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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페르시아 문화 유적이 남아있고, 또 이슬람국가 가운데서도 가장 전형적인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이란을 지난 1월 한 달간 다녀왔습니다. 14살, 12살 두 딸과 함께 꽤 큰 모험을 했지요. 이번 여행은 우리 가족의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이니만큼 느낀 것도 본 것도 많았습니다. 앞으로 이란에서 만난 이란사람들의 모습과 맛봤던 음식을 중심으로 이란여행기를 연재하려 합니다.<기자 말>

이맘 호메이니 모스크 여자들의 기도실에서. 이날은 애도기간 다음의 축제일이라 모스크는 한산했다.
 이맘 호메이니 모스크 여자들의 기도실에서. 이날은 애도기간 다음의 축제일이라 모스크는 한산했다.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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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첫 여행이라고 하면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아니면 동남아로 떠나는 게 일반적이지요. 유럽으로 가거나 인도를 찾는 것도 그렇게 특이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란은 좀 유별난 선택이었지요.  

이란은 여행지로서 우리에게는 낯선 곳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이드북을 찾아 봤지만 영어로 된 론니 플래닛이 유일한 가이드북일 정도로 여행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염려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했다는데 아무 문제없냐?"

우리가 여행 떠날 무렵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했고, 인도에서는 뭄바이 연쇄 테러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래저래 중동은 불안한 곳으로 보였습니다. 이런 마당에 이란을 여행한다는 건 무모하게까지 보인 모양입니다.

이란과 가자지구는 분명 별개 지역이고, 또 인도 뭄바이 사건과 이란 사이에는 꽤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묶어서 생각하는 데는 '무슬림'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무슬림이라면 무조건 한우리에 넣고 생각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는 입장을 바꿔 이란인의 입장에서 한국인을 일본인이나 중국인과 혼동하면서 보는 것이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모두들 성룡에 대해서 아주 잘 안다고 보는 것과도 일치하겠지요. 그만큼 우리와 그들 사이에 거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란 여행을 걱정하는 데는 무슬림에 대한, 그리고 이란에 대한 오해도 한 몫 한다고 봅니다.

예전에 라이스 미국 전 장관이 북한에 대해서 불량 청소년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돌발적인 행동을 할지 모르기에 신뢰감을 갖기 어렵다는 뜻이지요. 바로 이런 신뢰하기 어려운 이미지로 이란이나 무슬림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한 손에는 코란을 한 손에는 칼을' 이런 모습으로 이란을 바라보는 것이지요.

테헤란 시내에 있는 이맘 호메이니 모스크 앞에 붙어있던 포스터. 페르시아어를 몰라서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으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규탄하는 사진인 것 같다.
 테헤란 시내에 있는 이맘 호메이니 모스크 앞에 붙어있던 포스터. 페르시아어를 몰라서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으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규탄하는 사진인 것 같다.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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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이란에 대한 미국식 가치관이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방송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은 우리로서는 미국의 목소리만으로 이란을 볼 수밖에 없으니 편견을 갖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미국방송 CNN의 목소리를 듣고, '이란은 테러집단'이라는 생각에 동조한다면 내 경우에는 반대입니다. 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나 <천국의 아이들> 시리즈를 통해 이란을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나도 이란에 대해서 환상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에서 본 이란사람들은 너무나 순박합니다. 순수하고 욕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진지합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올리브 나무 사이로>에 나오는 순진한 청년 호세인의 진지함은 언제나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어른인데도 이들이 이런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종교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란은 종교지도자인 호메이니가 최고 권력을 갖게 되면서 왕조국가에서 이란이슬람공화국으로 대변신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법 위에 이슬람 율법을 올려놓았습니다.

이 나라를 지배하는 것은 자본주의도 두꺼운 법전도 아니고 신의 뜻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신에게 다가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인간이 본래 갖고 있던 순수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질보다는 신을 숭배하는 사람들, 욕심 없이 소박하게 사는 사람들, 순박하고 순수한 표정, 사심 없이 손님을 왕처럼 대접하는 사람들, 이런 게 내가 이란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란은 어떤 나라고,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여자들에게 차도르라는 검은 천을 뒤집어씌운 채 여자의 인권을 억압하고, 무슬림의 집단 이기주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못하는 일이 없는, 종교적 광기에 빠진 나라일까요?

아니면 이란 영화에서 보인 것처럼 순진한고 순박한 사람들이 물질주의의 병폐를 비킨 채 보다 숭고한 가치를 지키며 나름의 삶을 건강하게 꾸려가는 그런 나라일까요? 이번 여행을 통해 이란에 대한 이런 저런 편견을 깨고 이란이라는 나라에 보다 다가가려 합니다.


태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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