’을 넣어도 됩니다. ‘자꾸 또 자꾸’라 해도 괜찮습니다.

또는 첫 글월에서는 ‘조금씩’이라 하고, 다음 글월에서는 ‘조금조금’이라 하며, 셋째 글월에서는 ‘조금씩 조금씩’이라 해도 됩니다. 같은 낱말을 넣더라도 살짝살짝 살을 입히면서 다른 느낌과 맛을 선보일 수 있어요. ‘차츰’ 한 마디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째 글월에서는 ‘차츰차츰’으로 적고, 셋째 글월에서는 ‘차츰차츰차츰’이나 ‘차츰차츰 또 차츰’으로 적어도 괜찮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겹말#중복표현#우리말#우리 말#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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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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